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보기]

감각적인 색다름이 있는 영화, 드라이브 Drive

나두매일 2023. 2. 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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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에 있는 길이 10만 개쯤
경로는 몰라도 되고
시간과 장소만 대면 5분까지는 책임지지
그 5분 동안은 무슨 일이 벌어져도
옆에 있을 거야
하지만 1분만 넘어도 알아서 해야 해


프로의 향기가 느껴지는 드라이버(라이언 고슬링)의 오프닝으로 시작하는 <드라이브>, 액션 범죄 스릴러 영화지만 로맨스가 살짝 더해진 영화입니다. 영화는 삶의 의미라곤 오직 스피드밖에 없었던 한 남자가 그의 일상에 작은 파장을 일으킨 한 여자를 만나며 변해가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Do you understand?



일상에서는 자동차 정비공과 스턴드맨으로 살아가는 드라이버, 뛰어난 운전 실력으로 무료한 삶 속에 가끔 범죄를 돕는 일을 하며 지냅니다. 영화 마지막까지 일관된 드라이버의 태도가 흥미로웠던 영화인데요, 굉장히 차분하고 절제력도 있는 주인공 드라이버. 무표정하고 조용한 말투와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태도들이 눈에 띕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액션물의 현란하고 시끌벅적한 장면은 없습니다.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는 드라이버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때면 반복적으로 나오는 말 - Do you understand? 이 필요한 장면들은 모두 서늘함 그 자체가 느껴집니다. 나지막하고 조용히, 세상을 향한 어떤 확신과 확인을 하려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세상 속에서 남들처럼 직업도 갖고 생활인으로 살고 있지만 왠지 세상에 속하지 못하고 불안정하게 떠돌며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그러다 무덤덤한 일상에서 아이린(캐리 멀리건)과 그녀의 아들 베니치오를 만납니다. 그전과는 다르게 세상과의 연결을 아이린이 해 줍니다. 냉혈한인 줄 알았던 드라이버가 아이린과 베니치오를 대하는 모습에서 따듯하고 자상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드러냅니다. 한 여자로 인해 안에서 깨어나는 감정(사랑일지, 위안일지)을 하나씩 꺼내며 세상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곧 출소한 아이린 남편의 일이 틀어지면서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드라이버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가 된 아이린이 위험해지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드라이버는 모든 것을 걸지만 자신에게 닥친 위험성만큼 아이린과의 관계도 위험해집니다. 아이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의지했던 새넌(브라이언 크랜스톤)의 죽음을 겪으며 드라이버는 잔혹한 자신을 드러냅니다. 남편과 함께하지 못하고 지냈던 아이린의 로맨틱한 꿈도 드라이버의 위험성 앞에서 현실 불가능한 것으로 남게 됩니다.



신 곁에 있었다는 것은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었어




물론 영화 장르를 감안해도 중간중간 상당 수준 이상으로 잔인한 폭력 장면들이 나오지만 드라이버가 마주한 감정과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현실과 닮아 있습니다. 오히려, 액션 장르지만 몇몇 장면들은 지나칠 정도로 고요하고 그 고요함을 담은 앵글 구도가 혹은 화면의 색감이 무척 세련되고 아름답습니다.




라이언 고슬링이 출연한 영화 중 <라라랜드>와 비교될 만큼 굉장히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드라이버의 눈빛을 따라가며 보게 되고 눈빛이 어떤 대사보다 강력한 의미를 전달합니다. 표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드라이버의 변해가는 눈빛과 감정을 따라가면 마지막 지점엔 허무와 고독함이 남습니다. 표정에서 서늘함이 보입니다. 그렇기에 액션물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장면이 폭력적이고 잔인하지만 뭔가 요란하지 않고 차분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액션과 잔인함이 동시에 나오지만 묵직한 슬픔과 쓸쓸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세상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모습, 이야기의 끝무렵 버니(앨버트 브룩스)를 죽이고도 돈을 버리고 사라지는 그의 모습에서 자유로움보다 깊은 슬픔이 느껴집니다.



드라이버에게는 어쩌면 세상을 살기 위해 돈보다 더 절실히 다른 것이 필요했을지 모릅니다. 아이린과 함께할 수 있었다면 드라이버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상해 봅니다. 아이린에게 마지막 안부를 전하던 말처럼, 아이린을 만난 것이 그의 삶에서 굉장한 사건이었지만 결국 세상 속에서 또다시 떠나며 원점으로 돌아가는 방황이 크게 다가옵니다. 폭력성이 싫어서 액션 영화를 자주 보진 않지만, <드라이브>는 드라이빙과 폭력, 로맨스가 서로 균형 있게 잘 어우러져 폭력적인 장면보다 세련되면서도 감각적인 영상의 매력이 더 기억에 남는 잘 만들어진 색다른 영화입니다.





2023.01.27 - Green Zone ?, 그린북 Green Book

Green Zone ?,  그린북 Green Book

은 1962년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미국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두 남자가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하며 겪는 인종 차별과 편견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박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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