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한적한 시간, 길에서 비켜나 길 위에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비슷비슷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표정과 발걸음은 제각각의 방향을 향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 하나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다들 왜 저리 바쁠까요? 무료함이 싫어서 다들 바쁘게 사는 걸까요? 살아있음을 자각하기 위해 혹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인간관계의 그물망을 만드느라 그런 걸까요? 그러다 만나는 구멍들은, 무엇으로 또다시 메꿀까요? 가끔은 삶에서 형용사와 부사를 지운다면 단순해질까? 명사와 동사만 있는 삶이 가능한가? 의문이 들곤 합니다. 꾸밈없는 날 것의 삶 그 자체가 우리 삶이 될 수는 없는 걸까요? 문득문득, 누구의 몇 번째 자식, 누구의 엄마, 누구의 아버지, 누구의 아내, 누구의 남편, 누구의 친구, 누구의 상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