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발견한 프랑스 로맨틱 코미디 영화, <롤링 투유>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프랭크 두보스크(조셀린역)가 감독하고 직접 출연까지 한 영화입니다. 조셀린은 잘 나가는 사업가로 직업은 직업대로 순탄하고 덕분에 돈도 풍족한데 매력까지 갖춘 남자입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하지만 바람둥이 기질을 버리지 못하고 한 여자에 정착하지 못한 채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갑니다.
우연히 가볍게 시작한 거짓말...
평소 여자를 너무 좋아하는 조셀린은 종종 다른 사람 행세까지 해가며 데이트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집에 갔다가 잠시 앉은 휠체어로 인해 엄청난 오해를 받게 되면서 갑작스럽게 장애인 노릇(?)을 하게 됩니다. 옆집에 이사 온 쥘리가 인사차 들렀을 때 휠체어에 앉아 있는 조셀린을 보고 장애인으로 오해를 합니다. 쥘리가 마음에 든 조셀린도 맞장구를 치며 장애인 행세를 합니다.
그러다 쥘리의 소개로 진짜 휠체어를 탄 플로랑스(알렉산드라 라미)를 만나게 되고 구김 없고 유쾌한 그녀에게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장난으로 시작한 거짓말이었지만 이젠 플로랑스를 만나기 위해 조셀린은 장애인의 생활을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차츰 양심에 가책을 느껴 자신이 비장애인이란 사실을 고백하려고 여러 번 시도하지만 매번 적절한 순간을 놓치고 맙니다. 역시 모든 것은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사실대로 말하고 싶지만 처음엔 플로랑스와 관계가 끊어질까 봐 망설이고, 나중엔 그녀에 대한 감정이 사랑으로 발전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합니다. 미친 짓을 그만두라는 친구의 진심에 의한 충고도 비서의 충직한 도움도, 다 소용없게 되고 플로랑스를 만나면 만날수록 자신을 자꾸 돌아보고 반성하게 됩니다.
장애인인 플로랑스로 인해 오히려 조셀린이 삶의 활력을 얻고 세상을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됩니다. 플로랑스가 테니스 게임을 하거나 마라톤을 하며 즐기는 모습은 무척 매력적입니다. 플로랑스는 신체적인 장애를 갖고 있지만 자신의 신체를 한껏 움직여서 오히려 조깅을 즐기는 성공한 사업가 조셀린보다 훨씬 더 활기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조셀린보다 플로랑스의 매력에 더 집중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플로랑스의 클래식 연주를 보기 위해 프라하로 간 조셀린, 이번에도 사업을 핑계로 또 다른 거짓말을(역시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휠체어를 탄 몸이지만 악기, 운동 그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재능을 갖춘 플로랑스 , 자신과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습니다.
계속하고 싶었어, 어쨌든 가장 힘든 건 모든 게 끝날 때니까
플로랑스는 조셀린이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끝까지 모른 척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솔직하지 못한 것에 더 마음이 불편한 조셀린은 안절부절못합니다. 자신의 성공한 모습은 화려하지만 마음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트럭에 치일 뻔한 플로랑스를 구하기 위해 조셀린이 뛰어들며 거짓말은 그렇게 끝이 납니다.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합니다. 타이밍과 정직, 신뢰에 대한 생각을 해 봅니다. 조셀린의 어설픈 거짓말로 시작해 진짜 사랑을 찾아 플로랑스에게 다가가지만 그 근본 바탕에 있어야 할 신뢰의 부재가 얼마나 커다란 장벽인지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신체의 장애를 가졌지만 훨씬 더 자유롭고 활기찬 생활을 하는 플로랑스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삶은 장애의 불편함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플로랑스의 미소를 보면 같이 건강해지는 것처럼 기분이 좋아집니다.
우린 모두 같은 사람입니다. 단지 미음이 더 불편한 사람이거나 혹은 몸이 더 불편한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누구나 아픈 구석은 하나씩 갖고 있습니다. 불편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자신이 그것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일 뿐. 스스로 아픔을 알고 극복하는 과정에 장애인이 있는 것이라면, 오히려 자신의 아픔 자체에 대해 인식이 부족한 것이 비장애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2023.02.03 - 감각적인 색다름이 있는 영화, 드라이브 Dr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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