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튼 아카데미 The Holdovers

 
 
 
사람은 '누구나' 한 가지씩의 아픔을 갖고 산다고 별일 아닌 듯 말하지만 그런 말은 잘못된 말입니다. 그 아픔이 누구나가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가 될 때 분명히 다른 강도로 자주 울컥하게 될 테니까요. 섣불리 하는 위로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때론, 투박하지만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서로 다른 아픔의 힘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작용합니다.
 
 

 

사람 사는 건 어느 시대나 똑같아

 
 
함께 있으면서도 언제나 혼자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1970년 바튼 아카데미, 학기를 마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맞아 모두 가족을 만나러 가고 텅 빈 학교에는 세 사람이 남습니다. 고집불통 역사 선생님 ‘ 폴(폴 지아마티), 문제아 ‘털리’ 그리고 주방장 '메리(데이바인 조이 랜돌프)' 이들 세 사람은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원치 않았던 동고동락을 시작하게 됩니다. 
 
 

 
 

세상은 쇠퇴하고 삶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했던가요? 폴을 보면 정말 학교에서 따라다니며 학생들을 살피고 잔소리하는 꼬장꼬장한 선생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심지어 술집에서 한잔을 해도 꼭 유명한 구절 하나쯤 읊어야 하는 사람, 교훈을 줘야 자신의 할 일을 한 것 같습니다. 지나친 설명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잘난척하며 혼자 뿌듯해하고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서 자긍심이 묻어나지만 그가 혼자인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다들 자신의 삶만 소중하고 다른 사람의 삶은 별 것 아닌 것처럼 무시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지만 누구나 자신의 삶이 가진 의미와 시간이 필요하듯 모든 사람의 삶은 소중합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서 지난 시간을 볼 수 있다고 폴은 말합니다. 역사는 그저 과거사를 배우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답을 찾기 위한 공부라는 것을. 자신의 말처럼 자신의 과거를 반추해 자신의 현재 모습을 이해하고 싶었던 폴이지만, 사실 그는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미움받는 교사일 뿐입니다. 동료에게 무시당하고 교활하게 이용당하지만 모른 채 합니다. 학생들의 야유도 그저 무시합니다. 

 
 
 
 

인생은 닭장의 횃대처럼 더럽고 옹색한 거야

 
스스로 사고뭉치임을 인정하는 털리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정신병원에 있는 아빠를 만나기 위해 학교를 벗어나 보스턴을 향합니다. 평소 부모와 대화하듯 학교 생활을 이야기하지만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빠.. 치매초기인 걸 확인하는 순간, 좋은 아빠로 기억하지만 정신병원에 있는 아빠를 보는 털리에게 그리움과 외로움과 답답함이 한꺼번에 몰려듭니다. 
 
 

 
 
그토록 보고 싶은 아빠였지만 한편으론 만나기 싫었다고, 자신도 언젠가 아빠처럼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고백합니다. 털리의 이야기를 들은 폴은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히 들려줍니다. 아버지와의 관계,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얼마나 가혹했는지 자신과 비슷한 털리를 향해 - 고칠 것은 많지만 달라질 수 있는 분명한 '한 인격체'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우리 삶이 과거에만 매여있어선 안된다는 걸, 폴은 스스로에게도 되새깁니다. 
 
 
식당에서 알코올 때문에 체리주빌레 주문을 거절당하자 각각의 재료로 주문해서 스스로 만들어버리는 메리와 폴의 센스에서 함께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 따듯한 마음을 느낍니다. 해고에 대한 루머는 끊임없이 돌았지만, 털리의 일탈을 이유로 전학을 시키려는 부모를 설득해 털리의 퇴학을 막은 폴은 트레일러를 달고 유유히 학교를 떠납니다. 
 
 

마지막 엔딩 무렵 흘러나오는 노래, 어릴 때 올리비아 뉴튼존의 버전으로 듣던 노랬였는데요, Labi Siffre가 담담하게 부르는 노래 < Crying Laughing Loving Lying>을 천천히 반복해 듣습니다. 그렇죠, 이런 모습이 우리 인생이겠지요?
 
Crying ~ That's why I,  I don't cry
Laughing ~  That's why I,  I'm laughing now
Loving ~  That's why I,  Can't love you now
Lying ~ So why am I lying no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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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의 상처를 가리기 위해 거짓말과 과격한 행동으로 포장을 하고, 사람들을 밀어내고, 자꾸 안으로 숨어버리는 본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막막해하며 새로운 시작을 못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 인생은 하나씩 차근차근 여백을 채워나가는 것입니다. 
 
 
이 많은 여백을 어떻게 다 채우죠?
선생님은 그게 문제예요
그냥 한 글자씩 써 나가면 되죠
그게 뭐가 어려워요?

 
- 바튼 아카데미 The Holdovers 중, 
 
 
 
 
 
2024.09.21-이퀄라이저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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