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때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형편이 좋지 않아 함부로 나설 수 없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환경에서도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돈도 없이 떠나던 무전여행. 낯선 곳을 하염없이 걷고 모르는 곳이지만 넉살 좋게 만난 사람들의 일을 도와가며 먹을 것을 얻고 그렇게 젊음을 채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시절의 낭만이었다고 해야 할지, 젊은 객기라고 해야 할지.크리스토퍼 존슨 맥켄들리스(에밀 허쉬)처럼 늘 들뜨게 하는 자유를 향해 가슴속은 무언가로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태어나서 죽기까지 각기 나름의 우여곡절 속에 삽니다. 서로 비교할 수 없는 시간을 살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인생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만나는 불만과 불안, 자유에 대한 갈증과 해결되지 않는 잘못에 대한 울분들, 세상을 향해 혹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향해 화살이 향하는 모습을 종종 경험합니다.
인생에서 원하는 게 있으면 팔을 뻗어 잡아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을 나와 출세의 길을 갈 수도 있었고, 적어도 편하게 돈을 벌며 살 수도 있었지만 크리스는 가진 모든 돈을 국제 빈민구호단체에 기부하고 가족과의 연락을 끊은 채 떠돌이 삶을 택합니다. 알렉산더 슈퍼트램프라는 이름으로 지내며 발길이 닿는 곳으로 길을 떠납니다. 알래스카를 향하는 크리스의 발길은, 사막을 떠돌고 산과 바다, 계곡에서 우연히 만난 집시들과 생활하다가 또 혼자 외로운 시간을 보내며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 갑니다.
부모님의 부도덕한 결혼과 배다른 자식의 존재에 대한 아버지의 거짓말로 아들은 세상에 대한 신뢰를 잃었습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전체가 허구처럼 느껴지는 배신감, 그곳을 탈출하는 것이 알렉스에게는 자신의 마음속 방랑을 끝내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자신의 삶에서 느끼던 환멸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채 성장한 알렉스는 무임승차로 곤욕을 치르고 먹을 것이 없어 야위어 가는 하루하루에서 정신적 만족감을 추구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 곳곳에 불쑥불쑥 나타나는 부모들의허울 좋은 관계와 끊임없는 싸움들, 불쾌한 기억들이 집과 가족에게서 멀어지게 합니다. 하지만, 자유와 경험의 가치에 집중하며 삶의 기쁨을 인간관계에서만 찾으려는 건 잘못이라고 항변하던 알렉스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에 변화를 맞습니다.
행복은 함께 나눌 때만 현실이 된다
톨스토이에게서 깨달음을 얻고 집에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강에 다다랐을 때 불어난 강물은 건널 수 없었습니다. 알래스카에 가지 못하고 유타주 산간의 폭설에 갇힌 채 다시 마법의 버스로 돌아온 알렉스는 강을 거널 수 없게 되자 비로소 큰일이 일어났다는 걸 실감합니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던 패기 대신 성난 물살 앞에서 두려움을 느낍니다. 돌아갈 수 없는 집.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가족들.
큰 일이다 강을 건널 수가 없다
비 때문에 나갈 수가 없다
외롭다
두렵다
말 그대로 자연에 갇혔다
살아가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자신의 기질과 스스로 선택해 찾아가는 과정에 잘 맞는지 틀린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저 그렇게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살 뿐입니다. 오손도손 가족과 행복을 만들며 사는 사람, 세상을 등지고 떠돌며 사는 사람, 노인의 말처럼 고집스럽게 퍼질러 앉아 있기만 한 사람, 수많은 이유들 중 알렉스가 알래스카로 가고 싶었던 진짜 마음은 무엇이었을까요? 알렉스의 짧은 삶은 모험과 광기 어디쯤일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자식과 아내를 모두 잃고 잠시라도 일을 놓는 것이 불편해서 여행을 하지 못하는 - 떠나지 못하는 노인이 건넨 한 마디에서 알렉스는 위안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보다 더 큰 존재가 있다고 가정할 때 말이야
그게 하나님이라고 하는 데는 너도 이의가 없을 것 같구나
용서는 사랑이란다
사랑할 때 하나님의 빛이 너를 향할 거야
극한의 상황으로 시간이 흐르면 마지막엔 오로지 생존만 존재합니다. 생존만이 유일한 존재 이유가 됩니다. 극한 생존의 과정을 지나 죽음 직전에 도착한 알렉스는, 어쩌면 자신에게 가족이 되어주고 싶어 하던 노인 - 아무도 없는 노인의 눈물 글썽이던 표정을 이해했을지 모릅니다. 알래스카에서 돌아와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지만 노인도, 알렉스도 다시 만나지 못할 걸 예감했을까요?
세상살이의 피난처가 자기 삶의 안식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우린 꼭 겪어보고서야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인생에 방황이 필요한가 봅니다.
2024.12.26-우리가 끝이야 It Ends With Us
우리가 끝이야 It Ends With Us
죽어서 수많은 사람의 추모를 받으면서도 정작 자식의 추모를 받을 수 없는 아버지, 죽은 아버지의 추도사를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딸 릴리(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아버지의 장점 5가지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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