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다이아몬드>는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아프리카가 배경입니다. 최상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보석 다이아몬드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처참하고도 슬픈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실제로 1999년, 다이아몬드 지역 지배를 두고 내전이 벌어진 시에라 리온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내전으로 수천 명이 죽고, 수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습니다. 위대한 자연 아프리카, 그 속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내전과 죽어가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은 아무도 다이아몬드를 보지 못했습니다.
위험한 분쟁 지역을 넘나들며 무기 구입을 위해 밀수 거래를 일삼던 대니 아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우연히 반란군이 점령한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강제 노역을 하던 솔로몬(디몬 하운수)을 만납니다. 그가 유래 없이 크고 희귀한 다이아몬드를 발견해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니는 어쩌면 자신이 아프리카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이아몬드를 손에 넣기 위해 솔로몬에게 접근합니다.
신이 오래전에 이곳을 떠났어
하지만 이 다이아몬드는 솔로몬에게 소년병으로 끌려간 아들을 구하기 위한 목숨보다 소중한 것입니다. 다이아몬드를 숨긴 사실이 발각될 즉시 사살당할 것을 알았지만 솔로몬은 이를 은폐합니다.
매디 보웬(제니퍼 코넬리)은 시에라리온에서 폭리를 취하는 '다이아몬드 산업'의 부패를 폭로하면서 다이아몬드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밝히려고 하지만 아직은 근거가 부족합니다. 매디는 정보를 얻기 위해 대니를 찾지만 이내 그가 자신을 더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결국 대니는 매디의 도움으로 솔로몬과 함께 반란 세력의 영토를 통과하기로 결정합니다. 대니는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아프리카를 벗어나기 위해, 솔로몬은 가족을 위해, 매디는 부패의 진실을 위해... 자신들의 운명을 걸고 각자의 길을 향합니다.
가끔은 궁금해져. 우리가 하는 일을 신이 용서하실지... 하지만 금세 깨닫곤 하지. 신이 오래전에 이곳을 떠났다는 것을
대니가 매디에게 아프리카의 현실을 알려주는 이 한마디로 얼마나 인간의 탐욕이 아프리카를 유린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반군의 소년병들 세뇌 과정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호텔 뭄바이>에서도 테러를 시도했던 어린 청년들이 그랬듯 자신들의 욕심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악함이 아프리카의 내전에서도 소년병을 이용하는 어른들의 끔찍한 행태로 나타납니다. 너무도 충격적이었습니다. 어른들의 탐욕이 부른 전쟁, 내전의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아마도 아이들인 듯합니다. 반군이 다이아몬드를 채취해서 불법 거래로 팔고 군이 그런 반군을 부수고,... 톱니바퀴처럼 서로의 이익이 맞아 끊임없이 돈을 좇아 벌이는 전쟁, 아직도 아프리카엔 20만 명의 소년 병사들이 있습니다.
나는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어
다이아몬드를 갖고 아프리카를 떠나고 싶었던 대니, 욕심을 부려 다른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비행기를 타지 못합니다. 탈 수 없는 비행기를 바라보는 대니의 눈빛이 무척 쓸쓸해 보입니다. 하지만 매디에게 전화할 때의 모습은 어떤 충족감을 느끼게 합니다. 자신의 말대로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서 자신이 할 일을 한’ 그 표정을 잊을 수 없을 듯합니다. 그렇게 갖고 싶었던 다이아몬드를 솔로몬이 가족을 찾도록 건넵니다. 아마도 자신이 '아프리카의 백인 소년'으로 자랐던 힘들었던 시절을 생각하며 진심으로, 소년병이었던 디아의 꿈과 성장을 바라며 스스로 포기한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대니와 매디의 도움으로 결국 솔로몬은 가족을 지킬 수 있게 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분쟁지역의 다이아몬드 유통을 금지하는 ‘킴벌리 협약’이 만들어졌지만, 분쟁 다이아몬드 시장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영화를 통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디카프리오의 연기, 아프리카에 맞는 악센트까지 바꿔 발음하는 모습은 굉장히 놀랍습니다. 영화의 처음과 마지막 대니의 생각과 심리적 변화가 너무나 사실적으로 표현되어 감동을 줍니다.
다이아몬드 시장을 독점하고 유통 과정을 조절하고, 가격을 조정해서 그 희귀성으로 돈을 버는 서구 자본들 - 밖으로는 국제평화를 내세우며 그 안에서 자국의 이득을 위해 끊임없이 전쟁이 계속될 환경을 조성하는 추악한 진실이 느껴집니다. 겉보기에 한없이 아름답지만 그 내면에는 붉은 피가 흐르고 여전히 잔인한 죽음이 반복됩니다. 아름다운 다이아몬드의 이면에 여전히 존재하는 아프리카의 비참한 현실입니다.
우리가 누리는 찬란한 아름다움이 다른 누군가의 희생과 피로 만들어진 것이란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아직 존재하는, 끝나지 못한 아프리카의 아픈 현실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아프리카의 자원이 풍부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조금 더 행복할 수 있었을까 생각도 해 보지만, 광물 자원이 아니더라도 땅을 차지하려는 또 다른 전쟁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인간의 탐욕에 의한 끊임없는 전쟁은 계속될 것이고..., 대니의 말처럼 세상은 언제나 전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세상 다른 곳에서는 여전히 전쟁 중입니다.
2022.11.11 - 인도 테러 실화, 호텔 뭄바이 Hotel Mumbai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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