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ment_순간들]

[삶이 변하는 순간들] 당신의 하루에도 꼬리가 있나요?

나두매일 2025. 8. 1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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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느껴본 적이 있나요? 말은 하지 않지만, 눈빛 하나만으로 “오늘도 같이 있어줘”라고 속삭이는 순간이 그렇습니다. 다행히 저는 그 순간을 매일 아침 맞이합니다. 아침 6시. 알람이 울리기 전, 발끝에 전해지는 작은 무게가 저를 깨웁니다. 이불속으로 스며드는 따뜻한 체온, 부드럽게 간질이는 촉감. 고개를 들어보면 침대 아래에서 꼬리를 살살 흔드는 갈색 털뭉치, 제 반려견 뭉치가 있습니다. 뭉치의 눈빛은 언제나 분명합니다. “산책 갈 시간이야.”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첫 햇살 속에서, 그 눈은 이미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뭉치와의 인연은 불과 2년 여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 제 집은 너무 조용했습니다. 웃음소리도, 발자국 소리도, 심지어 작은 생활 소음조차 없던 공간. 하루하루가 무기력하게 흘러가던 시절이었고 모든 것이 멈춘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본 보호소 게시물 속에서 뭉치를 만났습니다. 처음 품에 안았을 때, 손바닥 안에서 ‘두근두근’ 뛰던 작은 심장 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따뜻한 박동이 제 마음속 깊이 스며든 순간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이 조그마한 생명체가 제 하루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줄을 그땐 정말 몰랐습니다.

 

 

 

 

오랜만에 느낀 따듯한 체온이 가져다준 것

 

 

뭉치와 함께하면서 제 삶에는 새로운 리듬이 생겼습니다. 아침 산책과 점심의 가벼운 간식, 그 보상으로 저녁 꿀잠이 따라왔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30분의 산책은 절대 빠지지 않습니다. 그 시간은 단순히 집 밖을 걷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하루를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뭉치는 제 발걸음을 맞춰 걷고, 저는 그 옆에서 “오늘도 잘 지냈어?” 하고 말을 걸어봅니다. 가끔씩 생각해 봅니다. 뭉치가 없었다면 지금 어땠을까? 저는 여전히 불규칙하고 방치된 생활 속에 건조한 삶을 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뭉치는 말을 하지 않지만,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고 분명합니다. 기분이 좋을 땐 꼬리를 시계추처럼 흔들고, 불안할 땐 제 무릎 옆에 바짝 몸을 붙입니다. 아플 땐 멀리서 조용히 바라보며 작은 한숨처럼 숨을 내쉽니다.

 

 

특히, 잊지 못하는 날이 있습니다. 감기에 걸려 며칠 동안을 침대에서 꼼짝도 못 하지 못하던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뭉치는 평소처럼 산책을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가만히 제 옆에 누워, 고개를 제 팔 위에 살짝 얹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온기와 무게감이 약보다 더 큰 위로가 되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내가 뭉치에게 주는 사랑보다, 뭉치가 나에게 주는 사랑이 훨씬 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을 사는 법’을 배우는 순간들

 

 

뭉치에게서 참 많은 것을 배우는 중입니다. 조바심 대신 인내심을, 게으름 대신 책임감을, 그리고 지난날이나 알 수 없는 미래가 아닌  ‘지금’을 사는 법에 대해 늘 배웁니다. 뭉치는 어제도, 내일도 아닌 바로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저만을 바라봅니다. 그 시선 속에서 저는 뭉치에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단 한 사람이 됩니다. 그리고 알게 됩니다. 사랑은 거창한 이벤트나 기억 속에 혹은 손 닿지 않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매일을 함께하는 사소한 순간 속에 같이 숨쉬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밤이 되면, 뭉치는 제 무릎 위로 올라와 몸을 둥글게 말고 잠이 듭니다. 작고 규칙적인 숨결, 가끔씩 그르렁 거리며 코 고는 소리와 발길질들, 부드러운 털, 그리고 포근한 체온은 그걸 바라보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합니다. 뭉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알지 못했을 것들입니다. 새삼 그동안 잊고 지냈던 시간을 떠올리며, 지금의 나와 내가 있어야 할 지금의 순간을 기운 내서 차곡차곡 살아낼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반려견과 함께한다는 건 단순히 일방적으로 제가 강아지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하루를 ‘확실한 기쁨’으로 채워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압니다. 그래서 이제는 확신합니다. 

 


 

혹시, 여러분의 하루에도 이렇게 흔들리는 꼬리가 있나요? 여러분의 삶에 함께할 따듯한 울림이 있나요? 없다면, 언젠가 꼭 만나보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하루는, 분명히 지금보다 더 따뜻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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