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오래전 일이지만, 큰 아이가 초등학교를 들어가며 '가훈'을 만들어 오라는 과제를 받아 '가훈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아마도 모든 가정이 가훈을 만들어야 하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부모로서 또 자신들의 평소 생각과 가치관이 반영되어야 하기에 며칠간 꽤 오랜 고민의 시간을 거칩니다. 한 번의 숙제로 치부하고 쉽게 정해서 보낼 수도 있었겠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그게 안됩니다. 교육과 연관이 돼서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훈'이 아이들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발휘하는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가훈' 은 삶의 가지관을 만든다
몇 날 며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 내 멋대로 살자'를 적어 보냈습니다. 물론 나름의 설명과 이유를 꼼꼼히 달아서 보냈습니다. 그런데 '너무 센' 가훈을 적어 보냈었나 봅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해서 살자는 내용을 토 달고 부연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가장 좋다고 하였지만,... 그렇습니다. 우린 아직까지 '나'가 아닌 '우리'에 생각의 중심이 맞춰져 있는 사회였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했습니다. 철없는 부모 때문에 아이의 인상만 강하게 남겨진 것 같아 씁쓸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 출생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도 한자가 없이 한글 이름만 적어 달라고 하니 이해를 못 해 주민센터 직원에게 한참을 설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물론 한자로 표기할 이름은 없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실천하며 산다는 것은 중요하고도 좋은 일입니다. 더욱이 그것이 자기만족 외에도 세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겁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꼴'값을 하며 산다는 건 자연스럽고도 좋은 일입니다.
아이들은 매일 자기가 하고 싶고 또 되고 싶은 것을 꿈꾸며 삽니다. 그 꿈은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뀌기도 합니다. 그런 꿈들이 세상에서 자유롭게 드러날 때 세상도 변하고 나아지는 길로 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은 거침이 없어야 합니다. 교육으로 시회 규범과 규칙을 지키도록 가르쳐야 하지만 '통제'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통제에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내 멋대로' 살게 둘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세상에 나와서 모두 자기 나름의 '꼴'값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다 만든 '가훈' 덕이었을까요? 아이들은 나름의 호연지기와 나름의 거침없는 실행력을 장착하고 잘 자랐습니다. 덕분(?)에 두 아이 모두 자신의 생긴 '꼴'대로 값을 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각자의 분야에서 잘 살고 있습니다.
모두 자신이 갖고 있는 됨됨이가 드러나길
사전적 의미로 보면, '꼴은 원래 '골'로 사물의 생김새나 됨됨이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골 값’은 ‘모양이나 됨됨이에 해당하는 값어치’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골〉꼴’이 부정적 의미를 띠게 된 것은, 이것이 ‘골 없다(‘꼴사납다’의 옛말)’, ‘꼴밉다’, ‘꼴사납다’처럼 주로 ‘없다, 밉다, 사납다’ 등과 같은 부정적 서술 단어와 어울려 쓰이면서 그 의미 가치도 변형이 되었습니다.‘골’의 어형과 의미가 변함에 따라 그것을 포함하는 ‘골 값’도 ‘꼴값’으로 어형이 변하고 또 ‘모양이나 됨됨이의 값어치’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의미도 변화된 것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꼴값'대로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저마다 타고난 기질대로 자신의 모습을 따라 살아간다면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서로 다르듯 다른 사람의 인생과 삶을 비교할 일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만의 됨됨이에 맞는 값이 있을 테니 그것이 훼손되거나 혹은 누가 가져갈까 초조해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꼴값한다, 생긴 대로 산다, 제멋대로 산다... 이 말 자체는 나쁜 말이 아닙니다. 부정적인 의미가 전혀 없음에도 사회적 시선에서 부정어로 굳어진 말들입니다. 반항적이거나 사회적으로 통제가 되지 않는, 함부로 사는 느낌으로 인식합니다. 오히려, 자유롭게, 지연스럽게 산다는 의미로 실제로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됨됨이를 드러내며 살아가는 삶의 지향점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짧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2022.08.23 - [짧은 생각] 퇴근 길에 만난 '고인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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