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機會)
1. 어떠한 일을 하는 데 적절한 시기나 경우. 절호의 기회.
2. 겨를이나 짬. 우연한 기회.
살다 보면, 가끔 시험에 들 때가 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먹기 싫은 반찬을 꼭 먹이려는 엄마와 편식으로 목숨(?) 걸며 먹기 싫은 것을 꾸역꾸역 내치다 혼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나이를 한참 더 먹은 지금도 여전히 편식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지만 그때와 다른 것은 적어도 먹기 싫은 것은 안 먹을 자유(?)가 생겼다는 정도일 뿐입니다.
싫지만 그래도 선택해야 할 때,
밥 먹을 시간이 되면 물자가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엄마는 가끔 괴로운 음식을 먹으라고 강제하곤 했습니다. 성장기에 필요하다며, 남들은 먹지 못하는 것이라며, 철이 지나면 먹을 수 없다며, 나중엔 먹고 싶어도 없어서 못 먹는다며... 갖은 이유를 달아서 설득을 시도했고 이럴 즈음이면 늘 달콤한 유혹이 함께 따라다녔습니다. 비릿한 냄새가 역해 먹지 못하는 생선을 세 점만 먹으면 준다는 왕눈깔 사탕 한알. 아... 왕눈깔 사탕의 거친 설탕 입자들이 입안에서 녹을 생각을 하면 어느새 입안 가득 저절로 침이 고여 들곤 했습니다. 보기에도 무서운 시뻘건색의 간이 눈에 좋다며, 먹어보면 쫄깃하다며 꿀떡을 눈앞에 같이 두어 고민에 쌓였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특별한 날에만 먹던 꿀떡 몇 알이 반들반들하게 윤기를 내며 접시에 놓여 있을 때면,
'아 어떡하지??' 늘 이런 식이었습니다. 괴로운 것과 혹하는 것(좋아하는 것)들이 선택을 기다리며 같이 있었습니다.
늘 좋은 것만 하고 살 수 없고 싫은 것도 명목상 선택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의지와 상관없는 것이지만 그것을 해야만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어린 마음처럼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 행복한 마음을 잠시 뒤로 하고 먹기 힘든 것을 먼저 먹어야 할 때, 아니면 엄마가 제안한 것을 선수 쳐서 꿀떡을 먼저 먹게 해 주거나 왕눈깔 사탕을 먼저 맛보게 해 주면 엄마의 말을 듣겠다고 과감하게 제안을 할 때 마음은 분명히 달랐습니다. 엄마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자식이 아니라 맹랑하고 꾀를 피우는 자식이 되는 것이죠.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기회는 어떤 의미일까?
예전,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유품을 정리하던 때가 기억납니다. 오랜(제 기억엔 오래되기도 했지만 지갑으로는 유일하게 단 하나뿐이었던 것이었습니다.) 가죽지갑을 처리해야 했었습니다. 남겨야 할 것과 태워야 할 것을 구분하던 중 지갑 안쪽 깊숙이 곱게 들어있던 지폐 한 장이 생각납니다. 당시에도 꽤 오래전에 발행된 지폐였고 고액이었지만 사용하지 못한 채 지갑 깊숙한 곳에 남겨져 있었습니다. 언제 사용하려고 했었을까? 귀하게, 소중하게 간직했던 돈은 결국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지만, 지폐의 상태는 - 지갑이 접힌 횟수만큼 접혔다 펴졌다가 반복되어 가운데 접힌 선이 닳아서 많이 손상된 상태(지폐가 반으로 두 동강이 날 수 있는 상태)였습니다. 당시 어린 마음에도, 아버지가 하고 싶은 걸, 필요한 곳에 사용하지 못하고 돌아가신 것 같아 많이 안타까웠었습니다. 늘 아껴야 했고 손재주가 좋아 뭐든 고쳐 쓰고 만들어서 썼던 때였습니다. 당신을 위한 것은 사 본 적이 없고 엄마가 사 오는 물건을 제외하고는 집에 새로운 것을 사들이는 법이 없었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큰 금액이 필요했었는지.... 한 번도 사용하지 못한 그 기회가 아버지에겐 어떤 의미였을런지는 아직도 알듯 모를 듯합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돈을 벌기 어렵고, 돈을 벌려니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는 문제는 시대를 불문하고 늘 따라다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발달을 해도 함께 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둘 중 하나를 반드시 골라야 하는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달콤한 사탕 한 알을 먹기 위해 먹기 싫은 반찬을 꾸역꾸역 먹지 않아도 되는 세상입니다. 상처럼 받은 사탕 한알을 바로 먹지 못하고 애지중지하며 끈적일 때까지 손에 꼭 쥐고 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자신의 마음이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 보는 두 가지 마음은 결국 같습니다. 먼저 달콤한 사탕을 먹던 나중에 먹던. 하지만 살면서 만나는 기회들은 이처럼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필요한 타이밍이 꼭 지켜져야 할 것이 있고 잠시 바라봐도 좋은 것이 있습니다. 지금 어떤 기회 앞에 서 있나요? 그동안 기다리던 것인가요? 지나치고 싶었던 것인가요? 기회는 늘 열려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에게 열려 있지는 않습니다. 대가를 기꺼이 치를 수 있을 때, 작은 상처쯤은 무신경해질 수 있을 때, 그리고 팔을 뻗어야 잡을 수 있습니다.
2025.01.04-[짧은 생각] 착각에 대한 대가는 분명하게!
[짧은 생각] 착각에 대한 대가는 분명하게!
착각은 자유라고 했던가요?착각(錯覺)명사 :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와 다르게 지각하거나 생각함. 착각인지 과욕인지 판단력 부족인지, 아니면 그 모든 것을 포함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
gruwriting.com
'[일상잡多]'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짧은 생각] 스스로 찾아낸 나의 가치는 어느 정도인가? (2) | 2025.03.20 |
---|---|
[짧은 생각] '리셋'... 그 전에도 조금만 신경 써 줘요 (2) | 2025.03.12 |
[짧은 생각] 착각에 대한 대가는 분명하게! (2) | 2025.01.08 |
[짧은 생각] 2024.12.3 ... 밤사이 안녕하셨나요? (2) | 2024.12.05 |
[짧은 생각] 양면의 우월성에 관하여 (0) | 2024.11.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