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 상태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공복감을 느껴본 적이 언제인지 잘 생각나질 않습니다. 사람이 잘 살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몇 가지 중 건강과 관련해서 공복을 유지하는 것은 꽤 괜찮은 방식임에 틀림없습니다. 경험적으로 정신을 맑게 해 주고 숙면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세끼를 모두 먹지 않아서 가능했던 것이란 걸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운동과 의식적인 움직임을 늘려가면서 자주 먹게 되고 그러면서 양도 같이 늘어났습니다. 몸이 심하게 무겁지는 않지만 공복감을 잊은 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모든 감각이 깨어 있는 상태를 느끼는 시간,
우리가 대하는 모든 문제는 대개 두 가지 모습으로 드러납니다. 뭐든 적당하면 좋겠지만, 항상 약간 부족하거나 너무 과하거나 합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초조해하고 실수를 하거나 시간이 아직 너무 많이 남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함부로 시간을 버리기도 합니다. 몸에 영양 공급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아니러니 하게도 몸은 더 쉽게 망가지고 생각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굼뜨고 느리게 움직입니다. 생각하는 기능도 눈에 띄게 떨어집니다. 그걸 알면서도 너무 긴 시간을 그냥 지나치곤 합니다.
제가 경험했던 공복의 시간은, 모든 장기들이 쉬는 시간이라 아주 작은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고 변화하는 것을 쉽게 눈치챌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그저 배가 고픈 상태가 아니라 온 신경의 세포가 깨어나 활동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덕분에 많은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고, 새로운 생각을 끄집어낼 수도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약간의 부족함으로 더 크게 얻는 것들을 이젠 일부러 의식해서 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생존을 위해서 먹다가 잠시 긴장을 놓치고 난 후 공복의 소중한 타이밍마저 놓치고 있습니다. 약간 부족한 상태가 주는 편안함과 약간의 아쉬움, 그리고 얻는 가벼움들이 만들어내는 여유와 건강을 잃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바쁘게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무언가에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 바쁜 생활에서 무엇을 얻고 있는지. 얼마나 만족감을 얻고 있는지 스스로 의문이 듭니다.
현기증 나는 삶에 다시 긴 호흡이 필요해
운동도 종목에 따라 다르지만 어떤 운동은 반드시 긴 호흡을 반복해야 하는 구간이 있습니다. 또 어떤 운동은 짧은 호흡을 리드미컬하게 반복해야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있습니다. 운동 종목에 따라 다르게 숨을 쉬어야 합니다. 수영 선수가 물에서 어떻게 자신의 호흡을 찾는지에 따라 성적은 미세하게 달라집니다. 격투기 선수가 요가 수련자처럼 정적인 상태의 숨을 쉬며 운동할 수 없고 요가 수련자가 달리기 선수처럼 거친 숨을 쉬며 수련할 수 없듯 각기 고유한 영역의 방식이 존재합니다.
우리 삶도 역시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숨 쉬며 살아야 탈이 나지 않습니다. 그 방법이 저는 공복을 유지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태입니다. 아직도 가끔 운동 중에 숨 쉴 구간을 놓쳐서 구토와 현기증이 나는 것처럼 순간순간의 리듬을 놓치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운동 중에는 숨을 잘 쉬어야 운동 효과도 크고 근육통이 덜합니다. 삶도 숨을 잘 쉬어야 의지대로 더 단단한 삶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영양 공급이 몸에 과잉으로 쌓이면서 게을러지고 생각을 많이 놓쳤습니다. 몸에 과잉 공급된 양분과 반비례해서 생각의 깊이는 빠르고 얕게 소진되고 있습니다. 천고마비의 계절, 생각이 살찌는 것보다 빠르게 몸에 살이 찌기 시작하는 때 이기도 합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그동안 익힌 좋은 습관이 스스로 유지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여전히 좋은 것은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 지킬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좋은 계절, 10월엔 그동안 잊고 지냈던 공복 회복을 되찾기 위해 다시 애써야겠습니다. 약간의 부족함, 결핍이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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