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잘 나가던 록스타, 점점 나이가 들어가면서 인기도 전 같지 않고 시들해지는 자신의 삶을 잠시 쉬기로 하고 뉴욕을 떠납니다. 발표한 앨범도 실패합니다. 록스타 존 올먼(해리 코닉 주니어)은 음악에서 잠시 떠나 있기로 하고 지중해 사이프러스에 멋진 절벽 위 자신만의 새로운 공간을 마련합니다.
새로 마련한 집과 절벽아래 펼쳐진 바다의 멋진 풍경, 그러나... 하필 자신의 집 앞 절벽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살 스폿'일 줄이야. 멋진 풍경 앞에서 수시로 만나는 자살하는 사람들, 폴리스라인들, 존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낍니다. 세상의 관심과 사람들에게서 잠시 떠나 조용히 살고 싶은 그의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혼자인 건 쉬워, 누구와 함께 하는 게 어렵지
어느덧 존은 서서히 작은 섬 키프로스에서 마을 사람들과 소통을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사람이 산 적 없는 절벽 위의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던 존,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절벽을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그냥 있을 수가 없습니다. 절벽 위 '울타리 작업'도 시작합니다. 하지만, 지미(클래런스 스미스)의 말대로 모든 절벽에 울타리를 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멜리나(알리 후미코 휘트니)의 할머니를 통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지루할 수 있을지, 반면 또 얼마나 풍요로울 수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고 자신의 방식대로만 살아온 시아, 사람들과 함께해도 곁을 주지 않는 시아의 겉으로 평범한 삶이 얼마나 무덤덤했을지도 느끼게 됩니다.
넌 평생 쉬운 길만 택했어
너 혼자 다 해서 하는 말이야
넌 아무한테도 곁을 안 줬잖아
함께하는 고통을 감수하려 들지 않았어
혼자인 건 쉬워
누구와 함께 하는 게 어렵지
인생의 좋은 건 다 그렇듯이
절벽 위에 사는 록스타로 지칭되는 존은 마을 사람들에게도 점차 관심을 받습니다. 자신이 유명세를 얻기 전 연인이었던 시아와의 어색한 만남, 자신이 몰랐던 시간들과 멜라니와의 만남으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습니다. 절벽에서 자신의 몸을 바다에 던지는 사람들과 달리 자신들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신들의 사랑을 위해, 그동안 평생을 누구도 필요 없도록 노력하면서 살아온 시아는 다시 존을 만납니다.
LET'S TALK ABOUT IT
세레나데를 함께 부르는 존과 멜라니, 하지만 시아는 선뜻 밖으로 나서지 못합니다. 존은 새로운 곡으로 뉴욕으로의 귀환을 앞두고 있습니다. 자신의 일을 찾아 다시 돌아가려는 순간 존이 시아와 함께 하기로 결정합니니다. 해리 코닉 주니어는 가수 겸 배우로 실제 영화에서 자작곡을 포함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간중간 노래를 부르는 그의 모습도 편안하게 볼 수 있습니다.
따듯한 이야기, 미국 영화지만 미국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영화입니다. 아마도 현지어가 사용되고 마을 정서가 그대로 느껴져서 그런 듯합니다. 작은 섬 마을에서 서로에 대해 알고 지내는 사람들의 모습이 새삼 정겨움을 줍니다. 사이프러스 해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빠르게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잠시 비켜설 수 있는 여유를 가져봅니다. 너무 오래 살았다며 자신의 장례를 위한 가방을 챙기고 죽음을 매일의 평범한 식사처럼 기다리는 할머니를 보며, 또 자신만의 사연을 안고 절벽으로 사라져 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살고 죽는 일은 결국 같다는 걸 느낍니다. 단지, 그 순간 옆에서 누가 함께 하는지가 그래서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할 일을 다했다는 할머니, 어쩌면 그래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멜라니처럼 아직 살아야 할 시간이 더 많은 대부분의 우리들은 경험한 것이 적어 앞날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지도 모릅니다.
어느새, 절벽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험을 막고 사람들을 돌아가게 만드는 존(자살 명소 근처에 거주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한 호주의 실존 인물이 모티브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면서 은연중 미소가 지어집니다. 오랜만에 마음이 힐링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코미디 장르 정도의 심각성과 그 정도의 인생에 대한 다양한 모습을 충분히 볼 수 있는 시간, 사람들 속에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또 가끔 웃고 가끔 안타깝고, 가끔은 고개가 크게 끄덕여지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린, 존이 집 앞의 모든 울타리를 제거하고 적어둔 팻말처럼 서로서로에게 'LET'S TALK ABOUT IT'이 필요한 건 아닐까요? 지미의 말처럼, 인정하든 안 하든 우린 누구나 사람이 필요합니다. 곁에, 지금 함께하는 사람을 둘러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2024.07.13-그린 존 Green Zone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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