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그래버 작, 『그 남자, 좋은 간호사』 는 연쇄살인범 찰스 컬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영화입니다. 언론인 찰스 그래버의 10여 년간의 추적 조사 끝에 끔찍한 범죄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게 됩니다. 16년간 끊임없이 발생한 살인 사건-사형을 면하기 위해 자백한 살인만 40여 건에 달하고 추정은 400여 건의 사건-이 우리가 위급할 때 목숨을 내맡기고 살기 위해 찾는 병원에서 일어납니다. 찰스는 무려 9개의 병원을 옮겨 다니며 미스터리한 연쇄 살인을 저지릅니다.
환자들을 따듯하게 대하는 싱글맘 에이미(제시카 차스테인)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장병을 앓고 있지만, 집중치료실 간호사로 일하며 고된 업무와 야간 근무를 감당하고 있습니다. 점점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상황, 에이미는 새로운 간호사 찰스(에디 레드메인)와 야간 근무를 함께 하면서 위로를 받으며 어려움들을 이겨나갑니다. 점차 두 사람은 신뢰와 우정을 만들어가고, 차츰 기운을 얻은 에이미는 아이들과 함께 할 자신의 앞날에 대한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갖게 됩니다.
환자의 비밀유지를 최우선으로...
그러나 이유를 알 수 없는 환자들의 잇따른 죽음으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찰리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사건을 담당한 검사와 환자의 비밀 유지를 내세우는 병원의 미온적인 태도로 경찰 수사가 어려움에 빠지지만, 재직 중인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하던 중 에이미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에이미는 찰스의 전산(픽시스) 자료에 의문점을 갖고 자신의 목숨과 딸들의 안전을 위해 진실을 파헤치는데 함께합니다. 독극물이 작용했으리란 불충분한 근거는 있지만, 시체를 화장하고 근거를 남기지 않은 석연찮은 살인 입증을 위한 에이미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발생한 '살인사건' 조사에 대해 소극적인 대처만 할 뿐, 당사자를 퇴사로 마무리하는 병원.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사건을 서로 은폐하고 마무리하는 방식을 택하는 모습에서 미국 의료 시스템의 허점과 어두운 면이 드러납니다.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곳이지만 한낱 비즈니스로 전락한 병원 산업이 환자를 어떻게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는지, 돈을 위해 목숨도 한낱 돈벌이(수단)에 불과하다는 지점은 굉장히 불편한 부분입니다. 누구나 살기 위해서 무조건적인 신뢰를 갖고 목숨을 내맡기게 되는 의사와 간호사, 찰스는 병원 근무 중 잦은 항의와 경고가 반복되었지만 해고 후 다시 직장을 얻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장기간 수많은 살인이 반복적으로 가능했던 것 역시 병원의 이런 사건 은폐와 단순 해고로만 처리되는 조치가 크게 작용을 한 것 같습니다.
아무도 막지 않아서 그랬다
충격적인 것은 에이미와 함께한 경찰 조사에서 찰스의 말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살인을 했는지 묻자, "그냥 했다, 아무도 말리지 않아서 그랬다." 너무나도 무서운 말을 합니다. 환자의 이름이나 상태, 병증에 대해서 무관심하면서도 자신이 살인한 이유였습니다. 하나의 잘못을 보고 사소하다고, 한 번쯤이니까, 혹은 귀찮아서...라는 이유로 방치하게 되면 얼마나 무서운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 끔찍한 실례를 보여준 영화입니다.
수사에 협조하지 않던 찰스에게 에이미가 진심으로 다가가 그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장면, 범행 자백을 하는 장면에서 두 주인공의 눈빛과 섬세한 표정 연기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됩니다. 처음부터 조용하게 블루톤의 느낌을 유지하며 살인자의 살인 배경을 다 보여주진 않지만, 그 어떤 스릴러보다 가슴 조리며 봐야 했습니다. 영화 내용이 실화라는 것이 충격적이고 현실은 영화보다 그 이상의 모습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두 주인공의 차분한 연기 속에서 묘한 긴장감이 마지막까지 이어집니다. 이혼한 아내와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찰스의 비정상적인 히스테리들이 언뜻 보일 땐 에디의 연기에 소름이 돋습니다.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범죄와 폭력이 너무나 평범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는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력은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검사의 매너리즘에 사로잡힌 사건 처리를 경찰이 지적하고 적극적으로 수사하는 과정은 신선한 부분이었고, 검찰과 마찬가지로 사건을 함께 묵과하고 말았다면 더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더 많은 생명이 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이 처벌에 적용한 복역 기간(18번의 종신형으로 2403년에나 가석방이 가능하다)을 보며 그런 강력한 처벌이 가능한 사법제도가 부럽습니다. 그렇지만, 마지막까지 드는 의문은 왜 아무도 그를 막지 않았을까? 피를 흘리거나 총을 쏘며 폭파하는 직접적인 폭력의 잔인한 장면은 없었지만 우울한 분위기와 함께 조용히 행해지는 잔인함이 공포스러웠던 영화였습니다.
2022.10.29 - 복수를 피할 수 없었던, 슬리퍼스 Sleepers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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