[영화 또보기]

바비 Barbie

나두매일 2024. 5. 11.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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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릴 땐 집집마다 나름 장식(?)을 아기자기하게 꾸민 집에는 대부분 '못난이 인형'이 있었습니다. 놀잇감으로 실물 인형은 거의 없었고 유일한 인형 놀이는 가위로 종이 인형을 오리고 오린 종이인형의 옷을 인형 위에 덧 씌우면서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들이 '바비인형'을 갖고 놀 수 있게 된 것은 아마도 제가 중학교 이후였던 것 같습니다. 

 

 

 

 

 바비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

 

<바비랜드>의 바비들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던 될 수 있고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바비랜드에 살던 바비가 어느 날 현실 세계와 연결되면서 삶에 균열이 발생합니다. 자신의 변화가 신경 쓰여 이를 해결하기 위해 켄과 함께 바깥세상으로 나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가 영화의 줄거리이지만 사실은 마텔의 핸들러 부부가 딸을 위해 바비 인형을 만들었던 과정과 그들의 생각이 녹아 있는 듯합니다. 

 

 

영화가 처음 나올 때 페미니즘과 관련한 이야기들이 많았었습니다. 영화가 워낙 빠르고 코믹하게 그려져서 진지한 이슈로 빠지지는 않았지만 인간 세상을 겪기 전후 바비와 켄의 변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의 갈등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바비는 공사장 인부들의 눈길에서 뭔지 모를 불쾌함을 느끼고 현실 세계에다녀온 후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반면 켄은 오히려 뿌듯한 마음과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서로 다르게 느끼는 바비와 켄의 차이, 바비는 현실에서 여자의 삶이 얼마나 피곤한지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뭐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는 바비랜드가 아닌 켄덤랜드에서 살고 있습니다. 리얼, 현실이 그렇습니다. 매 순간 싸워야 하고, 끊임없이 서로 경쟁해야 하고, 가부장제의 보이지 않는 사회적 관계들 속에서 정해진 역할을 합니다.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해진 역할로 산 삶이 평가되고 그런 인생을 삽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보다 자신이 하고 싶거나 원하는 것이 아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은 모두에게 불행한 일입니다. 때문에 세상 밖을 다녀온 바비에 의해 다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바비랜드를 되찾으려는 노력은 굉장히 희망적입니다. 

 

 

 

 

 깨인 남자야, 울어도 되는 거 알아

 

많이 개방이 된 것도 사실이지만, 아직도 우린 어릴 때부터 가부장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라며 학습되고 보이는 그대로 믿고 살아갑니다. 어떤 세상이 되었던 이젠 - 사회적으로 혹은 관습적으로 규정하는 바비들에 대한 편견과 요구하는 정해진 모습이 아닌 그저 평범한 바비도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들이 요구하는 역할의 바비들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삶은 그들의 생각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굳이 페미니즘을 거론할 필요 없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함께 건강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그레타 거웍 감독이 지향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바비가 만들어진 시대, 성상품화에 일정정도 역할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사실 전 바비인형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백인의 금발 미인으로 호리호리하고 늘씬한, 허리는 잘록한 인형의 이미지는 여러 논란이 되면서 한참 후에는 몸의 체형이나 피부색 혹은 머리색이 다양하게 반영되고 만들어졌습니다. 점차 직업적 캐릭터를 가진 모습들도 등장합니다. 아무래도 변해가는 시대적인 현상이 수용된 측면이 있습니다. 

 

 

 


 

 

루스 핸들러와 바비의 대화를 보면서,

우리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인간답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유한한 삶을 살고 있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괴롭고도 힘든지, 하지만 그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여전히 괴롭지만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많은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꼬집고 있습니다. 결국 우린 어떤 역할로서의 개인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 온전히 자기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을 때 행복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엔딩은 하나인 거 알지?

인간으로 사는 건 꽤나 불편해. 덜 불편해지려고 자꾸 뭘 만들지

가부장제나 바비같이... 그러다 결국 죽지

 

의미를 만들어가는 사람이고 싶어요

만들어진 물건이 아니라 생각으로 남지 않고 생각을 하고 싶어요

 

- 루스 핸들러와 바비의 대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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