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덥던 올해 한여름, 오후 두 시. 햇볕은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힘들 만큼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아스팔트는 검게 달궈져 아지랑이가 피어올랐고, 그 위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는 신발 너머 발끝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지고 있었습니다. 숨은 점점 가빠지고 온몸이 축 늘어집니다. 땀방울은 이마에서 목덜미로, 그리고 등줄기를 타고 멈출 줄 모른 채 흐릅니다. 이른 아침 일터로 향하던 시간을 떠올리며 간신히 버텨보지만 본격적으로 열기가 올라오는 시간엔 목이 바싹 말라서 침을 삼키는 것조차 고통처럼 느껴집니다. 한여름, 인생을 바꾼 물 한 모금 그때, 누군가 건넨 차가운 유리컵이 손에 닿습니다. 유리 겉면에 얼음물 물방울이 차갑게 맺혀 손끝을 식힙니다. 화상을 입은 듯 뜨거운 손가락을 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