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多]

[짧은 생각] 내 생애, 무선 청소기는 못 사겠구나...

나두매일 2024. 1. 23.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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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물건은 물건을 한번 사면 오래 쓰는 편입니다. 집에 들어온 물건이 잘 나가지 않아서 대부분이 많이 낡아 있습니다. 그래도 불편함을 못 느낍니다. 그나마 제일 순환(?)이 빠른 것이 옷과 전자 기기 정도입니다. 그래서 휴대폰이나 노트북의 짧은 수명이 제일 짜증이 납니다. 기기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고장이 나서가 아니라 단순히 업데이트가 지원되지 않아서 사용할 수 없는 시기가 옵니다. 결국엔 버전 때문에 어느 순간 원하지 않지만 큰 결단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물건이란 것이 손에 익고 자연스레 낡아 사용하는 즐거움도 있지 않나요?

 

 

 

 

기술이 모자라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수명을 정해 놓고 만들어진 물건들은 그래도 튼튼합니다. 그렇지만 제 기능을 다 사용할 수 없는 시기가 오면 멀쩡해도 보내줘야 할 때가 있습니다. 간혹 정이 든 것들은 미련을 갖고 보관을 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사용을 못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대부분의 가전제품들을 구매한 지가 20년이 다 되었거나 그 이상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뭐 특별히 알뜰해서가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고 일부 부품만 교체를 하면 새것처럼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냉장고와 청소기는 정말 오래된 것이라 겉모습이 많이 닳고 흠집도 나서 낡았지만 모터의 기능은 정말 한결 같이 강력해서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저 부속품들이 낡아서 부분 부분 교체를 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품이나 필터를 하나씩 교체할 때마다 불만 섞인 가족들의 한마디가 콕 박힙니다.  

"아,,, 나도 무선 청소기 한번 써보고 싶다고....."

그렇지만 어떡하나요? 너무나 멀쩡한데요.

"기다리면 더 좋은 버전이 계속 나오니까 나중에 최신 버전으로 사면되지~" 약 올리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들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젠 대부분의 제품들이 기술적인 문제에서 굉장히 균등하게 발전해 있어서 이제 기업들은 기능보다 어떤 디자인이 얼마나 더 소비자의 구매력을 자극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그냥 끝까지 같이 가요

 

우린 가끔,  뭔가 자신이 좋아하는 한 가지를 아끼고 잘 견디면서, 오래도록 가꾸고 관리해 가는 방법을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소중한 것과 간직하고 싶은 것들도 상대적으로 꽤 많이 희소해져 가고 있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지를 알면 자신의 삶에서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을 하나씩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물건은 물건일 뿐이지만 물건이 다른 의미로 ‘가치’를 갖는 순간이 오면 낡았다고 함부로 버릴 수가 없습니다. 예전에 아버지가 버리지 못하고 품고 다니던 낡아서 굽이 닳아버린 지갑과 평범한 나무 도마인데도 틈틈이 새것처럼 갈고닦아 쓰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물론 요즘처럼 물건들이 흔한 세상에서 마치 아이들 장난감처럼 금방 싫증이 나면 버리고 새로운 것을 사는 것도 좋지만 오랜 묵은 손때를 탄 물건들은 매번 새로운 기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추억이 쌓인 만큼 정겹습니다.

 

 

물건이 상해 가는 것을 바라보며 함께한 세월을 기억하고 망가진 곳을 고칠 때마다 그래도 아직 고쳐서 움직일 수 있는 내 몸처럼 작동이 되면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모든 물건, 모든 순간에 다 그렇게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자신에게 소중한 몇몇 가지들에 애정을 담아 소중하게 다뤄주고 아껴주는 마음도 조금은 남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왕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끝까지 같이 가 보는 것도 괜찮지 않나요?

 

 

 


 

 

그나저나, 저도 언젠가 자발적으로 무선 청소기를 사용하는 날이 오긴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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