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 편리함과 익숙함이 허를 찔린 날, 카카오톡이 멈추면서 주말이 지나치게 조용히, 그렇지만 소통하지 못한 채 어색하게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의 갑작스러운 화재로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가 멈추고 일상도 멈춰 섰습니다. 그동안 편리하게 사용하던 대부분의 플랫폼이 멈추고 글을 쓸 수도, 은행일을 볼 수도, 음악을 들을 수도, 결제를 할 수도, 택시를 잡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이 우리 일상에 촘촘히 들어와 있던 카카오 서비스가 무더기로 멈춘 순간에 느꼈던 생각을 잠시 정리해 봅니다.
디지털이 멈춰 세운 일상
2022년 10월 15일 오후 3시 29분부터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 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합니다. 카카오톡이 멈추고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가 중단되었습니다. 다음, 브런치와 티스토리도 모두 멈취 버렸습니다. 세상이 갑자기 조용해지고, 카카오페이나 카카오 택시 사용이 안돼서 영업장과 기사들, 고객들은 황당한 상황을 맞게 됩니다. 당일 밤늦은 시간 11시 46분이 돼서야 화재가 진압되었습니다. 다음날 오전 1시 30분경부터 카카오톡 일부 기능이 점차 복구되었지만 오후 3시 반까지도 카카오톡의 기능 외 카페나 블로그, 브런치 등의 복구는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현재(2022.10.17 늦은 밤)다음도 메인 페이지만 복구된 것으로 보일 뿐 일부 검색 기능에서는 제한적으로 사용이 될 뿐, 메일의 정상 사용은 불가능합니다. 티스토리 역시 글쓰기만 가능해 글이나 그림의 삽입이 일부 제한되고 있습니다.
이번 화재로 장애가 발생해 사용이 불가능한 서비스는 카카오톡, 카카오 맵, 카카오 지하철, 카카오 웹툰, 카카오TV, 카카오 뱅크, 카카오 게임, 다음, 다음 카페, 멜론, 브런치, 티스토리, 다트,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네이버 쇼핑 라이브, 플래시 게임 등... 말 그대로 카카오 서비스에 '무더기 장애'가 발생한 것입니다. 우선 드는 생각은, 카카오의 서비스가 이렇게나 광범위했었던가 하는 놀라움입니다. 소통, 쇼핑, 오락, 금융, 이동, 감성, 문화, 뉴스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었습니다. 순간, 우리가 일상을 의존하는 디지털 세상의 뒷면에서 엄청난 위험이 느껴집니다. 예전, 다음의 아고라가 여러 이유로 사라지고, 역시 비슷한 이유로 포털 내 실시간 검색 기능이 사라졌습니다. 다른 플랫폼들이 성장한 탓도 있지만, 점차 종이 신문에 무관심해지던 과정처럼 포털 내 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도 사라졌습니다.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다시 한번 더 덜어지는 계기가 된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날로그가 필요할 때는 아날로그로
우리나라는 디지털 강국이란 말을 당연시합니다. 빨리빨리를 외치는 민족성만큼 신속한 디지털 환경을 만들어온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인들이 해외에 나가서 가장 답답해하는 것이 현지의 사무, 행정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신속하게 전산으로 대부분의 일 처리가 가능하지만, 해외에서는 꼭 반드시 종이 서류를 주고받거나 직접 방문해야만 업무가 가능한 경우가 꽤 있습니다. 게다가 느리기까지 합니다. 심지어 우편을 이용하거나 할 경우엔 상상 이상의 기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선진국들의 이런 아날로그식 행정을 한국인들이 이해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나름의 아날로그가 필요한 순간에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할 필요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한 반도체 생산 공장에서 앞으로 더 이상 전산을 사용하지 않고 수기로 모든 관리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효율성이 우선시 되는 산업에서조차 그 외 다른 방식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디지털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 이상입니다. 그만큼 이번 화재 사건을 계기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상당합니다. 플랫폼의 성장이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면은 분명하지만 보이지 않는 플랫폼 사고의 후폭풍은 보이는 교통사고나 화재보다 물적, 정신적 피해가 훨씬 더 커 보입니다. 집중된 플랫폼 업체의 관리가 조금만 소홀해진다면 우리 생활은 각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주 질서가 무너지고 원하지 않는 강제 통제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대책없이 맞은 사태에서, 어느 순간 또다시 '먹통의 세상'에 우리 삶이 수시로 멈춰 서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불편한 생각을 잠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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