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보기]

인생 2막의 우정

나두매일 2022. 10. 2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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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매일 숨 쉬듯 출근하던 길이 달라져서, 가던 길 위에서 길을 잃고 어쩔 줄 몰라하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면? 상상이 가시나요?  <인생 2막의 우정>의 찰리 번스(빌리 크리스털)가 그렇습니다. 코미디 작가로 황성하게 활동하던 찰리, 이젠 나이를 먹고 일선에서 조금 거리를 둔 시점이지만 치매 진단을 받고 기억을 위해 메모를 하고 자신만의 일상적인 루틴을 지키며 생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외부의 요인으로 루틴이 깨져 두려워지는 순간 앞에 놓입니다. 

 

 

 

처음엔 뭔지도 몰랐어요

 

 

 

'그냥 기억이 깜빡 깜박했죠.' 그렇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나이를 먹고 당연히 기억이 깜빡깜빡한 상황이 반복되고 늙었음을 실감하며 쉽게 넘어갔었지만 아들과 함께 대화를 하면서도 앞에 있는 남자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당황스러운 순간이 옵니다. 찰리가 코미디 작가라는 직업적 특성 때문에 그가 하는 모든 말이 농담처럼 사람들에게 이해되고 덕분에(?) 그의 치매는 들통이 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찰리는 도서관 건립 모금 후원을 위한 자선 경매 행사에서 '찰리와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나온 에마(티파니 하디쉬)를 만납니다. 에마는 장난 삼아 헤어진 남자 친구의 '22달러 경매 표'로 식사를 하러 나옵니다. 식사 중 해산물 알레르기로 에마가 병원에 실려가고, 얼떨결에 찰리가 뒷감당을 합니다. 에마가 병원비를 갚기 위해 찰리를 찾아갔을 때 가족들 사진 앞에 붙여진 이름표들, 찰리가 방송 중 출연진 이름을 말하지 못하지만 재치 있게 위기를 넘기는 과정을 보며 찰리의 이상을 알아차립니다. 

 

 

 

 

 

 

길어야 1년 남짓한 시간만 남은 상태, 아무도 찰리의 병을 모르지만 우연히 만난 에마가 찰리를 돌보겠다고 나섭니다. 두 사람이 특별한 관계는 아니지만, 에마는 혼자 있으면 안 되는 수준에 도달한 찰리를 그냥 둘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인생 잘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기억이 싹 지워져 버리는 순간, 신이라도 - 그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어 합니다. 다 끝났다며 혼자 있게 해 달라고 소리치지만, 찰리는 너무 막막한 상태에서 앞이 안 보여 두려움에 떱니다. 하지만, 에마 덕분에 웃음을 잃지 않고 일상을 살아갑니다. 에마 덕분에 웃으며 두려움보다 기억이 남아 있는 순간을 즐기며 의미 있게 보내려 애씁니다. 

 

 

당장 먹고 난 점심 메뉴조차 생각나지 않는데도 오래 전의 잊고 싶은 기억은 너무나 자주 선명하게 떠올라 괴로워하는 찰리, 에마는 찰리가 기억을 잃기 전에 찰리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남기려 합니다. 밀랍 인형 박물관을 가자는 찰리, 에마는 심각성을 느낍니다. 에마는 손녀 리지의 가출로 딸을 찾던 프랜신과 알렉스에게 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지난 일을 되돌릴 순 없어 글처럼 고쳐서 쓸 수는 없어

 

 

 

코미디 작가로 유명세를 날리던 찰리가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넉넉지 않아 아내는 불만이 쌓입니다. 가족들과 소원해진 시간들이 늘 찰리에겐 미안함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내가 사고로 죽고 나자 화를 풀지 못했던 아내의 죽음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습니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아내에 대한 글을 쓰고 싶은 찰리, 하지만 가족과의 소원한 관계가 발목을 잡습니다. 코미디 대본을 쓰는 작가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가족과의 화해하지 못한 불편함이 남아 있습니다. 에마의 도움으로 글도 조금씩 쓰기 시작하고 찰리의 병을 알리면서 서서히 가족 관계를 회복하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말할지 몰랐거든. 무섭기도 했고 아프든 말든 너희가 신경 안 쓸까 봐.
너희가 날 용서해야 나도 날 용서할 수 있을 거 같아.
잠자리에 누우면 너희 화난 얼굴이 떠올라서 땀 뻘뻘 나는데 이젠 그러기 싫어.
그럴 시간이 없어, 이제 현재를 살래

 

 

모든 가족들은 그 나름의 이야기와 남모르는 아픈 사연들을 안고 있습니다. 찰리의 이 고백은 너무 슬픈 말이지만 그만큼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말이기도 합니다. 

 

나이를 먹고 늙어가면서 어느 날 불쑥 찾아온 치매, 베테랑 코미디 작가 찰리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찰리와 우연히 만난 길거리 가수 에마의 유쾌한 만남은 처음부터 영화를 가볍고 쉽게 접근하게 합니다. 한껏 무거운 주제지만, 웃으며 생각을 하게 합니다. 두 사람은 세대 차이를 뛰어넘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인간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우정을 나눕니다. 그들의 우정은 사소해 보이지만 의외로 재미있고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오래전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보았던 빌리 크리스털의 노년 모습도 새롭고 여전히 유쾌합니다. 가족과의 화해까지 조금 벅차고 빠른 마무리가 되어 아쉬운 감이 있지만 노년의 삶에서 느낄 이야기를 따듯하게 담아낸 좋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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