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아마 국민학교 저학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일요일 대낮에 TV앞에서 '구미호'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왜 그걸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수많은 외화물 속에 유일하게 한국 드라마로 충격적이었던 작품임에는 틀림없었습니다. 얼마나 무서웠는지 대낮에 보면서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머리카락이 쭈뼛거릴 만큼 긴장했었습니다. 긴 머리를 풀고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빠르게 움직이다가 괴물처럼 변신하는 모습들은 가히 충격적이고 무서웠습니다. 동화 속에 나오는 뿔 달린 도깨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엔 왜 그랬는지 코미디물 조차도 죽음을 다룬 것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까만 한복을 입고 갓을 쓴 기괴하고 창백했던 저승사자의 모습이 자주 등장했었습니다. 사람이 나고 살다 죽는 공통된 과정에서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