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어느 순간 긴 마라톤에서 중간 지점에 도착하는 순간이 생깁니다. 아마도 인생에서 50대가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선택의 여지없이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50대에 도달한 순간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 잠시 멈추어 생각해 봅니다.
살아온 시간의 경험이 있지만 살아가야 할 모르는 영역에 대한 준비는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생물학적으로 신체는 노후가 급격하게 진행 중이고, 생각을 다듬을 틈도 없이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이었습니다. 돌아보니 아이들은 성장해 각자 살기 바쁘고 나에게만 오롯이 주어지는 시간이 차고 넘치게 됩니다. 회사 생활 역시 어느 순간 그만두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지혜로워져야 한다지만 그보다 훨씬 빠르게 뻔뻔함만 두드러지는 때이기도 합니다. 노력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고집만 안고 가는 세월이 될지도 모릅니다. 어릴 때 자라면서 '저런 어른은 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나이 들어서 저렇게는 살지 말아야지' 하는 모습들이 생각보다 많기도 합니다.
살아온 시간과 모습들은 증거로 남습니다. 돌아가 지울 수가 없는 시간이고, 앞으로 나아갈 때 기준이 되는 자신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나이를 먹고 몇 가지 애쓰면서 스스로 다짐하는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첫째,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의 삶이 어디쯤 도착한 것인지 멈춰 서서 바라봅니다. 낯설고 먼 길을 가다 보면 돌아갈까 계속 갈까 고민이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처음 가는 길이라 설렘 반, 두려움 반이 겹쳐진 길이라면 더더욱, 어둑해 앞이 불분명하다면 고민이 되는 순간일 겁니다. 이럴 땐 잠시 숨을 고르고 방향을 가늠해 보아야 합니다. 스스로 걸어온 뒤의 그림자를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둘째, 앞으로 나아가야 할 자신의 힘에 집중하여 계획을 세웁니다. 어둑하다고 길 위에 멈춰 설 수는 없습니다. 길이 아직 남았다면 새로운 길이 나올지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잠시 쉴 곳을 찾아야 합니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휴식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셋째, 그동안 경험한 것을 나눌 줄 알되 끊임없이 세상을 배워야 합니다. 삶의 경험으로 얻은 노하우나 다음 세대에게 나눠줄 지혜가 있다면 나눌 줄 알아야 하지만 그들의 세상엔 우리의 세상과 다른 속도와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그들의 방식으로 실패할 수 있도록 지켜볼 줄 알아야 합니다. 다만,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손을 내밀 줄도 알아야 합니다.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날들이 훨씬 더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낍니다. 순발력을 놓지 않도록 세상에 끊임없이 관심 갖고 그 안에서 항상 배워야 합니다.
넷째, 건강과 마음을 끊임없이 관리해야 합니다. 가장 기본적이고도 기본적인 것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히 했다면 구체적인 계획으로 마음과 신체의 건강을 챙길 때입니다. 규칙적인 운동과 휴식, 영양 좋은 식사는 모든 일상을 살아가는데 활력을 줍니다. 아직 모든 관심과 생각이 여러 군데로 향해 있어 쉽지 않지만 작고 쉬운 것부터 자신에만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건과 사물을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연습을 하면 화를 낼 일도 많이 줄어듭니다.
다섯째, 삶을 풍요롭게 해 줄 취미가 필요합니다. 시간을 내어 그동안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을 취미로 삼아야 합니다. 비용 때문에 시간 때문에 혹은 가족을 돌보느라... 여러 이유로 하지 못했던 것들 중 꼭 하나는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취미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새삼스럽고 조금은 이기적이더라도 이젠 자신의 삶에 풍요로움을 만들어 가야 할 시간입니다. 취미가 세상과 자신에게 유연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 줄 것이고 나이 들어서도 그런 유연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큰 복입니다.
여섯째, 맞지 않는 것은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고리타분한 태도를 정리하려고 합니다. 살아오면서 몸에 혹은 생각 속에 들러붙은 군더더기들을 떼어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살아오는 동안 눈치채지 못했지만 돌아보면 부족했던 것과 불필요했던 것들이 보입니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지만 스스로의 삶에서 맞지 않는 것은 내려놓고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시기를 특정하진 않지만 혼자만의 시간에 집중하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 '100일간의 여행'을 계획합니다. 세상 어디가 되었든 상관없습니다. 처음엔 좀 어색하겠고, 가끔 심심할 테고, 또 어떨 때는 막막하고 두렵기도 하겠지만 혼자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까지도 혼자 잘해 온 것처럼 중반기에 재충전하고 남은 시간을 충실히 채워간다면 조금은 멋지고 만족할만한 후반기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짧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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