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보기]

내 가족 이야기 같은, 더 저지 The Judge 2014

나두매일 2022. 6. 1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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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저지 2014




  능력과 재력 모두를 가진 시카고의 잘 나가는 변호사 행크 팔머(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오래전 떠나온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고향에서 만날 가족들을 생각하면 내키지 않지만 사랑하는 어머니의 장례식을 위해 고향을 찾습니다. 오랜만에 가족들을 만난 행크는 마을의 판사인 아버지(로버트 듀발)가 갑작스럽게 살해 혐의를 받게 되면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면서 잊고 지냈던 가족 간의 얽히고설켰던 불편한 사연이 다시 도드라지게 드러나고 갈등을 재확인하게 됩니다. 제목에서 법정 다툼이 꽤 치열할 것이 예상되는 영화였지만, 재판을 소재로 가족의 갈등과 아픔을 다루면서 낯익은 풍경과 스토리로 따스함을 느끼게 하는 영화입니다.


이 집안은 망할 놈의 피카소 그림 같아




  행크는 남부러울 것 없이 능력과 재력을 모두 가졌지만 가족에 있어서만큼은 왠지 커다란 허전함을 안고 있습니다. 부인과는 이혼 직전의 관계에 있고 어머니의 부고로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와의 관계는 어색하기만 합니다. 야구에 재능이 있었던 형 글렌(빈센트 도노프리오)과 영상 남기기를 좋아하는 동생 데일(제레미 스트롱)과의 만남도 역시 형제들 답게 티격태격하지만 마음속 한편 여전히 불편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갑작스레 살해 혐의를 받게 된 아버지, 아버지가 고용한 고향 마을의 변호사가 무능한 것을 참지 못해 행크는 직접 변호를 맡습니다. 어릴 때 자신의 음주운전으로 촉망받는 야구선수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형 글렌에 대한 미안함과 벌로써 자신을 소년원에 보냈던 아버지에 대한 서운함이 행크의 마음을 계속 불편하게 합니다. 세월이 지났건만 행크는 아버지를 절대 이해할 수 없었고, 두 사람은 오랜만의 만남에도 아픈 상처를 다시 끄집어내고 싸웁니다. 다행히 재판과 변호를 계기로 대화를 하면서 서로 조금씩 마음속의 앙금도 풀어가지만, 꼬장꼬장 고집 센 판사로서의 아버지 대신 늙고 병든 힘없는 노인으로 아버지의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형제간의 갈등도 일부 나오긴 하지만 아버지와의 화해,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형제간의 관계도 회복합니다.


  가족이란 늘 같이 있는 사람들이고 서로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이해하리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예측과 달리 가족 외의 사람들보다 작은 것에 더 서운해하고 화를 내는 것이 가족입니다. 마음속에 웅크려 있던 분노의 감정과 이해할 수 없는 감정들을 대화로 해결하지 않으면 남들과의 관계보다 더 멀어지기 쉽습니다. 영화 <더 저지>에서는 이런 가족 간의 불편한 감정을 해소해 가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함께 따라가게 합니다.


세상 어떤 아버지도 다 똑같다

 
 

   2시간여의 꽤 긴 시간이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 노력에 공감이 생겨 지루하진 않습니다. 잠시 나의 가족을 돌아보는 시간도 됩니다. 어쩌면 내 가족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명절에 오랜만에 가족을 만나고 부모님을 보러 고향으로 가지만 그 짧은 며칠을 못 참고 싸우고 투닥거리다가 애매하게 헤어지는 게 우리의 현실 부모, 형제, 자매들입니다. 생각만 하면 골치가 아프고 돌아서면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또 이유도 없이 서운한 가족. 뭘 해 주는 것도 없이 걱정만 하다 보면 짜증 나는 머리 한 켠에 있는 구름 같은 다들 그런 가족들이 있지 않나요? 제게도 그런 가족이 있습니다. 꼬장꼬장한 공무원이었던 아버지와 가부장제의 세월을 살아오신 어머니, 어릴 땐 다들 어머니처럼 혹은 아버지처럼 그런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도 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내가 그 부모님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조금 인생을 살아본 시간이라 더욱 크게 공감할 수 있었던 듯합니다. 가족들로 인해 마음이 힘들어 본 사람들이라면 영화로 인해 오히려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담담한 결말과 함께 흐르는 Coldplay의 엔딩곡 The Scientist... 다시 시작하고 싶은 행크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것 같아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막내아들 데일이 찍은 영사기를 통한 어릴 적 영상들이 새삼 아날로그적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영화에 한 쉼표를 주는 것 같아 참 좋았습니다. 오랜만에 내 가족 이야기 같은 영화에서 위로를 받게 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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