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을 보면 매일 매 순간을 바라봐도 무척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꼼지락거리던 손가락으로 물건을 잡을 때, 부모의 얼굴을 알아보고 웃어줄 때, 누워만 있다가 앉고 일어서는 과정 모두 신기하고 감동스러운 장면들입니다. 특히, 첫걸음을 떼거나 처음으로 옹알이를 할 때 대부분의 부모들은 기뻐 날뜁니다. 옹알이가 갑자기 늘어나면 아이의 천재성(?)을 의심하는 부모들도 생깁니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아기는 얼마나 안간힘을 쓰면서 일어서기 위해 열심히 넘어졌을까요? 속의 소리를 끌어내기까지 얼마나 안에서 보이지 않게 혀를 굴리고 입을 오물거렸을까요? 작던 크던 모든 결과는 보이지 않게 끝없이 애쓰고 노력한 후에야 나타납니다. 우리가 아이들의 성장을 끊임없이 격려하며 바라보고 견디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력자들의 리그
취업시장의 모든 직종과 직군 채용 공고에 넘쳐나는 조건, 그중에 변하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는 '경력자 우대' '경력직 채용'입니다. 자고 나면 새로운 직업과 직군이 생겨날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이지만 유독 변하지 않는 조건이 아마도 '경력자 우대'인 것 같습니다.
공부하는 학생이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전공한 과목을 선택해서 전공과 일치하는 아르바이트를 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군 입대를 앞두고 시간을 알뜰히 보내기 위해 잠시 선택해야 할 아르바이트 직종이 자신의 꿈이나 전공과 연결될 확률도 굉장히 희박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종류의 직종을 거쳐 열심히 보낸 시간들이 나중에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구하려 할 때 '경력자 우대'에 걸려 넘을 수 없는 '그냥 흘려버린 시간'으로 치부된다면 얼마나 억울할까요? 경험은 경험일 뿐 취업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모든 기업과 사장님들이 좋아하는 '우대받아야 하는 경력자'들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요? 채용을 해서 비용을 줄이고 싶은 기업, 커피 한잔을 만들 능력도 가르치지 않고 매출만 올리고 싶어 하는 사장님, 그 사이에 모든 것을 이미 경험했고 그 일을 잘해야 하는 직원들은 기업주나 사장님들이 원하면 항상 뚝딱 나타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실패할 자유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직업이란, 한번 취업을 하면 은퇴할 때까지 다니는 평생직장으로 인식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많이 변해 짧은 기간에도 여러 번, 심지어 전혀 다른 분야로 이직을 하는 경우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굉장한 도전이고 능력입니다. 현실적으로는 전혀 다른 분야로 이직을 할 때 동종 분야가 아닌 경우 사회적인 나이와 경력이 일치하지 않으면 장벽이 되어 포기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지금 있는 곳에서 원하지 않는 평생직장을 갖자고 마음먹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경력자 우대를 요구하는 세상이란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고 이익(실적)만을 뽑겠다는 일방통행은 아닌지, 아니면 이미 알고 있는 그들만의 세상에 새로운 진입을 막기 위한 불편한 장치는 아닌지 그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우리 모두 처음부터 어른이었고 처음부터 잘하고 처음부터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경력으로 이미 입증된 것만을 인정하겠다는 말은 불확실한 것은 받아들이지 않고 실패할 확률이 있는 것은 수용할 생각이 없다는 말이고, 결국 실패는 용서가 안된다는 말입니다. 누구나 인생에서 모두 매 순간을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 성공한 삶을 산 것처럼 보여도 실패했던 몇 번의 순간이 있었을 테고, 겉으로 실패한 인생처럼 보여도 어느 순간 가슴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행복했던 성공의 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실패할 수 있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아기도 수십번 혹은 수백번을 넘어지고서야 첫 걸음을 떼어 놓았을 것입니다. 성공할 수 있으려면 실패에서 배워야 합니다. 신입 채용보다 경력자 우대를 선호하는 분위기에서는 실패할 자유도, 성공을 향한 단계적 노력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과정이 없는 당장의 성공은 오래갈 수 없습니다.
결국은 실패하고 딛고 일어서고 다시 실패해도 또 견뎌내고 또다시 실패하더라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믿고 견뎌내 줄 시간과 시선들이 필요합니다. 아이들도 자신의 시도가 설사 잘못되었더라도 꾸짖기보다 실패한 경험에서 격려를 받을 때 자신감을 갖고 성장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성장을 위한 노력들이 새로운 시작과 경력들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 우리의 능력을 좁은 틀 속에 서로서로 가두어놓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짧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2022.03.08 - [짧은 생각] MBTI 유형이 '나'인가요?
'[일상잡多]'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짧은 생각] 나이를 먹고 해야 할 것들 (0) | 2022.03.29 |
---|---|
[짧은 생각] 오늘도, 일상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0) | 2022.03.22 |
[짧은 생각] MBTI 유형이 '나'인가요? (0) | 2022.03.08 |
[생활정보] 코로나19 입원·격리자 생활지원비['22.02.14 이후 개편안] (0) | 2022.03.01 |
[생활정보] 코로나19 입원·격리자 생활지원비 신청 후기 (0) | 2022.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