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多]

[짧은 생각]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나두매일 2023. 10. 10.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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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가끔 쇼핑을 합니다. 워낙 쇼핑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한정돼서 그 안에서 최대한의 효용에 맞는 소비를 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그 이면에 쇼핑 자체에 대한 피로감이 너무 큽니다. 일종의 스트레스가 작용합니다. 또래 누구보다 인터넷 환경을 빠르게, 불편을 모르고 사용하고 있지만 희한하게 쇼핑몰을 사용하거나 홈쇼핑을 보기만 하면 10분을 못 넘기고 지칩니다. 그중 특정한 이유 하나는 내가 원하는 물건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좀 다른 거 없나요

 
어느 쇼핑몰을 들어가도, 심지어 길에서 주변을 둘러봐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지만 같은 사람들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같은 헤어스타일, 같은 색의 염색과 동일한 디자인의 옷과 신발, 가방, 화장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왜 이런가요?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한 아이템이 잘 팔리는 현상이 생기면 자신도 뛰어들어 그때 같은 걸 팔아 최대한 이익을 챙겨보자는 생각을 합니다. 사는 사람들은 한때라도 시류와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별 고민 없이 같은 물품을 구입합니다. 돈을 같은 재화에 쓰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풍경을 바라보며 저 많은 사람들이 생각도 똑같이 하고 있는 건 아닐까?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끔찍한 상상입니다. 하지만 집단주의 - 개성도 집단주의 안에서 용인되는 정도까지만, 그 이상은 수용이 안 되는 별종들은 삶이 고달픕니다.
 
 
 
어릴 때부터 가장 많이 듣던 말, 참 별나다! 뭐가 그리 달랐을까요? 그저 '왜요?'라는 질문을 남들보다 몇 번 더 한 것뿐인데 돌아오는 대답은 늘, '그건 네가 몰라도 돼' , '나중에 크면 다 알게 돼' , '고등학교에 가면, 대학에 가면 배울 수 있어'라는 식의 대답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중학교와 고등학교, 대학을 가 본들 대답은 거기에도 없었고 단지 대답을 면피하려는 어른들의 임시방편이었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을 뿐입니다. 
 
 
 
어른들은 무책임했습니다. 그런 경험은 나중에 아이들을 키울 때 거꾸로 작용이 됐습니다. 아는 건 최대한 알려주고 모르는 건 같이 찾아보고 생각해 보는 방식의 양육,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궁금증이 해소되고 늘 질문을 하며 자랐지만 그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니 다시 유난스러운 아이들이 되고 말았습니다. 참 슬픈 일입니다. 세대가 변해도 생각이나 인식이 따라가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또 아프게 깨닫습니다.
 

 

 

'유행'을 외면하고 살다

 
어느 시대에도 유행은 존재했지만 유행을 외면하고 산 사람들은 늘 있었습니다. 똑같은 표정과 화장, 같은 색의 옷과 디자인, 같은 노래 듣기, 같은 영화 보기나 같은 책 읽기, 먹는 것도 집의 구조도.. 아파트 구조가 외국인들의 눈으로 볼 때 신기할만합니다. 개성을 존중하지 않고 다른 것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회의 '암묵적 눈치'가 그렇게 살게 합니다. 가끔은 이런 집단적 사고방식과 삶의 패턴들. 이런 것들이 숨 막히고 무섭습니다. 숨쉬기 힘들고 뇌가 어느 한 곳에서 정지해 버리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공산주의에만 전체주의가 존재하는 건 아닙니다. 지유민주주의를 표방하지만 우린 그 어느 나라보다 전체주의적입니다. 생각의 표준과 의식주의 표준이 존재합니다. 그 범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비난을 하거나 으쓱거립니다. 심각한 것은 생각과 심리의 표준입니다. 남들이 하는 것처럼, 남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것을 이해하거나 수용하지 못하고 굳건하게 자리 잡은 '생각의 틀'에서 움직일 때 그 안에 들어가지 않거나 이탈한 사람들은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자연스레 강한 위기감이 만들어집니다. 그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것으로 치부되면서 스스로를 탓하게 합니다. 그 안에 잘잘못에 대한 판단이나 개선의 의지는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모든 색의 물감을 덧칠하다 도달하는 마지막의 색, 수많은 색깔 빛이 합쳐져서 생긴 빛의 최종적인 색깔! 검은색과 흰색 그 어느 색도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삶이 여러 색으로 얼룩져 만들어지는 것처럼 살다 보면 현란한 순간도 오지만 그 보다 훨씬 깊은 어둠이 내려 가라앉기도 합니다. 똑같은 주변이 만들어내는 지루한 삶은 제일 먼저 고분고분하지 않은 창의성을 소멸시킵니다.
 
 
 
 
 

2023.09.19 - [짧은 생각] 뭐든 당겨 쓰면 탈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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