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트 하루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밤에 우리 영혼은>, 두 노인의 새로운 교류가 만들어내는 감정과 우정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우린 늙어갈수록 크게 웃고 함께 떠들고 왁자지껄하게 사람들과 교류하던 생활의 폭은 급격하게 좁아집니다. 루이스( 로버트 레드퍼드)가 라디오를 들으며 저녁에 혼자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일상을 보내는 적막함은 나이 든 독신의 쓸쓸한 모습입니다. 각자의 생활이 있지만 늙고 혼자일 때 느끼는 궁극적인 외로움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 무섭습니다. 누군가 옆에서 함께 밤을 보낼 수 있다면 잠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끔찍한 밤을 견디기 위해서 애디(제인 폰다)는 이웃인 루이스의 문을 두드립니다.
우리 함께 잘래요?
자식들은 모두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나고 인생을 함께하던 배우자도 모두 세상을 떠난 빈 둥지에 혼자 남습니다. 생활은 극히 단조롭고 밤엔 잠도 자지 못합니다. 주기적으로 안부를 물어오는 자식들이 있지만 매일 눈떠서 보내야 하는 하루는 지루하고 긴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애디가 루이스에게 같이 밤을 보내자고 제안하는 과정은 꽤 신선합니다. 틀을 깬 방식의 제안, 그리고 그 마음이 이해가 됩니다. 평생을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하면서 살았던 사람이 남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같은 침대에 함께 누워서 잠들기까지 옆에서 같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렇게 자신의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안도와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루이스는 애디의 제안을 수락했지만 어쩐지 어색합니다. 이웃으로 지냈지만 서로 잘 알지도 못합니다. 애디는 자신이 아는 한 오직 루이스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믿을 뿐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수군거림도 신경이 쓰이지만 애디는 오히려 시내에서 같이 식사도 하자고 한발 더 내딛습니다.
그저 노년의 로맨스일 수도 있지만 그 이전에 노인들 나름의 인간적인 따듯한 감정을 서로 나누게 됩니다. 요란하지 않지만 서로 각자의 삶에서 느끼고 만들어져 온 울퉁불퉁한 시간들을 현재에 담담하게 꺼내 놓을 수 있는 시간, 그렇게 밤을 함께 하면서 자주 웃고 지난 시간들을 그리워하며 편안해집니다. 자신의 인생이지만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고 진짜 자신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찾아 나갑니다. 그렇게 서로 위로가 됩니다.
누구나 사연은 있잖아요
밤마다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방식으로 대화를 하면서 - 지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이야기하거나 자신이 가장 아팠던 것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서로 진짜 휴식의 밤을 보낼 수 있게 됩니다. 애디의 말처럼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사연은 있게 마련입니다. 단지 사연이 만들어지는 당시에는 그것이 자신의 삶의 전부이기에 다시 돌아보기 전까지는 타협의 여지가 없이 늘 절실한 순간일 수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면 모두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그럴 수 있는 일들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영화는 노년의 로맨스일 수도, 인간적인 외로움의 본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어느 쪽이던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외로움과 고독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늘 숙제처럼 남습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 의지하고 돌봐줄 수 있는 마음들입니다. 자식을 키워내는 부모들의 마음과 돌봄처럼 자신의 마음과 건강을 돌보는 일에도 동량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때로는 애디처럼 주위의 시선을 벗어날 용기와 자유로움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본래의 모습도 세상을 향해 교류할 때 조금 더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해 갈 테니까요.
루이스가 꿈꿨던 젊은 날의 예술가, 결혼생활로 정착하며 잠시 잊고 있던 것이었지만 애디와 대화를 한 후 자신의 꿈을 다시 되새김합니다. 자신이 젊은 날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것을 시도합니다. 세상 어디에서도 그 누구라도 늙어가는 몸과 마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리 과학과 의학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어찌해 볼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서로에게 조금은 위로가 되는 마음을 주고받을 필요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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