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스 투 서밋 Race to the Summit 2023

 
 
 
오랜만에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습니다. 알프스 등반가 울리 슈텍을 추모하며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알프스 3대 북벽(그랑드조라스, 마터호른, 아이거가)을 정복한 두 명의 알피니스 -  울리 슈텍과 다니엘 아르놀트의 실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자연을 정복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모습 - 그들의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그들이 어떻게 어떤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또 어떻게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지, 산을 오른다는 것이 또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천일을 양으로 사느니 보다 하루를 호랑이로 사는 편이 낫다

 

자연을 정복(?)해 가는 알피니스트들이 서로 기록을 경신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돈을 벌 수 있게 되는 구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인정도 받고 생계 문제도 해결 해야 하는 것이 그들의 현실입니다. 엄청난 압박감과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산을 오르는 사람들, 그들의 목숨 건 도전의 성공과 실패에서 짜릿한 자극과 희열을 느끼는 대중은 꽤나 잔인합니다. 그것을 게임처럼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매번 새로운 도전 앞에서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그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지 그렇지 못한 지가 순간, 생을 가르기도 합니다. 자신의 욕심만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이건 아마 스포츠 외에도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만, 자신이 목표로 하는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순간을 앞에 두고, 과연 준비가 된 것인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스스로 묻고 스스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곧 삶일 겁니다. 

 

 

울리는 아마도 38살에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 된 기분을 느끼며, 세상에서 잊힐 수도 있다는 사실과 자신이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의심하면서 다시 산을 오르다 사고가 난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자기 확신이 필요한 때, 스스로 의심을 거두지 못한 상태는 아니었을까요? 울리의 경쟁 상대로 떠오른 다니에 대한 세상 관심이 커지면서 다니도 올리와 같은 길을 가는 과정이 보입니다. 올리가 하던 말과 생각들, 비슷한 말을 하며 스폰서들의 지나친 관심에 부담을 느끼는 순간을 똑같이 맞이합니다. 하지만, 다니엘은 그 두려움에서 자신을 지켜 내기 위해 자신의 삶과 가족을 위해 스스로 다짐을 해 봅니다.  

 

"안 되겠다, 그만둬야겠다는 말을 너무 늦게 하는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왜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

 

어느 분야에서든 경쟁이 존재하는 모든 곳에서 경쟁 상대가 자신보다 더 낫다는 걸 인정하는 건 괴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더 혹사하며 더 나은 결과를 위해, 자신만이 최고가 되겠다며 무리수를 두게 됩니다. 그러면 결국 대부분은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게 됩니다. 스포츠 분야에서 자신보다 더 빠른 기록을 가진 사람은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또한, 나중에는 그보다 더 빠른 기록을 세우는 사람도 나올 것이 분명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왜 저렇게 까지 해야 할까요? TV와 미디어의 관심이 무모한 경쟁을 더 부추기고 있지는 않은가요? 마치 게임처럼 즐기고 있지는 않은가요?  경쟁에 환호하고 더 극한 경쟁을 즐기는 인간은 잔인합니다. 장비도 없이 맨몸인 채 빠른 속도로 산을 오르는 장면이 광고계에서 각종 미이지로 사용될 거란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을 위해 등반을 하는 거라지만 결국 그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이미지를 팔고 있는 현실은 그들의 원래 목적을 많이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중들이 원하는, 미디어가 만들어낸 경쟁의 극한은 결국 누가 더 빠르게 정상에 도착하는가에 대한 결과만을 부추깁니다. 기록이 경신됨으로써 자신의 기록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을 이기지 못하는 경쟁은 결국 울리의 죽음으로 끝이 납니다. 안나푸르나의 눈보라와 낙석 속에서 단독 등반 후 황금피켈상을 받지만 세상과 언론의 관심은 온통 정상 정복의 근거 찾기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울리의 무심한 대응은 그의 모든 등반 기록에 대한 의구심으로 확대되고, 결론적으로 그의 정상 정복에 근거가 없다며 거짓과 의혹만 남습니다. 그렇게 내, 외부의 비난 속에 다시 찾은 히말라야는 그의 마지막 등반이 됩니다.

 

 

여러 복잡한 구조의 세상살이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스스로 해결해 가며 자유를 찾고 싶었던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접근 방식 - 산을 빠르게 오르는 스피드클라이밍이 그 시작이었지만 세상의 참견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왜곡되는 것은 비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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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이 더 극한의 경쟁을 위한 대결구도가 만들어지면, 늘 상반된 비난과 비방과 의심이 따라다닙니다. 한 개인의 극한 도전이 언론괴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상에 드러나면 '관심과 열광'이란 이름으로 족쇄가 되고, 그 안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됩니다. 그러면, 게임을 누가 끝낼 것인지 그게 자신이 아니라도 상관없다는 것을 받아들일 용기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여기자의 질문을 보며, 세상을 좀 더 직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의 보도는 어떤가?

왜 이런 보도를 하는가?

꼭 기록 경쟁을 시켜야 하는 걸까?

솔직히 시간을 알려줘도 어차피 우린 모르는 세계잖아요?  

그냥 누가 정말 잘했다는 정도로는 부족한가요?

꼭 1위에 올라야 하나요?

 

 

 

 

2024.09.28-바튼 아카데미 The Holdo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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