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0일부터 9월 19일까지, 멕시코만에서 미국 사상 최악의 석유 사고가 발생합니다. 87일간 이어진 폭발로 루이지애나주 앞바다에 2.1억 갤런의 석유가 유출되었던 사건을 다룬 영화, <딥워터 호라이즌>은 반잠수식 해양 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호 침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잘 몰랐던 이야기지만 영화 자체가 너무 리얼합니다. 계속되는 폭발의 강렬함과 긴장감, 안타까움으로 꼼짝없이 엔딩까지 집중하게 됩니다.
문제를 알게 되면 고쳐야 하니까
유정 시멘트 작업 테스트를 하지 않은 것을 지미(커트 러셀)가 따지는 장면에서 기업의 생리와 자본의 속성을 봅니다. 발생할지도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위험 앞에서 돈 때문에 - 단지, 비용 절감 때문에 점검조차 하지 않는 기업의 비윤리적인 모습은 너무나 뻔뻔합니다. 겉으로는 회사의 직원과 가족들을 위한다고 하지만 생사가 걸린 사고의 위험 앞에서 고작 경영의 어려움과 비용 절감의 필요성만을 역설하는 아이러니라니, 기업이란 정말 사람을 위한 것일 수는 없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우리 할아버지는 치과에 안 갔어요, 문제를 알게 되면 고쳐야 하니까요.
유정의 시멘트 작업이 개판인지 여부를 알고 싶지 않은 거죠. 43일이 지체되고 5,000만 달러 예산이 초과되니까
BP가 여기를 시추 장소로 골랐어요.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당신들한테 있어요.
중요한 건 테스트팀이 테스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당신네가 보냈다는 거예요.
듣기 싫은 소리 할까 봐요, 테스트 비용이 얼마나 들죠? 125,000 달러?
1,800억 달러 규모 회사면서 쩨쩨하게 구네요,
그래서 우리가 1,860억 달러 규모인 거예요. 그 비용이 중요하니까
시추선을 책임져야 하는 지미 선장과 BP사를 대변하는 비드린(존 말코비치) 사이의 대화에서 재난이 더 이상 재난이 아닌 걸 드러냅니다. 보다 인재에 훨씬 가까워집니다.
결국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대가로 딥워터 호라이즌 석유 시추 시설이 폭발합니다. 시추선의 승조원 126명 중 승조원 1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중상을 입는 인명 피해가 발생합니다. 딥워터 호라이즌호의 침몰과 연쇄적인 폭발은 결국 유래 없는 원유를 유출하면서 상상을 초원한 환경 재앙으로 번집니다.
내 손을 버튼에 올려
위험 앞에서 몸 사리는 기업과 위험에 뛰어든 사람들, 죽음이 코 앞에 닥쳐도 서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 극한 환경에 놓입니다. 생사를 넘나드는 찰나의 순간, 앞날을 예측할 수 없지만 그들은 뭉칩니다. 그 함께하는 힘은 거대하게 움직입니다. 그리고 함께 살아남습니다. 희생자가 발생하고 사망자도 있었지만 미 해안 경비대의 신속한 사고 대응과 승조원들의 대처를 보면서 우리 현실에서 일어났던 - 미숙했던 대응이 불러왔던 수많은 안타까운 죽음들이 떠오릅니다. 신속한 대응이 전혀 없었던,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던 그래서 아직도 안타깝게 마음 깊이 남아 있는 현실이 새삼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시추관을 절단하고 유정을 밀봉해야 하는 상황, 앞을 보지 못하게 된 지미는 마이크(마크 월버그)의 도움으로 함교를 찾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합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승조원에게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긴박함 속에 빠른 판단으로 최선을 다하는 지미를 보며 리더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딥워터 호라이즌호의 총괄 책임자 지미를 통해, 총괄 책임자란 어떠해야 하는지,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어떻게 사람들을 이끌어갈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강력한 리더십이 얼마나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실화인 걸 감안하더라도 영화는 너무도 사실적이고 놀랍도록 폭발적인 장면의 연속성이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챙기는 인간적인 모습은 사람보다 돈이 먼저였던 사고 불감증에 빠진 기업 태도와 대비되며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재난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상대적으로 인재는 예측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설마 하는 생각과 그 순간의 책임만 면하면 된다는 무책임하고 안일한 생각이 사고의 시작점입니다. 엔딩의, BP감독관 로버트 칼루자와 도널드 비드린이 과실치사로 기소되었지만 혐의가 기각되었다는 점은 너무나 현실적이라 무척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그들의 말처럼 절대 일어날 리 없다고 한 일들이 진짜 일어날 수 있는 곳이 우리가 사는 현실입니다.
2024.04.27-오펜하이머 Oppenhei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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