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多]

[짧은 생각] 충격적으로 하루를 결석하고 나서,

나두매일 2022. 9. 13.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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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출근길, 다들 아침잠이 채 깨지도 못해 졸면서 가수면 상태(?)로 출근을 합니다. 규칙적인 지하철 소음과 출발, 도착역을 알리는 안내만 반복될 뿐인 지하철 한쪽에서 한 엄마가 통화를 시도합니다. 여러 번 반복한 이후에야 겨우 통화가 연결됩니다. 처음엔 들리지 않는 나직한 소리로 통화가 시작되었지만 여러 역을 지나면서 목소리가 잠시 커집니다. 조용조용 타이르듯 아마도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는 듯합니다. 챙겨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불러주고 잠시 기다립니다. 자신의 출근길에 전화로 아이를 깨우고 등교시켜야 하는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을 잠시 생각해 봅니다.

출근에 등교시킨 아이는 학교에 잘 갔을까


지하철을 타고 5 개 역을 지나고, 대략 15여분이 지나도록 수차례 발신을 시도하고서야 정상적인 통화가 연결됩니다. 깨워도 깨워도 통화를 끊지 못하는 엄마는 아직도 아이방에서 아이를 일으키지 못합니다. ... 드디어 아이에게 냉장고 안의 위치까지 정확하게 일러주면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도록 알려줍니다. 입을 옷과 준비물과 학용품들, 밖의 날씨들까지... 기나긴 출근길에 아직도 통화 중인 엄마는 내릴 곳도 잊은 채 아이 이름을 반복해서 부릅니다.

지하철을 갈아타며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아이는 지각하지 않고 학교를 잘 갔을까?

내가 해보지 않은 일이라 낯설고 생경한 풍경이었지만 엄마의 마음은 참 많이 힘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아이에 대한 사랑은 여러모로 참 많은 수고로움을 견디게 하나 봅니다.

일어나지 못하면 학교는 안 가도 돼



문득, 예전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일이 생각납니다. 두 아이는 모두 초등학교에 결석을 하루씩 하곤 했습니다. 입학을 하면 당연히 4월 초 무렵 꼭 반드시 결석을 하게 됩니다. 아니 결석을 하게 둡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름의 사회생활에 적응을 하느라 잔뜩 긴장하고 힘든 1달여의 시기가 지나고 조금 익숙해질 즈음엔 꼭 피곤함이 몰려오는 시기입니다. 아침에 깨워서 학교를 보내곤 하지만 그 시점에는 꼭 한 번 깨워서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의 상태가 너무 피곤해 보이면 그냥 뒀습니다. 12시면 집에 올 시간이지만 10시가 다 되도록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리곤 폭발합니다. 펑펑 울면서 왜 학교에 가게 깨우지 않았느냐고 화를 냅니다. 그럼 '당당히' 말해줍니다. 깨웠지만 안 일어났을 뿐이라고~! 사실이니 반박을 못합니다. 분명히 깨웠을 것이고 스스로 일어나지 못한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리곤 바로 걱정스럽게 물어봅니다. 지금 가면 안 되냐고 ... 이제 조금만 있으면 다들 학교에서 올 텐데 뭘 이제 가냐고 말립니다. 웃음이 나지만 진지한 얼굴로 참습니다. 학교에 안 가면 큰일이 난다고 생각하는 아이에게 내일부터 잘 가면 된다고, 괜찮다고 말해줍니다. 그렇게 충격적으로 하루씩 결석을 하고 나면 아이들은 다음날부터 알아서 잘 일어납니다.

지금 생각해도 같은 상황이라면 같은 방법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실제 하루 학교를 가지 않는다고 큰일이 일어나지도 않을뿐더러 그 경험으로 아이들은 자신의 시간 관리를 스스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누구나 성장을 하면서 뭔가 배워야 하는 단계를 반복해서 거치게 됩니다. 그 배워야 하는 시기는 가급적 어릴 때일수록, 처음 시작에서 멀지 않은 시간일수록 실패에 대한 좌절감과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더 시간이 흐르고 더 큰 비용을 치르며 배우는 것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몸에 익숙하도록 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습니다.


매번 경험이 충격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사랑의 방법은 사람마다 다양하게 표현이 되곤 합니다. 실패의 경험도 여러 방향으로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내곤 합니다. 수많은 변수가 있지만 그래도 결국 이 모든 행위의 이유는 모두 같을 것입니다. 나름의 방법들로 최선을 다해 함께하는 시간, 엄마도 아이도 새로운 날들에 지난 경험 속에서 성장해 가는 과정일 것이고 그 모습은 어떤 방식이 되었던 그 안타까움조차도 무조건 최선이었을 것이라는 짧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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