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에서만큼은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인생을 추구하지만 실생활은 변화보다 단조롭고 지루해서 평범한 일상뿐인 이혼남 게리 존슨(글렌 파월)은 교외에서 새와 고양이를 돌보며 혼자 삽니다. 대학에서 심리학과 철학을 가르치고 내면의 충족감을 느끼며 나름 행복한 생활을 합니다. <히트맨 HIT MAN>은 텍사스주 휴스턴의 해리스 카운티 지방 검사 사무소에서 가짜 청부살인업자로 활동했던 조사관이며 교수였던 게리 존슨의 실제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세상에 맛없는 파이는 없지
전자기기와 디지털을 잘 다뤄서, 뉴올리언스 경찰국에서 시간제 잠복 수사관으로 일하면서 청부살인사건의 증거를 찾는 일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동료 재스퍼(오스틴 아멜리오)가 직무정지를 당하면서 킬러 빌리가 되어 현장에 투입( 청부살인업자로 승진?! 하는....)됩니다. 낯선 분야, 새로운 시도였지만 능청스럽게 상대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서로 확인하고 돈을 받은 후 청부 의뢰인을 감옥으로 잡아들입니다. 의외의 재능을 발견한 게리, 횟수를 거듭할수록 고객 맞춤 서비스까지 충실하게 준비해서 연기하며 몰입도 있게 킬러로 변신합니다. 대단히 빠른 성과를 내며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인생의 흐름도 바뀝니다.
남들이 볼 때 알 수 없는 표정과 잊기 쉬운 얼굴, 자신의 특이한 관심사 ‘인간의 의식과 행동이라는 끝없는 미스터리‘ 에서 생각할 때 자신과 맞는다고 생각한 게리는 ' 고객 맞춤형' 대응으로 고객들이 스스로 범행을 자백하게 유도하며 번번이 의뢰인들을 감옥으로 보냅니다. 게리의 성과가 올라가자 재스퍼는 다시 자신의 자리에 복귀할 수 없게 되고 앙심을 품습니다.
글렌 파월의 영화를 안 본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연기력이 눈에 띈 적은 없었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면서, 카멜레온 같은 변화무쌍한 연기력은 1인 다역을 소화하는 것 같아 몰입하며 봐야 했습니다. 킬러인가 또라이인가? 의심이 들 지경입니다. 게리는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심리학울 이용한 범죄 예방이 목적이었으나 때론 죽이기도 해야 하는 히트맨을 연기하다 잠복근무 중 만난 여자 - 남편을 죽여 달라는 매디슨(아드리아 아르호나)을 만나며 사랑에 빠집니다. 의뢰인과의 사적 감정이 개입된 것을 눈치챈 재스퍼의 계략으로 두 사람의 만남은 방해를 받고 설상가상으로 매디슨의 남편까지 꼬여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대중문화 속 환상.... 을 현실에서 실행하려는 사람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해서 결론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질 즈음, 역시 각색된 허구의 힘으로 뭔가 찜찜한 결론에 이릅니다. 두 사람만의 해피엔딩? 조금 생소한 분야의 직업을 소재로 다루고 뻔한 킬러와 액션이 있는 그런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장르상 코미디라고 하기엔 뭔가 석연치 않고 합법적인 창부 살인 같기도... 폭력적인 남편에게서 벗어나려는 여자가 가짜 히트맨인 남자를 만나며 꼬이고 꼬이며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 가짜 히트맨이 되어 남편을 죽이려는 여자 의뢰인의 맹한 모습에 측은지심이 들어 새로운 출발을 권하다가 사랑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 참 묘한 영화입니다. 현실을 모티브로 했다고 하니 더더욱 묘한 느낌이 듭니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와 살인이라는 픽션의 만남이 만들어낸 새로운 창작물의 인상은 강력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고, 죽이고 싶은 대상이 있다고 꼭 상대방을 죽이겠다고 - 실행하겠다고 마음먹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해 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히트맨이 등장하는 것이겠죠. '실제로 할 수 없는 것을 현실에서 실행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그 일을 직접 실행하는 사람들 - 법을 어겨야 하는 사람들과 그 법을 어기고 실행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의 관계에서 현실적인 법의 효용과 한계를 봅니다.
독특한 소재를 다룬 영화는 액션 장르에 걸맞게 자극적이진 않지만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담담한 연출은 오히려 또라이 같은(?) 끊임없는 흥미와 몰입감을 이끌어냅니다. 전형적인 미국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글렌 파월, 언뜻 착할 것 같고 맹해 보이기까지 한 표정이 숱한 전문 지식을 쏟아낼 땐 또 지식인 그 자체임을 각인시킵니다. 히트맨으로서 고객 맞춤형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과정과 연기는 순발력과 냉정함이 함께 드러나는 입체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총은 쏘지 않지만, 찰진 대사와 표정에서 긴장감과 섬뜩함이 묻어납니다. 배우 한 명의 연기가 한 편의 영화에서 이렇게 다양하고 풍부하게 표현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심지어 자연스럽기까지 합니다. 새로운 배우의 발견입니다. 그동안 봤던 파월의 다른 영화도 다시 한번 봐야겠습니다.
2024.10.05-레이스 투 서밋 Race to the Summit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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