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난을 바탕으로
빅 쇼트(The Big Short), 제목만 보고 무슨 내용일지 알 수 없었지만, 크리스천 베일과 브래드 피트의 연기가 궁금했습니다. 처음, 시작부터 속도감 있게 경제 용어가 쏟아지는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게 되는데, 결국 한 번 더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바탕으로 한 영화란 것을 알고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경제 재난 영화입니다. 꼭 한 번은 보기를 추천합니다. 현재의 한국과 많이 닮아 있고 흐름이 너무나 유사해 놀랍습니다.
영화는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가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 그 엄청난 혼란 속에서 어떤 이들이 돈을 벌 수 있었는지, 어려운 경제 용어들이 나오지만 긴장감 있는 빠른 속도 전개가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 줍니다. 영화의 중심에는 한쪽 눈을 잃은 의사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가 있습니다. 며칠 밤을 꼬박 수천 건의 연체 데이터를 확인한 마이클은 주택저당증권 대부분이 변동 금리 서브 프라임 대출로 구성되어 있어서 고정금리 기간이 끝나면 채무불이행 비율의 증가로 미국 주택 시장이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월가에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주택 시장에, 마이클은 주택시장 폭락에 돈을 겁니다. 시장엔 연일 어렵고 복잡한 금융 상품이 쏟아져 나오고 관련한 사기가 일어나는 현실이지만, 아무도 금융 붕괴 징후를 눈치채지 못합니다. 금리 조정과 연체율의 관계에 집중하던 중 마이클은 월가를 돌며 주택시장 가격 하락에 배팅하기 위해 골드만삭스를 찾습니다.
우연히 잘못 걸린 전화로 모기지 채권 신용부도 스와프 관련 정보를 듣게 된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과 투자를 권유하는 제라드 버넷(라이언 고슬링) , 루저들의 투자 설명서로 우연히 정보를 얻었지만 큰 판에 끼어들 수 없는 젊은 아마추어는 비관론자인 밴 리커트(브래드 피트)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큰 수익을 기대하는 아마추어들에게 남긴 밴 리커트(브래드 피트)의 한 마디, "너희들은 지금 미국 경제가 무너진다는 데 돈을 걸었어." 사람을 숫자로만 보는 은행권에 환멸을 느끼고 금융권을 떠난 그의 이 한 마디는, 투자라고 생각한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꼬집어 줍니다. 경제가 무너진다는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직장과 집을 잃는다는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미래가 함께 사라진다는 말입니다.
영화의 결말은 예상대로 주인공들의 승리(?)로 끝나고 실제 마이클 버리는 당시 큰돈을 벌었다고 하지만, 엄격히 말해서 해피 엔딩은 아닙니다.
쉽지 않은 현실 영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미국의 금융위기를 다룬 이 영화는 마이클 루이스가 쓴 책 빅 쇼트가 영화의 원작입니다. 제라드 베넷(라이언 고슬링)이 젠가로 설명해 주는 경제의 붕괴, 부실한 채권을 모아 새로운 CDO를 만들고 그게 부실해지면 또다시 새로운 CDO를 만들고... 이런 파생 상품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습니다. 신용평가 기관들조차 돈을 받고 은행들이 요구하는 등급(AAA)을 파는 상황이 됩니다.
주인공들은 AAA 신용등급의 주택시장 모기지 채권의 실상을 알기 위해서 현장 답사를 합니다. 개 이름으로 대출받은 집주인과 직업을 치료사라 속이고 여러 건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사놓고 가격이 오르기만 기다리는 스트리퍼까지 만나게 됩니다. 시장의 심각한 거품 상황이 확인되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그 어느 누구도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채권 가격은 더 오릅니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주택과 금융 시장이 이 무리 혼란을 겪어도 새로운 상품으로 탈바꿈시켜 판매하는 은행과 이를 관리하지 못하는 정부. 항상 피해자는 국가 시스템을 믿고 충실히 따른 순진한 서민들의 몫으로 남습니다.
Big Short 괜찮은가요?
얼마 전 공모주 청약이 있었습니다. 청약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한국의 모든 현금이 집중되었다고 생각될 만큼, 어마어마한 경쟁률과 관심, 돈의 집중이 확인된 순간입니다. 누군가는 돈을 벌겠지만, 공모주를 위한 무리한 자금 조달로 누군가는 또 눈물을 지을 것입니다. 영화 자체는 너무 재미있었고, 돈을 향한 사람들의 탐욕을 이용한 금융권과 국가의 무책임함을 생각하며 씁쓸함과 분노를 동시에 느끼게 된 영화였습니다. 지금 한국의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바라봅니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은 미국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지만 사람들의 심리와 가격, 국가의 규제나 정책 모두 이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 시기, 앞으로 벌어질 상황에 대해 추측할 수 있게 하는 영화입니다. 배우들의 각자 개성 있는 연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지만 내게는 너무나 어려웠던 영화였습니다. 다시 천천히 보아야 보이는 영화, 경제 시스템에 대한 안목을 키워준 영화였습니다.
영화 첫 장면의 문구 의미를 다시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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