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출근을 하면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 지가 꽤 오래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밖에서 사 먹는 밥보다 직접 만들어서 먹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대개는 도시락을 싸곤 합니다. 게다가 코로나 이후 혼밥으로 적응을 끝낸 지는 오래되었고 결국 메뉴가 항상 고민이었지만 얼마 전부터 한국 음식 중 가장 창의적으로 꾸준히 먹을 수 있는 김빕으로 정착했습니다. 아침은 직접 만든 시리얼과 요구르트, 그리고 과일 한쪽으로 해결을 하고 점심은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김밥과 과일 한쪽으로 도시락을 쌉니다. 재료는 전통적인 김밥 재료부터 제철에 맞는 재료를 모두 활용할 수 있습니다. 김밥의 다양성으로 영향의 균형을 맞춥니다. 단 김밥 한 줄에 모든 것을 담습니다.
진작 김밥을 좀 알았더라면
생각해 보면, 지역이나 계절에 관계없이 김만 있으면 항상 김밥은 만들 수 있는 메뉴였습니다. 진작 김밥을 좀 잘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보통은 밥상에 몇 가지 반찬을 만들어 밥과 겸해서 먹던 것들을 하나로 모아서 싸고 한 번에 골고루 영향을 갖춰 먹을 수 있는 음식, 아주 좋은 메뉴의 발견입니다. 그 덕에 밖에서는 절대 김밥을 사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저 직접 만들어 먹는 것에 한해 김밥 이상의 메뉴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메뉴의 안정화가 지루함을 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건강면에서는 제게 잘 맞는 메뉴로 정착하면서 속이 편안해졌습니다. 잘 체하는 편이라 밖의 음식을 잘 먹기 힘들고 먹고 나면 속이 항상 괴로웠지만 이젠 그럴 일이 없습니다. 음식은 자신에게 맞는 것으로 기분 좋게 먹어야 합니다. 가끔 햄버거나 샌드위치, 베이글 같은 빵류를 먹던 것과 비교하면 역시 든든합니다. 아무리 아침 바쁜 시간이지만 출근 준비 중에도 이젠 10분이면 충분히(물론, 재료는 전날 저녁에 미리 준비해 둡니다. 아침엔 정말 김밥을 말기만 하는 거예요~) 김밥을 쌀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에 풍족한 마음으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시간 절약과 편안한 속을 한꺼번에 해결합니다.
클래식 김밥을 벗어나니 김밥은 화려함 그 자체
어릴 땐 소풍 갈 때나 먹던 김밥(나름의 특별식), 분홍 소시지와 단무지, 시금치, 계란으로 구성된 김밥은 클래식합니다. 당시엔 소시지가 귀하던 시절이라 김밥에 들어간 소시지는 그 맛과 향이 오묘하게 아직도 기억(기억이라기보다는 맛이 뇌에 각인된 것 같은 느낌)에 남아 있습니다. 실제 먹어보면 그리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추억 속의 분홍 소시지는 부티나는 재료임에 틀림없습니다. 김밥은 멸치와 김치, 오징어채, 고추와 각종 나물, 우엉과 단무지, 두부, 유부, 양배추, 상추, 깻잎, 고기(고기는 역시 양념된 불고기가 제일 맛있습니다.)... 등등 무엇으로 만들어도 각각 특별한 맛을 내고 무한히 변신이 가능합니다. 사실 전 김밥을 잘 쌀 줄 모릅니다. 처음 김밥을 만들 때만 해도 여기저기 튀어나온 밥알과 잘린 밥알, 김밥 속의 모양이 참 볼품없더니 차츰 요령이 생기고부터 모양도 맛도 갖춰갑니다. 점점 잘생겨진 멋진 김밥을 먹게 된 사실이 나름 뿌듯합니다.
평소에도 흰밥을 먹지 않아 현미밥을 이용해서 김밥을 쌉니다. 밥이 너무 꼬들거리지 않게 올리브 오일 티스푼 하나를 넣고 밥을 지으면 부드러운 밥을 지을 수 있고 소화력에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건강은 덤으로 챙기게 됩니다. 나름의 탄. 단. 지. 의 비율을 그래도 신경 쓰면서 제철의 나물이나 채소를 활용하다 보니 김밥의 색감은 화려하기 그지없습니다. 잘 먹지 않던 당근 볶음, 시래깃국이나 끓여 먹던 시래기나물, 쌈만 싸 먹던 상추나 깻잎들, 계란 지단이 계절적으로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매일 만들어 사용합니다. 야채로만 싸도, 밥의 양을 줄이고 고기로만 싸도 무궁무진한 레시피의 김밥들은 매일 먹어도 좋습니다.
김밥을 다양하게 싸면서 알게 된 건, 한국 음식의 변형이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입니다. 음식에 별 관심조차 없던 터라 진작 음식에 대해 관심을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요즘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김을 못 먹게 되지는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이 됩니다. 이 좋은 메뉴를 못 먹게 될까 걱정입니다. 김밥은 정해진 틀(레시피)이 있더라도 그때그때마다 다르게 만드는 사람의 창작과 상상력으로 매번 새로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행복한 호사를 안겨주는 음식입니다. 이제라도 김밥을 만들 수 있어 다행입니다. 영원한 소울 푸드가 될 조짐입니다.
2023.11.14 - [짧은 생각] 자신을 위한 '셀프 선물'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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