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해가 갈수록 여름 무더위가 점점 심각해집니다.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폭염과 폭우로 여름을 보내야 한다는 소식을 자주 듣습니다. 매일 움직여야 하는 일상에선, 조금만 움직여도 금방 기운이 떨어지고 한낮에는 따가운 햇빛에 숨이 턱 막히는 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꾸 그늘진 곳으로 숨어들고 시원한 곳을 찾습니다. 공공장소이건 집이건 시원한 곳이 최곱니다. 하지만, 환경을 파괴하는 자동차와 에어컨을 쐬면서 무더위를 걱정하는 이상한 일은 앞으로도 더 빈번해질 것 같습니다. 반성은 하지만 불편함은 참지 못하고 편리함을 포기할 수 없는 이상한,... 그런 상태 말입니다.
갑자기 뭘 어떻게 해야 하지???
한여름 복 더위도 아닌데 벌써 한낮엔 30도를 훌쩍 넘습니다. 부지런히 퇴근을 하고 들어선 집은 금방 시원해집니다. 선풍기와 에어컨 덕분입니다. 지친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맛있는 저녁을 해 먹을 요량으로 이것저것 재료를 냉장고에서 꺼냅니다. 재료를 물로 씻고 손질하면서 TV 야구 경기를 봅니다. 응원하는 팀이 지고 있었지만 아직 시작 초반이니 그래도 연승을 기대하며 봅니다. 맛있는 콩나물밥과 된장찌개를 하기 위해 밥통에 전기를 켜고 가스불을 켭니다. 그런데,...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정전이 됩니다. 밥을 하던 것도 반찬을 만들던 것도 시원하게 해 주던 선풍기, 에어컨도 한꺼번에 멈춥니다. 배는 고프고 뜨거운 열기로 덥지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수돗물을 틀어 볼 뿐입니다. 모든 것이 멈췄지만 손을 쓸 수가 없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되지?
지금과 달리 예전엔, 시골길엔 가로등이 없었습니다. 농부들은 해가 뜨기 전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 종일 일을 하고 초저녁이면, 자연적으로 해가 지면 이른 저녁을 먹고 일찍 잠을 잤습니다. 서울에서 가로등에 익숙해 있던 눈은 시골 밤길이 무척 낯설었었습니다. 포장이 되지 않은 울퉁불퉁한 길을 가면서도 한 치 앞을 볼 수 없어 더듬거리고 눈에 익은 어둠 속에 떠들지조차 못하고 앞만 뚫어지게 바라보며 걸었었습니다. 늦은 마을은 어두울수록 고요해졌고 함부로 떠들 수 없는 침묵 그 자체였습니다. 정전된 아파트 단지의 낯선 어둠은 거대한 침묵 그 자체입니다.
스스로 생존하는 방식을 잊고 살다
전기가 나가면 촛불을 킬 수 있었고, 선풍기나 에어컨이 안되면 부채를 부치곤 했습니다. 가스나 전기로 요리를 할 수 없을 때 아궁이에 혹은 부탄가스를 사용해 음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젠 대부분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것들입니다. 오늘 보니, 우리 생존을 위한 모든 것이 전기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전기만 사용할 수 없게 돼도 생활에서 많은 제약을 받습니다. 강제로 잠시 멈춰진 시간입니다. 초가 어디 있었는데? 당장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냉장고에 뭐가 있더라? 뭘 해볼 방법도 없이 그저 핸드폰 불빛에 의존해 기다려봅니다. 잠깐이라고 생각한 정전은 30분을 넘겨 다음 새벽까지 복구와 정전이 여러 번 반복되었습니다.
오뉴월 손님은 호랑이보다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닙니다. 여름밤의 정전이 호랑이보다 훨씬 무섭습니다. 뉴스에서만 보던..., 까마귀가 배전 선로를 훼손시켜 정전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경험이었지만, 문득 인간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던 히치콕의 영화 <새>가 떠오릅니다. 새의 반란을 현실에서 경험하는 느낌은 유쾌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디지털로 무장된 세상이라도 인간은 여전히 아날로그 몸을 유지하고 있고 아날로그를 방식을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린 점점 스스로 생존하는 방식을 잠시 잊고 살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몇몇 새의 습격조차 감당하지 못하고 모든 것이 멈춰야 하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더 혹독한 무더위와 강한 장마가 올 계절입니다. 여름의 한가운데로 갈수록 모두가 더 지치고 힘든 시간을 견뎌야 하겠지만, 특히 실외에서 일하시는 모든 분들이 무탈한 계절을 보냈으면 합니다. 또한, 이 꼭지에 잠시라도 들러주시는 모든 분들도 건강하게 여름을 지내시기 바라겠습니다. 모두 모두 지치지 않는 계절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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