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클레인 가족은 몬태나주 강가의 한 교회에 살면서 낚시를 종교처럼 소중히 여기며 삽니다. 노먼과 폴도 어린 시절부터 목사인 아버지에게 낚시를 배우며 즐깁니다. 노먼 맥클레인(크레이그 세퍼)이 매사에 신중하고 지적인 기질을 지닌 반면 폴 맥클레인(브래드 피트)은 다소 즉흥적이고 모험적인 성격을 지녔습니다. 서로 다른 기질을 가진 형제는 우애가 깊으면서도 종종 경쟁적인 관계를 보여줍니다. 낚시를 아름답게 예술로 승화시킨 폴을 놀라워하는 노먼, 대학 교수로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사는 형을 바라보는 폴. 두 형제는 각자의 기질대로 다른 분야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인생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세상의 규칙에 충실하게 사는 노먼의 세상과 달리 폴의 세상은 작은 보트로 폭포에 뛰어들던 시절처럼 항상 돌발적이고도 위험합니다. 고집스럽게도 마을을 떠나지 못하는 폴의 마음 한 곳에 뭔가 답답하게 남아있던 느낌이 술과 도박에 몰입하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감정과 기질에 충실했던 폴은 결국 폭행으로 허무하게 사망합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낚시를 하며 월척을 낚았던 시절, "이런 순간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던 아버지의 말은 한 때 행복했던 노먼의 시간과 또 한 때 행복했던 폴의 시간, 그리고 아버지의 행복했던 시간의 각각 다른 순간들을 의미했을지도 모릅니다.
낚시는 전혀 모르지만, 영화에 나오는 낚시 장면은 이야기를 떠나 장면 마다마다 예술 그 자체입니다. 마음의 평화가 느껴지는 순간들입니다. 영롱한 색감과 음악, 서서히 움직이는 낚싯줄의 흐름을 따라가는 시선들은 끊임없이 흐르는 강물과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아름답고 눈부신 장면에 브래드 피트의 어린 시절을 함께 볼 수 있어 더욱 좋았고 폴의 반항기에서 언뜻 제임스 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조마조마 하지만 자식을 기다려주는 부모님과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알면서도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폴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면서 가족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오롯이 이해할 순 없어도 오롯이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서로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멀리 있던 가까이 있던 가족이기에 믿고 바라보고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이유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가족이란 분명 가까운 존재이지만 때론 남들보다 더 먼 존재이기도 합니다. 항상 도울 수 있고 도움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그 어떤 도움의 손길보다 야멸차게 뿌리칠 때도 있습니다. 서운할 수도 아쉬울 수도 있습니다. 가족이지만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은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냥 받아들여집니다. 허무하게 세상을 떠났지만 아름다웠던 아들을 보낸 아버지의 설교에서 부모님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폴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사랑하는 이가 곤경에 처한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할 것입니다.
저 사람을 도우려 하나 뭘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이를 돕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주어야 하는지 모르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가 주려던 것을 거절당하기도 합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사랑해야 합니다.
늙은 노먼이 지난날을 회고하는 내레이션으로 처음부터 잔잔히 시작되는 영화, 작은 시골 마을의 형제에 관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지만 우리가 너무 자주 그리고 쉽게 잊어버리곤 하는 가족과 인생, 그리고 사랑, 아름다움, 추억들에 대한 파노라마였습니다. 같은 자리에서 한결같이 흐르는 강물이 있듯이 가족이란 늘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마음으로 있어주는 사람들입니다. 가끔 소용돌이가 치고 방향이 살짝 바뀌더라도 강물은 한결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서로 다툼이 있고 거리가 있었을지라도 가족은 같은 마음으로 한 곳에서 만나게 됩니다.
계곡에 홀로 서서 낚시를 던지는 노먼의 마지막 장면은 인생의 아름다움과 쓸쓸함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어둑해진 계곡에 홀로 있으면
모든 존재는 희미해져 나의 영혼과 기억에 합쳐진다.
블랙풋 강물 소리와 네박자 리듬도 합쳐지고
쓸쓸함과 그리움 기억
결국 모든 것이 하나로 합쳐진다.
흐르는 강물처럼
-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중 -
2022.01.29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As Good As It Gets,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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