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데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여름밤을 달려 봐》는 소피아 앨버레즈가 연출 및 각본을 맡은 영화입니다. 부모의 기대에 맞추어 살며 모범생으로 졸업을 앞둔 시기, 오든(에마 파사로)은 대학을 입학하기 전 마지막 여름을 맞아 뭔지 모르게 답답함을 느낍니다. 다른 모습의 자신이 되고 싶어 오든은 아빠와 새엄마가 살고 있는 시골의 작은 해변 마을 콜비로 떠납니다. 오직 학교와 엄마의 울타리 안에서만 지내던 고지식한 모범생의 생활을 벗어나기 위한 일탈로 여행을 선택합니다. 새롭고 낯선 여행에서 마주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과 새로운 친구들과의 만남을 풋풋하게 그려낸 하이틴 영화로 그 나이를 지난 어른들에게도 당시를 추억하며 돌아보는 즐거움을 주는 영화입니다.
불면의 시간을 달려
새로운 낯선 환경으로 옮겨왔지만, 자신의 결심과 달리 오든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고 그대로 반복이 됩니다. 새로운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못한 채 겉돌고 불면증은 여전해 잠들 수 없습니다. 늦은 시간 혼자 책을 보는 시간도 전혀 새롭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같은 시간 책을 읽고 있는 오든 앞에 자전거를 탄 일라이(벨몬트 카멜리)가 나타납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잠들지 못한 채 각자의 밤을 보내던 오든과 일라이의 만남은 각자의 삶에 변화를 맞는 계기가 됩니다. 오든은 지금까지 자신이 생각해 본 적도 없는 근심 걱정 없는 10대의 삶을 느끼고 즐깁니다. 일라이의 도움으로 어린 시절 꿈꿔온 것들을 하나씩 해보는 여름밤 모험을 시작합니다. 일라이와 함께하는 도전과 변화 속에서 오든은 진짜 자신의 모습을 하나씩 찾아 나갑니다. 틀에 박힌 오든의 삶에도 변화가 시작됩니다.
글을 쓰며 가정을 소홀히 한 아빠 로버트, 자신에게 집착하며 성공한 삶을 만들어가려는 엄마 빅토리아 사이에서 오든은 사랑받지 못하고 버려졌다는 느낌을 갖고 친구들과도 소통하지 못한 채 자랐습니다. 일라이는 가장 친했던 친구를 잃어 BMX 선수의 꿈을 포기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세상과 친구들을 등진 채 지냅니다. 오든은 같은 처지였던 일라이와 옆을 같이 지켜준 매기와 친구들을 의지하며 차츰 고립감과 반복된 삶에서 벗어나고 일라이도 다시 BMX 선수의 꿈을 키워나갑니다. 오든의 변화로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한 아빠와 엄마도 각자 행복을 찾게 됩니다. 오든과 일라이도 서로 함께하는 시간만큼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공감해가며 성숙한 시간으로 나아갑니다. 두 사람의 나이에 맞는 깊이만큼 고민하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보는 이에게도 적절한 공감을 느끼게 합니다.
인생의 끊임없는 Quest
우린 모두 각자 넘어야 할 산을 갖고 삽니다. 새로운 시도로 자신을 알아가는 일련의 과정이 삶이고 인생인 것 같습니다. 뻔한 하이틴 로맨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영화였지만 사뭇 묵직한 물음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새엄마 하이디와 아빠를 통한 부부 사이의 갈등, 고등학교 졸업 파티에 가는 것조차 시도하지 못하고 새로운 환경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오든, 또래들과 거리를 두고 겉돌며 혼자 지내는 일라이. 각자 나름의 사연을 갖고 있지만 아파하면서도 모두 마음속 깊이 넣어버린 사연들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깊은 상처들이 결국 겉으로 드러나 터지고 아물어야 새살이 돋는다는 걸 배웁니다. 상처가 아문 그 자리에서라야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는 걸 가르쳐 줍니다. 언뜻 뻔하기도 하고 무심히 보면 밋밋한 영화지만 조금 자세히 보면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고 보는 이들 스스로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자신의 성격이 혹은 환경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땐 새로운 환경과 만남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나중에 돌아보면 더 많은 다양한 내 모습들을 보게 합니다. 낯가림이 심할 때, 아이들과 노는 것 외 대화가 힘들 때, 학교가 바꿔고 친구의 영역이 바뀔 때, 조금은 연극을 하는 느낌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도를 할 땐 늘 새로운 모습과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면 그 안에서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이 만들어지곤 합니다. 평소 해 보고 싶었던 노릇을 하기엔 가장 좋은 기회가 됩니다. 영화에서 처럼 인생에서 늘 끊임없는 Quest를 시도해 보는 것 자체가 인생인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지난 시절 꿈꾸고 아파했던 기억을 추억하게 해 준 깔끔한 영화였습니다.
2022.05.27 - 상큼한 노년 로맨스,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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