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단체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브래드(벤 스틸러)는 잘 나가는 동창들의 SNS를 틈틈이 바라보면서 점차 열등감에 휩싸입니다. 그러던 중 "이 일을 하면 할수록 우울해진다"며 퇴사한 크리스의 말에 브래드는 자신의 현실을 돌아보게 됩니다.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기에 스스로도 그런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아들의 대학 진학을 앞두고 친구들의 성공이 부러웠고 상대적으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중년의 나이, 인생의 중반을 넘어서는 시기에 현실에서 확인되는 경제적 수준과 삶의 결과에 대해 친구들과 친적, 이웃과 나를 비교하면서 문득 인생이 실패한 기분이 듭니다. 내 인생은 내 인생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잘 나가는 친구들과 자식에게 한없이 베풀 수 없는 자신을 돌아보면 어느새 우울해지고 이유 모를 화도 납니다. 밤에 침대에 누워도 잠은 쉽게 오지 않고 아무리 둘러봐도 브래드는 삶에서 내세울 만한 것을 찾지 못합니다.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입니다. 삶이 괜찮을 수가 없습니다.
"난 나를 추켜세우거나 비하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렸어"
브래드는 성공하고 싶었고 노후엔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는 인생을 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인 돈의 문제, 아들의 학비 문제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합니다. 아이비리그에 지원하려는 아들을 위해 보스턴으로 캠퍼스 투어를 떠나면서 대학 시절의 자신을 잠시 기억해보지만 현실은 더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아들의 면접을 위해 껄끄러운 사이인 대학 동창에게 부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브래드는 심기가 많이 불편합니다. 삶이 찌질해지고 짜증 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아들의 면접 부탁을 위해 크레그를 만난 브래드, 그를 통해 들은 친구들의 소식은 SNS와 많이 달랐습니다. 크레그와의 만남에서 혼자만 경쟁하고 있었다고 착각했던 자신을 돌아봅니다. 늘 남들과 비교하면서 자신을 깎아내리고 또 가끔은 자신을 추켜세우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린 것을 깨닫고 후회합니다. 캠퍼스 투어에서 만난 아난야와의 대화에서 브래드는 자신이 이미 충분히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지만 스스로 잘못된 비교 때문에 패배자로 생각해왔던 것을 알게 됩니다. 그동안 남들과 비교하며 사느라 스스로만 몰랐던 것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막막해질 때도 있는 거지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제목처럼 위안이 되는 영화를 생각하고 보게 되었지만 시작은 나의 찌질함을 들켜버렸다는 당혹감을 먼저 만나야 하는 영화였습니다. 매일을 싫든 좋든 비교하고 비교당하는 게 괜찮을 수가 없어서 화가 나고, 그래도 괜찮은 날도 있을 거라는 희망을 반복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스스로 자신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찾고 싶을 때 브래드처럼 천천히 뒤돌아 보는 계기를 갖는, 쉬어가는 영화로 좋습니다.
브래드와 아들 트로이의 대화에서 우리는 위안을 얻습니다.
"가끔 걱정이 돼, 나를 패배자로 생각할까 봐..."
"걔들은 기억 못 해. 사람들은 자기 생각하느라 바쁘니까. 아빠를 생각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그러니까 아빠는 내 생각에만 신경 써."
"그래? 그럼 아빠에 대한 네 생각이 뭔데?"
"난 아빠를 사랑하지"
인생을 살다 보면 막막할 때도 있습니다. 늘 답이 없는 것이 인생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성공을 쫓지만, 인생엔 성공과 실패가 따로 없습니다. 그저 내 인생이 있을 뿐입니다. SNS의 삶이 그 사람의 성공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또 누군가에게 평가를 받기 위해 사는 인생은 아닙니다. 그저 내가 만족하고 내가 행복했다면 좋은 그런 인생을 살기 바랍니다. 인생은 때때로 괜찮을 때도 있고, 가끔은 괜찮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단지, 같은 현실이라도 내 감정의 기복에 따라 괜찮게 느껴지거나 괜찮지 않게 느껴질 뿐입니다.
스스로 소중히 생각하고 나 스스로에 집중하면서 살고 있는 인생이라면 지금 괜찮지 않나요? 세상 모든 것에 뛰어들어야 할 것 같은 20대의 열정을 갖고 있지 못하더라도 중년을 걸어가는 지금, 내 인생도 괜찮습니다.
2022.02.01 - 다시 보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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