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多]

[짧은 생각] 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 ‘권태’

나두매일 2024. 1. 16.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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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는 언제나 우리 등 뒤에 서 있다.
-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중,

 
 


 
어릴 때는 노인들을 보며, 그 오랜 세월을 사는 동안 무슨 일들이 있었을까?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나이를 먹고 시간이 더디 흐르던 시절엔, 생각보다 세상이 지루하다고 느껴져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심각하게 걱정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든 생각은 어떻게 해야 나머지 주어진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수 있을까로 고민했었습니다. 이젠, 하루도 지루할 틈 없이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또 다른 남은 시간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가끔은 불행에도 감사함을 느낀다

 

가끔은 뜻밖의 불행이나 작은 사고를 당하는 일이 생기면 견디고 이겨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처럼 이만하길 다행이다,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잘한 일들이 살면서 몇 번 반복되면 어느 순간부터는 불행으로 느껴지지 않게 됩니다. 그저 일상의 한 부분으로, 동그라미가 세모 모양으로 바뀐 것처럼 인식합니다. 마치 무언가를 골똘히 만들다가 슬쩍 손을 베는 일처럼,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난 깨진 보도블록에 의해 발복이 접질려지는 것처럼 - 처음의 심각하게 생각하던 원망이나 짜증, 두려움은 남아있지 않게 됩니다. 그저 해결하고 지나가면 그뿐입니다.
 
 
때문에, 좋은 일도 나쁜 일도 그 무엇이 되었던 감당할 자신이 있지만 여전히 권태로움은 감당할 자신이 없습니다. 세상 모든 것에 철저히 흥미와 관심을 잃고 산다는 것이 인간의 삶에서 과연 가능한가 의문이 들긴 하지만 혹여 그런 순간을 맞이한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살면서 요령이 생겨 힘든 것을 극복해 가는 것과는 다른 차원입니다.
 
 
 
 

사는 동안 권태로움의 무덤이 아니길

 

혼자만의 시간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순간이 있을 테고, 혼자만의 외로운 시간, 깊은 고독의 시간은 오히려 감사함으로 견뎌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저 ‘권태’에 빠지면 생각보다 긴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쇼펜하우어의 말처럼 권태를 벗어나기 위해 어떤 새로운 자극을 찾을지도 모르지만,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정해져 있고 또 어쩌면 생각보다 기회가 많을지도 모르지만 그 모든 것이 한순간 의미를 잃어버렸을 때에도 그런 새로운 자극들이 의미와 가치를 갖게 될는지는 의문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철학자로 부르는 것은 아마도 그의 말처럼 그의 철학에 배려가 없다고 느껴져서일지 모릅니다. 그만큼 적나라하게 인간과 삶에 대해 정의하고 있기 때문에 다소 절망적이고 염세적으로 평가되었을지 모릅니다. 인간들은 선택적으로 너무 적나라한 것은 싫어합니다. 적당히 포장해 주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았기에 오해와 외면을 받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부정과 긍정, 부정에서 출발한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방법의 차이일 뿐. 부정적인 감정이 들끓지만 분출하지 못해 괴로움을 안고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집니다. 감정의 소용돌이를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버리는 사람들, 주저앉아 감당하지 못하는 자신을 아예 놓아버리고 사는 사람들, 겉으로는 잘 사는 것처럼 보여도 하늘을 떠다니는 풍선처럼 현실에 발 딛지 못하는 사람들... 건강하지 못한 괴로움의 증상들은 차고 넘칩니다. 그래서 인간들이 추구하는 행복이 아닌 불행과 고통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하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우리에겐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는 철학이 부재한 우리 사회에서 돈이 안 되는 터라 출판사에서 매번 출판을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현실은, 인생의 희망과 행복보다 절망과 고통, 죽음, 파멸에서 시작된 쇼펜하우어의 독설들이 꼭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우리의 시간들이 향한 곳은 어디일까요?

 

 

우리가 인생에서 끊임없이 질문해야 하는 이유를 쇼펜하우어가 사유하는 인간 삶의 성장과 함께 정의하고 있어 본문의 일부를 공유합니다.

 

 

오직 질문을 통해서만 성장한다


고달프고 덧없는 인생이 쳇바퀴처럼 돌아간다.

날마다 우리는 질문한다.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가치 있는 삶이란 무엇인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간은 질문을 통해 살아가는 이유와 목적, 그 속에서 얻어지는 의미와 가치를 추구한다.

철학이란 인간이 살아가는 이유와 그 이유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그전에 궁극적인 목표가 과연 무엇인지를 자신에게 묻고 답을 내리는 모든 행위가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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