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이후 영화관을 찾는 건 이제 드문 일이 되었습니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우주에 관한 것은 반드시 영화관에서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탓에 오랜만에 굳이 한낮에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낮 시간에 사람이 얼마나 있으랴 싶었지만, 의외로 만원이었습니다. 음,,,, 이 시간에 왜 사람이 이렇게 많지??
너무 바쁘다 보면, 가끔 세상과 거리를 두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야 쉴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야 나를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사실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과 세상과 거리를 두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무관한 것일 텐데도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면 나를 좀 더 잘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너무 멀리 가진 말자
폰으로 예매를 하고 현장에서 티켓을 수령하는 건 이제 공식이 되어 버렸습니다. 세상의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을 해도, 되도록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만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그런 패턴이 일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예전 ARS가 막 시작되던 시대에 사람 목소리를 듣게 해 달라던 노인들의 항의는, 돌아보면 그래도 조금 낭만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관도 마찬가지입니다. 티켓 출력하는 키오스크, 주차 정산을 위한 키오스크, 심지어 사람이 바로 앞에 있는데도 매점에서 메뉴를 주문하기 위한 키오스크가 종류별로 서 있습니다. 뭘 하더라도 누군가와 말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약간 호러스럽게(?) 왔다 갔다 하는 사람 그림자만 보입니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 우스개 소리로 - 내 나이 사람들이 오랜만에 영화관에 간다는 건 부담일 수도 있겠다며 가족들과 이야기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전자 기기나 기계 조작에 불편을 못 느끼는 터라 동년배들의 답답함이 더더욱 안타깝게 느끼곤 했었는데요, 그런데...!! 키오스크가 안된다! 왜???... 옆 키오스크에서는 계속 사람들이 출력을 하는데 내 앞의 키오스크는 먹통이라 화면이 넘어가질 않습니다. 뒤에 다행히 사람이 없어서 덜 민망했지만,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급! 뇌에 멘붕이 옵니다. 상영 시간까지 얼마 없는데... 할 수 없이 두리번거리며 사람을 찾아봐도 쉽지 않습니다. 꾸역꾸역 출입구 쪽에 가서야 마스크를 낀 직원을 만나 도움을 구했습니다.
스스로 의심하지도 말자
문제는 내가 아니었습니다. 옆 키오스크가 비었을 때 왜 옆으로 가볼 생각을 못했을까요? 내 앞의 기계가 먹통인 건 고장 때문이었습니다. 직원은 확인 후 미안하다 사과합니다. 괜찮다고 하고 돌아섰지만 그 잠시 잠깐 사이 나를 의심하는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다녔습니다. '아, 세상과 너무 멀어져 있었나?.. 그게 내 얘기였나?... 내가 나를 왜 의심했을까?... 그렇습니다. 예기치 못한 순간이 오면 사람은 순간 당황해서 아무 생각을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럼, 뇌는 이성적인 판단을 멈춘 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방향으로 자신을 몰고 갑니다. 그렇게 스스로 기가 죽습니다.
어느 순간이 되었던, 자꾸 벗어나려고 하지 말고 그 안에서 스스로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필요하단 걸 깨닫습니다. 무엇보다, 스스로에 대해 의심하는 순간 세상에서 내 존재는 형체를 잃기 쉽습니다. 정체성이 흔들리면 삶이 박살 날 위험이 훨씬 더 커집니다. 꽤 거리가 있는 영화관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집으로 걸어가기로 한 후, ~~ 로 오면 된다는 친절한 자식의 안내 전화가 옵니다. 흠... 고맙지만, 나도 네이버 지도가 있다고~~~!
오랜만에 세상으로 나간 날, 하루 한낮 잠깐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 어이없음의 잔상은 꽤 오래 남습니다. 이러니, 멀리 혼자 여행이라도 가는데 가족들의 참견이 성가실 정도로 따라다니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순발력이 떨어진 나이의 사람이 낯선 곳에서 심지어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무슨 일이 있을지 누가 알겠냐는... 그건 맞는 말입니다.
결국, 세상과의 거리는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거겠죠. '적당한 거리'에 나를 두고 살아가는 연습을 해야 할 때인가 봅니다. 그렇다고 나이를 먹고 새삼 세상을 겁낼 이유는 없습니다. 천천히 모든 것이 실시간 달라지는 새로운 시, 공간에서 발을 딛고 살아가는 방법을 또 찾아가면 될 일입니다. 지나온 시간도 늘 변하고 있었고 그 시간을 살아냈으니까요!
2026.07.17-[짧은 생각] 따라다니는 것 말고 따라오는 것으로
[짧은 생각] 따라다니는 것 말고 따라오는 것으로
따라다니는 것과 따라오는 것을 구별할 줄만 알아도 조금은 삶이 덜 고달프지 않을까요? 좋은 일이 생기면 꼭 나쁜 일도 같이 옵니다. 기회가 오면 판단을 흐리는 것도 기회만큼이나 함께 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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