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이 사진 한 장에 모든 것이 들어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맷 데이먼, 잭 니콜슨, 마크 월버그까지 네 명의 배우를 중심으로 영화의 모든 느낌을 모아놓은 듯합니다. 조직의 보스 프랭크를 중심으로 얽힌 콜린, 빌리의 관계에서 오는 긴장감, 같은 경찰이지만 각각의 이유로 서로 다른 길을 가는 두 사람의 감정선을 따라 영화가 흘러갑니다.
어릴 때부터 프랭크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라 경찰이 된 콜린 설리반(맷 데이먼)은 경찰대학을 나와 범죄 조직을 돕기 위한 스파이 노릇을 합니다. 경찰의 움직임을 프랭크에게 미리 보고해서 조직이 쉽게 피해 갈 수 있게 도와줍니다. 경찰의 엘리트 팀에서 시작한 콜린은 선량하고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능력 있는 경찰로 승승장구합니다. 마지막에 자신을 키워준 프랭크를 향해 직접 총 쏘는 장면은 그래도 경찰이 된 콜린에게 남은 마지막 남은 양심이었을는지, 아니면 그동안 보아온 프랭크의 본래 모습에 대한 복수였을지 궁금해집니다.
내 정체성을 찾고 싶어
빌리 코스티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시 경찰이 되었지만 범죄 조직에 들어가기 위해 감옥 생활을 합니다. 위장 수사를 위해 프랭크 조직의 조직원이 되어 신뢰를 쌓아갑니다. 경찰에서는 신분이 사라진(?) 상태지만 그의 활동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 퀸넌(마틴 쉰)과 디그냄(마크 월버그)에게 조직범죄에 관해 꾸준히 보고합니다. 하지만, 조직의 신뢰가 더해지고 적응이 될수록 범죄에 가담하면서 빌리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범죄 조직에서 경찰 신분 스파이 노릇은 쉽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불안한 현실에 대한 스트레스로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정신과 상담을 받고 약물에 의존하면서 간신히 버텨가는 빌리는 영화에 그대로 녹아 표정 연기에서 디테일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날카로운 스파이로서의 눈빛과 초조해하는 표정, 경찰로서의 당당한 자세, 정체성의 흔들림에 의한 우울감, 불안감, 죽음에 대한 두려움,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절망까지, 디카프리오의 연기가 빛나는 순간입니다.
조직의 싸움이 시작되었을 때 빌리가 늦게 도착한 것을 알고 있던 조직의 동료가 죽어가며 빌리에게 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빌리가 경찰인 걸 알았다는 의미일지, 아니면 빌리처럼 조직원이 된 또 다른 경찰이었던 건지 아리송하지만 빌리가 위기에서 벗어난 흐름으로 봤을 땐 아마 그도 경찰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빌리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정신과 의사 마들레인(베라 파미가)에게 준 편지는 '자신의 정체성'을 믿고 맡긴 것이 아니었을까요? 유일하게 자기를 드러낼 수 있었던 마들레인이었기에 자신의 삶을 '삶의 평화를 위한 거짓말'처럼 이해해주길 바란 건 아니었을까요?
조직의 보스 프랭크는 말 그대로 제일 나쁜 놈입니다.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가며 조직의 이익을 위한 짓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서슴없이 저지를 수 있는 악당 그 자체입니다. 자신의 조직이 보다 안전하게 활동하기 위해 콜린을 경찰에서 스파이 활동을 하도록 합니다. 미리 경찰의 움직임을 보고받고 조직 활동을 하니 경찰은 매번 조직 검거에 허탕을 칠 수밖에 없습니다. 콜린이 경찰 정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조직원 중 스파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빌리도 경찰 내 스파이가 있다는 것을 서로 알게 되면서 영화의 긴장감은 점점 고조됩니다. 사실 잭 니콜슨은 악당 연기가 잘 어울리는 배우(?)이지만 능청스럽게도 코믹한 연기 또한 명품인 배우입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선 강박 신경증 진단을 받은 소설가로 나와 코믹한 연기를 보여줍니다. 같은 눈빛인 듯하지만 어떨 땐 비열하게 또 어떨 땐 비굴하고 소심하게 여러 종류의 캐릭터에 맞춰 조금씩 눈빛과 섬세한 표정, 손짓, 몸짓까지 자연스럽게 변화시켜내는 배우입니다.
"......"
퀸넌 반장이 죽고 콜린이 후임인 척하며 전화를 겁니다. 빌리에게 건 전화였지만 서로 말하지 않는 잠시 잠깐의 침묵 "......" 아, 이 장면은 정말 영화의 백미였습니다. 침묵 속에 서로 누구일지 예측해 보는, 숨 막히는 장면이었습니다.
범죄, 스릴러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 편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와서 그 조합이 어떨까 궁금했던 영화였습니다. 서로 강열한 연기의 합이 충돌할 때 어떤 효과가 날지, 어떤 비교가 될지 몹시 궁금했던 영화였습니다. 신기한 건 범죄, 스릴러 영화이고 여러 곳에 죽음이 존재하는데도 감정적이기보다 미끈한 플라스틱 위를 흘러가는 느낌이 드는 영화였습니다. 연기 장인이라 할만한 배우들이 가득한 영화지만 영화 자체가 과장되고 화려하거나 특별히 끔찍하진 않습니다. 오히려 건조하고 차분한 느낌입니다.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범죄 조직의 현실을 담담히 그려낸 영화였고, 캐릭터마다 삶의 의미를 새겨보기 좋은 깔끔한 영화였습니다.
2022.02.09 - 내일을 꿈꾸게 하는, 쇼생크 탈출(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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