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데이 One Day>는 데이빗 니콜라스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2011년 앤 헤서웨이와 짐 스터지스가 나온 영화도 깔끔하고 좋았던 기억이 있지만 뭔가 조금 아쉬움이 남았었습니다. 2024년 드라마로 나온 <원 데이 One Day>는 영화와 달리 이야기가 한층 풍성해진 느낌입니다. 책을 읽으며 보이지 않는 행간을 찾아보듯 새로운 느낌을 느끼며 보기 좋았습니다. 드라마의 성격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충분한 서사의 구성이 주는 색다른 매력 때문이었을까요? 그저 청춘들의 로맨스로만 보이던 영화와 달리 긴 호흡의 인생을 생각하게 됩니다. 짧은 만남과 쌓여지는 순간들, 반복과 사라지는 것, 그리고 성장한다는 것과 사는 일들에 관한 생각을 계속하게 됩니다.
인생을 바꿔놓은 하루가 언제일까
대학 졸업 파티, 책벌레 엠마는 소문난 바람둥이 덱스터와 우연히 어울리며 호감을 갖고 함께 밤을 보내지만 서로 각자의 길을 향합니다. 1988년 7월 15일부터 2007년 7월 15일까지 꽤 오랜 기간 매년 7월 15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 호감을 갖지만 그저 친구가 되기로 합니다. 열정적인 페미니스트인 엠마는 작가가 되기 위해, 덱스터는 뚜렷한 목표는 없이 여행을 떠납니다. 매년 두 사람은 어긋나는 듯하면서 매번 다른 모습으로 만납니다. 오랜만에 만나지만 원래의 모습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은 어색함이 없습니다. 힘들었던 것도 새로운 생각도 함께 나누며 우정을 쌓아갑니다. 단지,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방향에 조금씩 더 다가간 엠마와 자신을 놓아버리고 자신의 길을 몰라 방황하는 덱스터가 있을 뿐입니다.
작가가 되기 위해 애쓰지만 벽에 부딪힌 엠마는 식당에서, 학교에서, 일하며 글을 씁니다. 연극도 시도 소설도 써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덱스터는 TV 쇼 진행자로 출연을 하면서 잘 나가는 듯 보이지만 술과 여자와 약에 취한 생활이 반복됩니다. 공허함에 방황하고 사랑하는 엄마의 죽음으로 큰 충격에 빠진 덱스터는 엠마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고 울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습니다. 엠마에게 전화하며 응답기에 울먹이던 덱스터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방송 생활도 심드렁해지고 설상가상으로 자신에 대한 혹평이 이어지고 일도 줄어들어 점점 자신감이 바닥을 칩니다.
우린 함께 자랐다
덱스터 엄마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교양과 부와 학벌과 훤칠한 외모와 매력까지 모두 갖춘 자식을 바라보며 뭘 하고 싶은지 묻습니다. 자식이 자신만의 인생에서 목적을 찾기 바라는 엄마, 모든 것을 다 갖고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덱스터는 질문을 회피하지만 결국 아픈 엄마는 그 좋은 모든 것을 갖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좀 더 나은 사람, 좀 더 좋은 사람이 되리라 생각했던 아들이 약과 술과 여자에 빠져 지내는 모습을 바라보며 엄마는 힘이 듭니다.
20여 년의 시간 동안 차곡차곡 하루들이 쌓여 만들어진 두 사람의 만남은 때로 설레기도 했을 테고, 가끔은 화도 나고, 도저히 서로 이해해 볼 수 없는 모습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방황하는 마음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 서로에게 가장 절실하고 든든한 위로가 되어 주고 성장하며 묵직한 사랑의 모습을 갖추어 갑니다. 드디어 뒤늦게 둘만의 사랑이 아름다운 빛깔을 찾으려는 찰나 생애 마지막처럼 시련이 닥칩니다. 결혼을 앞두고 행복한 두 사람이 마음껏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은 너무나 짧았습니다. 힘든 일들은 왜 모든 것이 한꺼번에 몰려오는지 모르겠습니다. 엠마의 죽음으로 무너져 내리던 덱스터는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은 중요했던 두 사람의 하루를 추억하며 조금씩 기운을 냅니다.
친구의 결혼식에서 엠마가 축사를 하며 인용한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구절을 곱씹어 보며 우리 인생에서 그 중요한 '어떤 하루'는 어떤 날이었을지 생각해 봅니다.
인생에서 어떤 하루가 빠져버렸다고 상상해 보라,
그렇다면 당신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잠시 생각해 보라.
철과 금, 가시와 꽃으로 된 현재의 그 긴 쇠사슬이 당신을 휘감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 잊지 못할 중대한 날에 첫 고리가 형성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2024.04.06-밤에 우리 영혼은 Our Souls At Nigh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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