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세상은 세대를 여러 갈래로 구분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세대와 신세대의 간단한 구분에서 나아가 성장 과정과 경제적 배경, 소비 패턴 등등의 이유로 세분화한 세대 구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성이 표현되는 방식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세대 구분을 세분화하고 특정하게 한정함으로써 그런 사회적 현상이 사회적 문제인 것처럼 인식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MZ세대는 주로 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초반까지 출생한 Z세대를 포함하여 지칭합니다. 생각보다 광범위합니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개인적 자유와 사생활이 굉장히 중요한 세대입니다. 얼마 전부터, 직장에서 자리 잡고 있는 MZ 세대의 모습들이 자주 기사화되는 걸 봅니다. 뉴스로 자주 등장하는 <대기업들 MZ세대 '요요요' 주의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을 잠시 정리해 봅니다.
이걸'요'? - 지시받은 업무의 정확한 내용과 목적에 대한 설명 요구
제가'요'? - 많은 임직원 중 해당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사람이 왜 자신인지 설명 요구
왜'요'? - 해당 업무를 해야 하는 이유와 필요성, 기대 효과 등에 대한 설명 요구
위의 질문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라 생각이 됩니다. 이런 현상이 왜 문제가 될까요? 필요한 질문에 대한 답이 있어야 마땅하지 않나요? 지시받은 업무에 당연하게 순응하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수행해야 했던 세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질문이겠지만, 효율적인 측면에서는 당연히 물어야 합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 확인이 필요하고, 회사의 입장에서도 우상향의 실적 달성을 위해서도 사실 반드시 필요한 질문들입니다. 그렇게 소통하며 서로 성장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위의 질문은 저 역시 계속적으로 질문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동안은 군대처럼 안되면 되게 하고, 까라면 까야하는 상명하복(上命下服, 위에서 명령하면 아래에선 따라야 한다는 의미 )의 구조 속에서는 질문이 용납되지 않았고, 무조건적인 성과(결과)만 중요했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수평적 소통 방식으로 변해가는 과정이지만, 아직은 수직적 사고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이 사회 구성원 중 중요 자리에 있다 보니 곱지 않은 시선들이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은 질문이 있는지 물어보지만 아무도 손을 들고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질문을 함으로써 수업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친구들의 눈총이 부담되고, 질문을 함으로써 쉬는 시간이 사라지는 것이 싫은 분위기에 감히 손을 들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쩌다 큰맘 먹고 질문을 하더라도 나중에 고등학교에 가면, 대학교에 가면, 또는 사회에 나가면 다 배우고 알게 된다는 이유로 선생님의 직접적인 답을 듣지 못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덕분에 그냥 맹목적적으로 수업-지식을 암기하고 시험을 치르던 세대였고, 그렇게 질문하지 않도록 학습되었습니다.
조직이 크면 클수록 구성원은 하나의 부품처럼 주어진 역할만을 하게 되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일이 어느 정도의 수준에서 필요하고 왜 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최종 보고서의 실적 어디쯤에 나의 역할이 있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그런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주 6일을 꼬박 일하고 주말이나 퇴근 후에도 업무 지시를 받던 시절의 사고방식으로는 회사와 사생활의 구분이 분명한 세대의 사고를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태에 반응하지 못하고 대응이 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질문이 당연시되고 질문에 대한 대답이 필요한 순간이지만, 오히려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면서 굳이 ‘MZ 세대의 현상’이라고 특정해서 문제시하는 것이 오히려 문제기 아닐까 싶습니다. 그냥 투명하게 질문에 답을 주면 될 일입니다. 그런 면에서 MZ세대들에 대한 오해는 당사자들 입장에서 참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2.10.25 - [짧은 생각] 노인이 횡단보도 앞에서 날렵해지는 이유
'[일상잡多]'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짧은 생각] 가족 중 한 명하고만 여행을 가면, (0) | 2022.11.15 |
---|---|
[짧은 생각] 용감하진 않지만 시작했습니다 (0) | 2022.11.08 |
[짧은 생각] 노인이 횡단보도 앞에서 날렵해지는 이유 (0) | 2022.10.25 |
[짧은 생각] 디지털 세상에 갇힌 일상 (0) | 2022.10.18 |
[짧은 생각] 술 권하는 사회에서 가스라이팅 하는 사회로 (0) | 2022.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