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수많은 사람의 추모를 받으면서도 정작 자식의 추모를 받을 수 없는 아버지, 죽은 아버지의 추도사를 한 마디도 할 수 없는 딸 릴리(블레이크 라이블리)는 아버지의 장점 5가지를 끝내 적지 못하고 장례식장을 벗어납니다. 증오, 기억나지 않는 아버지의 막연한 사랑보다 더 큰 증오가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콜린 후버의 소설을 영화화한 <우리가 끝이야>는 부모와 자식, 사랑과 증오, 설렘과 절망, 끊임없는 폭력 속에서 이를 극복해 가는 고통스러운 과정과 심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엄마처럼 살기는 싫었어
부모에게 쫓겨나 죽고 싶었던 순간 만난 인연의 고마움을 평생 가슴에 품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남자 애틀러스(브랜든 스클레너)의 모습은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죽음 직전까지 갔던 삶이 우연이었을지언정 살아야 했고,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을 감사하며 살아가는 사람에겐 그 무엇도 어느 한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남은 삶에서 자신의 것을 이루고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만들어갑니다.
릴리와 애틀러스 모두 부모의 폭력과 위협 속에서 상처받은 어린 마음이 어른이 되고도 알 수 없는 불안 속에 살아갑니다. 겉으로는 성공한 의사, 화려해 보이는 삶이지만 어릴 때의 상처 때문에 성인이 되고도 그 상처를 벗어나지 못하는 남자 라일(저스틴 밸도니)은 우연인 듯 만난 릴리와 사랑에 빠져 결혼합니다. 라일을 만나 사랑을 하면서도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방어기제가 작용하는 릴리, 문득문득 망설임 속에 드러나는 라일의 위협적이고 폭력적인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상처 없는 삶은 없습니다. 겉으로 아무리 화려한 삶을 살지라도 숨은 상처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좋은 것을 이어가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나쁜 것을 끊어내는 것은 무척 어렵고 더구나 그것을 완전히 끊어내기란 무척 큰 고통이 따릅니다. 때문에 상상을 초월한 용기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끊어내기 위해 철저하게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인간이란 또 얼마나 간사한가요? 자신에게는 한없이 너그럽고 자신의 잘못을 쉽게 용서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런 눈 속임이 우리를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되면 나를 사랑해 줘
주인공들 각자의 아픔과 불안이 굉장히 섬세한 감정으로 표현되어 보는 내내 마음이 먹먹합니다. 일부는 우리 생에 너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일들이고 그 후과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세상에서 우린 여전히 매일을 살고 있습니다. 부부싸움을 한다고 모든 부부가 이혼하지도 않으며 부모를 미워한다고 죽은 부모에게까지 등 돌리는 일도 흔치는 않습니다. 그 또한 여러 인생 중 하나의 방식일 뿐입니다. 모두 안쓰러운 인생들입니다. 사는 동안 때때로 시련이 닥치지만 마주하는 고통만큼 그 안에서 조금 더 단단해지고 상처에 딱정이가 생기며 삶은 놀라운 회복력을 발휘합니다.
행복해?라는 애틀러스의 질문에 릴리는 답하지 못합니다. 살면서 그럭저럭 그럴 수도 있는 것과 상처가 헤집어지는 과정의 반복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돌봐주지 않으면 말라죽는 식물과 삶, 아무도 돌봐주지 않지만 스스로 강하게 혼자 성장하는 떡갈나무의 모습처럼 홀로 서야 하는 것이 결국 인간의 모습일 겁니다.
상처가 있는 사람은 상처가 있는 사람을 알아봅니다. 삶의 굴레에서 허망하게 벗어나지 못하기도 하지만 - 아들이 아버지의 나쁜 모습을 닮거나 딸이 엄마의 상처를 닮거나 그렇게 원하지 않던 삶을 닮아가지만 그 틀을 끝내려는 자식은 뾰족한 송곳처럼 주변을 헤집고 섞이지 못하는 기름처럼 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이유가 있는 자식들은 그 굴레의 밖으로 뛰쳐나와야 합니다. 마치 알을 깨고 세상에 첫 발을 내딛는 새로운 생명체처럼! 자신만의 방어기제를 뚫고 나와야 만날 수 있는 세상, 그래야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건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결심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난다고 다 그렇게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의 강한 의지 - 릴리 같은 마음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응원하게 됩니다.
엄마처럼 되기 싫었던 릴리가 아기의 성별을 확인한 순간의 표정은 무척 착잡해 보였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릴리에게 애틀러스는 릴리의 아기를 낳게, 살게 합니다. 딸을 낳고 릴리는 현실적으로 이혼을 택합니다. 자신이, 이번으로 끝내기로 마음먹습니다. 릴리가 이혼을 요구하며 라일에게 질문하는 것은, 여전히 현실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고 더욱 그녀의 마지막 결심을 이해하게 됩니다.
우리가 아니라 아기를 위해서
애가 자라서 남자친구에게 맞았다고 하면
뭐라고 말하겠어?
아빠, 남편이 계단에서 밀쳤는데
사고니까 괜찮아
자기를 누르는 남편한테 멈추라고 애원했더니
남편이 다시는 안 그럴 거라 맹세했다고 하면
딸한테 뭐라고 할래?
딸이 사랑했던 사람이 딸한테 상처를 준다면 뭐라고 하겠어?
.....
제발 헤어지라고 하겠지
다시는 돌아가지 말라고 할 거야
여기서 그만 멈춰야 해
우리가 끝이야
아버지를 증오한 아들은 아들을 키우는 아빠가, 엄마를 혐오한 딸은 딸을 키우는 엄마가 끊어야 합니다. 자식을 위해 이혼을 선택한 릴리지만 그래도 아버지 묘 앞에서 용서가 되지 못한 걸까요? 마지막까지 릴리는 빈 메모지에 아무것도 적을 수 없었습니다.
조 블랙의 사랑 1998
어릴 때, 아마 국민학교 저학년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일요일 대낮에 TV앞에서 '구미호'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왜 그걸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수많은 외화물 속에 유일하게 한국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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