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多]

[짧은 생각] '사랑'에 대한 자유로운 '착각'에 관하여

나두매일 2022. 7. 26. 20:45
반응형

 

 

 

  '사랑'이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는 매우 아름답고 긍정적입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 무엇도 용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 앞에서는 두려움도 사라지고, 사랑 앞에서는 상상 이상의 용기가 생기기도 합니다. 우리가 상상 혹은 이성 속에서 갖는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사랑이란 말은 잔인하기도 합니다. 부정적인 의미로 쓰일 때 이별이나 상처, 분노, 싸움, 원망, 고통, 거리등 등과 연관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 중 유독  '사랑'에 대해 큰 이미지로 긍정의 의미를 갖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거리두기가 필요한 이유

 


  수학에서 부분 집합의  개념처럼 부정을 포함한 긍정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긍정을 포함하는 부정의 힘이 미미하다면 부정을 포함한 긍정의 힘은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 모두 사랑하는 사람들입니다. 매일 보고 매일 싸우고 투닥거리지만 다시 화해하고 보듬으며 삽니다. 매번 같은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하지만 포기하지 않습니다. '사랑'이란 이름은 그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미운 짓을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도, 심지어 범죄 앞에서 조차도 결국 용서하고 받아들이고 기다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시간을 둡니다.

 

 

  사람의 감정 상태를  '희로애락'으로 요약해 표현합니다. 희로애락 속엔 '사랑'이 섞이기도 하고 '사랑' 속에 희로애락이 섞이기도 해서 말로 설명하기 어렵고 복잡한 새로운 감정을 만들어내곤 합니다. 자식을 키우는 모든 부모들은  '사랑하는 자식을 위한' 마음이 바탕에 깔려있습니다. 모든 것은  '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이 한마디로 요약됩니다. 부모는 자식의 성공을 향한 무한대의 뒷바라지를 합니다. 능력 밖의 기대와 뒷바라지는 자식에게 큰 부담과 압력으로 느껴집니다. 반면 능력이 된다면 무조건 자식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부모들도 심한 강박을 느낍니다. 모두 행복을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론 그렇지 못합니다. 이렇듯 의도와 달리 심리적 부담이나 강박이 생기지만 이 또한 모두 사랑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집니다. 

 

 

  실제로, 우리는 달콤하도고 아름다운 '사랑'이란 말이 여러 이유로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미워하기도 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증오하기도 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과하게 집착하기도 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선을 넘어 간섭하기도 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막기도 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에 대한 기대와 염려를 담아 만들어지는 새로운 감정들이 수없이 다른 얼굴을 만들어냅니다. 때론 사랑하기 때문에 멀리, 거리를 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감당할 수 있는 만큼

 

 


  매년 돌아오는 명절과 각종 가족 행사에 부모님 댁을 찾아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지만, 형제 자매지간 서로 사는 그저 그런 얘기들을 하다 보면 지나친 걱정과 참견 뒤에 다툼이 생깁니다. 결국 두 번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서로 불콰한 얼굴로 헤어집니다. 실체도 없는 앙금들이 십 년, 이십 년이란 해묵은 세월을 보내고도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는 늘 남아 있습니다. 사실, 서로가 상대방의 있는 상태 그대로를 인정할 때 해결이 가능하지만 안타까움에, 속상함에 자꾸 윽박지르고 참견을 합니다. 우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잘 알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성적으로는 가끔씩 꽤 날카로운 판단들을 하지만 감정적인 상태에 대해서는 생각보다 훨씬 무지하기도 하고 편하게 무시하곤 합니다. 

 

 

  각자 안고 있는 '사랑'의 상자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열어보면 알지 못했던 수많은 낯선 감정과 파생된 행동들이 '사랑'의 이름표를 달고 튀어나옵니다. 때론 보물처럼 혹은 재앙처럼 다가오기도 합니다. 그중 우리가 잡을 수 있는 '사랑'의 열매는, 자신에 대한 사랑의 크기만큼만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다른 존재들에 대해서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사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품고 있는 상자 속에 어떤 종류의 보물이 숨겨져 있을지, 그 보물을 잘 가꾸어가고 있는지, 혹은 재앙처럼 다가왔던 것들이 거름으로 잘 쓰이고 있는지... 있는 그대로를 들여다볼 수 있을 때라야 진정 사랑할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자기 이외의 인간들이 지금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있음을 믿는 일, 그것이 사랑이다.

- 시몬느 베이유

 

 

 

 

 

 

2022.07.12 - [짧은 생각] 달팽이는 느리지만 늘 앞을 향해 나아간다

 

[짧은 생각] 달팽이는 느리지만 늘 앞을 향해 나아간다

무언가를 지키는 것과 무언가를 바꾸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어려운 일인가? 한 개인으로써 혹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린 모두 각자의 규칙과 규정을 지키며 삽니다. 조직이던 개인이던 더

gruwriting.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