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多]

[짧은 생각] 말의 힘과 위험, 천박함에 대하여

나두매일 2022. 9. 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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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지만,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셉니다. 한 사람이 쓰는 말은 그 사람의 생각과 그 사람 인격 자체를 의미합니다. 어릴 때 고운 말 바른말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러니 하게도 '함부로 말하는 말 습관'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무척이나 관대한 편입니다. 심지어 말하는 사람이 나이를 좀 먹은 특정 성별일 경우엔 그 사람의 '말 습관'에 대해 설사 듣는 이가 불편하더라도 직접적으로 문제 삼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간혹, 듣는 이가 듣기 불편해서 불편함을 말하게 되면, 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나쁜 의도가 전혀 없는데 듣는 사람이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적반하장입니다.




최근 ' 이 xx ' 영상 보도를 보면서 말의 위험성, 심각성이 더 깊이 느껴집니다. 처참합니다. 쉽게 술자리에서 혹은 일상적인 대화에서 조금이라도 사적인 감정이 허락되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씨앗을 씹어먹거나 수박씨 발라먹는 소리를 합니다. 주체 못 할 감정이 섞인 것이 아닌데도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일반어로 나오지 않습니다. 말 습관이 언어생활에 디폴트 값으로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나쁜 말 습관을 제외하고 나면 일반 문장으로 말하기를 어색해 입을 다무는 경우도 봅니다.



가끔은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시원하게 욕을 뱉지 못한 것에 스스로 짜증 날 때가 있습니다. 욕이라도 후련히 해 줄 걸... 욕은 그냥 욱하는 단순한 감정의 표현? 배설?이라 생각하고 뱉어버릴 걸... 하며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선뜻 그러질 못합니다. 최고조의 나쁜 감정이 잔뜩 섞인 독(?)이 든 말을 뱉어낼 때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고, 실제 욕을 한다고 나쁘거나 불행한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함부로 욕을 하지도 못합니다. 그저 잠시 얼굴만 빨갛게 달아올랐다가 시간을 두고 조금씩 진정할 뿐입니다.



어떤 말은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기도 하지만 어떤 말은 그 말 한마디로 알지 못하는 사이에 큰 위험에 처하게 되거나 마음속에 짐을 지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흔히 하는 말로, '역시 장남이라 믿음직하네', '큰딸은 살림 밑천이지'와 같은 말들로 이미 많은 K장남, 장녀들이 비슷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암묵적인 룰처럼 통용되는 말이 이들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말이 갖는 힘과 위험은 어느 순간에든 꼭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간혹 천박함이 드러나 상종 못할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말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듣는 상대가 있고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대방에 뱉어낸 말은 주워 담지 못합니다. 잘못을 아무리 인정하고 사과하더라도 잘못 나온 말은 그대로 들은 사람에게 남아 있습니다.





적절한 말을 적절한 자리에서 필요한 상황에 맞게 구사할 수 있도록 교육하지만 어릴 때 잘못 길들여진 말 습관은 잘못이라는 인식도 없이 사용하기 때문에 고치기 어렵습니다. 거칠고 나쁜 말 습관이 자주 사용되는 환경이라면 아이들은 무의식 속에서 의미와 상관없이 사용하고 받아들입니다. 이 지점이 비극적입니다. 더구나 나쁜 말 습관을 그러려니 묵인하는 순간, 그 이후부터는 자연스러워집니다.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또래들끼리 장난처럼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해서 나쁜 습관에 의지를 반영해 고치기까지는 긴 세월이 걸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잘못된 말 습관으로 말하는 사람이 특히 공인이거나 특정 대표성을 갖는 경우라면 더더욱 심각한 위험성을 포함하게 됩니다. 모두의 비극이 발생하는 지점입니다. 천박한 지점에 처한 말 습관이 천박한 삶을 만듭니다.



말 습관은 그 사람의 인성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속된 말이나 욕설을 말마다 섞어 쓰는 이유는, 아무리 부정해도 상대에 대해 비하하거나 무시하는 생각이 바탕에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격체로 대한다면 장난으로라도 그런 격 떨어지고 질 낮은 말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의지로 삶을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말로 자신이 드러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조금 더 정확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말을 사용하려 노력할 것이고, 속된 말들은 진정 그들만의 '끼리끼리'의 범주 안에서 한정적으로만 사용될 것입니다. 이젠, 내 인격의 성장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성숙함을 위해 말 습관에 대한 인식 수준도 바뀌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짧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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