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보기]

로스트 인 더스트 Hell or High Water 2016

나두매일 2023. 2. 2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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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원주민의 땅이었던 텍사스의 황량하고 건조한 풍경 속 새로운 서부 이야기, <로스트 인 더스트>는 빚더미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두 형제 토비(크리스 파인)와 태너(벤 포스터)의 이야기입니다. 가족의 유일한 자산이자 어머니의 유산인 농장을 물려받았지만 소유권이 은행의 차압 위기를 맞습니다. 절망적인 현실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 형제는 은행을 털기로 합니다.      
 
 
 
 

빚이 있으신가요?  손쉬운 대출을 받으세요

 
 
 
두 형제는 빚더미에서 벗어나고 어머니의 농장을 되찾기 위해 시내의 미들랜즈 은행을 시작으로 강도짓을 벌입니다. 목표한 돈을 마련한다면, 석유 채굴이 가능한 어머니 농장을 되찾기만 한다면 가난에서 벗어날 희망이 생깁니다. 직장을 잃어 이혼한 아내에게 보내지 못한 양육비도 보내고 자식들에게 아버지 노릇도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은 가난에 허덕이면서도 자식에게는 가난을 대물림해 주지 않으려는 아버지로서 토비의 마음과 동생을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은 형의 마음이 ‘범죄’ 로 나타납니다. 전과자 출신의 형 태너와 차분하고 이성적인 성격의 동생 토비는 은행을 터는 데 성공합니다. 은행을 턴 돈은 원주민 카지노에서 칩으로 바꾸며 세탁을 하고, 세탁한 돈을 다시 은행에 맡기는 치밀함을 보입니다. 한편, 연달아 발생한 은행강도 사건을 수사하던 베테랑 형사 해밀턴(제프 브리지스)은 그간의 경험으로 지능적인 범죄 수법을 눈치챕니다. 본능적 직감으로 수사망을 좁혀 그들을 추격하기 시작합니다.
 
 

 

황량하고 건조한 풍경이지만 서부 영화에서 흔히 보던 액션이나 총싸움이 아니라 생활고에 시달리던 평범한 인생들이 어떻게 쉽게 범죄에 빠지게 되는지 잘 그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범죄를 이용(?)하는 형제들의 이야기, 분명히 서부 영화지만 중간중간 도로변에서 흐르듯 '신속 대출'을 반복해서 외치는 대출 광고 표지판을 보며 우리가 일상에서 은행 자본의 위험에 얼마나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가난은 전염병 같아 모두 병들게 해

 


자본주의의 살벌함이 그들의 가난과 함께 황량한 풍경을 더 살벌하게 합니다. 미국 중산층의 몰락을 빠르게 가속화하는 은행 자본은 힘들이지 않고 담보한 집을 삼켜버리고 그들의 인생을 무너뜨립니다. 그들은 분노하고 좌절합니다. 영화는 간결하고 건조하지만 그 안에 사는 사람들 나름의 생존 방식(?)인 범죄가 결국 잘못된 사회의 구조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걸 보여줍니다. 
 
 
마지막 은행을 털려던 계획이 틀어지며 위기에 빠집니다. 태너는 토비를 위해 마지막 말을 남기고 경찰을 자신에게 유도하며 시간 싸움을 벌입니다. 결국 태너는 해밀턴의 총에 죽지만, 토비는 이미 경찰의 추적에서 멀어진 상태였습니다. 극적으로 농장을 되찾은 토비는 가족을 지킬 수 있게 됩니다.

 
해밀턴이 백인 우월주의를 드러내며 원주민에 대해 함부로 인종 차별을 하는 장면은 보는 내내 불편한 부분이었지만 그 역시 그들의 명백한 현실이기에 영화에 가감 없이 반영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원주민 농담을 무덤덤하게 받아넘기지만 알베르토(길 버밍햄)의 말엔 그의 진심과  토착 원주민이 백인들의 무력으로 쫓겨났듯 이젠 자본에 의해 그 백인들도 무너져가는 서부의 풍경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래전에 선배님의 조상들도 토착민이었어요
외지인들이 와서 그들을 죽이고
정신을 무너뜨리고 복속시킨 거죠
150년 전만 해도 우리 조상들 땅이었어요
지금 보이는 모든 게
어제 본 모든 게
저들의 증조부모들이 빼앗아간 거죠
이젠 그들이 털리고 있어요
이번엔 군대가 아니라 저 개자식들 손에요
"텍사스 미들랜즈 은행"
 
 
최소한의 대출을 해주고 갖은 명목의 수수료를 챙겨 은행이 끊임없는 수익을 실현할수록 고객이 빚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는 자본의 구조와 부당함은 현실입니다. 그렇게 25,000 달러를 빌려주고 콩고물을 두둑이 챙기고도 땅을 뺏을 장치를 해둔 채  43,000 달러를 갚게 합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간결하고 건조합니다. 크리스 파인과 벤 포스터의 연기는 감정이 과하지 않아서 좋았고 잘 짜여진 대본은 덤덤하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강한 긴장감을 끌어냅니다. 태너의 죽음으로 해밀턴은 토비의 공범에 대해 확신하면서도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되고, 토비는 형의 죽음으로써 완전범죄를 ‘성공해 낸’ 상태가 됩니다. 서로 알지만 서로 말할 수 없는 두 사람, 하지만 이들의 공감대도 결국엔 자식을 위해서 못할 것은 없다는 것에 도달합니다.



범죄는 침착했고 영화는 깔끔하고, 음악은 컨트리하고도 경쾌합니다. 텍사스의 풍경은 한없이 여유롭지만 먼지 속에 모든 것이 사라진 듯한 평원의 영상미는 한없이 아름답습니다. 몰락해가는 지역 사회와 함께 삭막한 자본주의 속에 숨 막혀하는 형제들,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Hell or High Water...  이 영화를 한마디로 압축해 놓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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