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나면 부모들은 제일 먼저 아기의 손가락과 발가락 개수를 확인하고 모두 정상적으로 움직이는지 확인을 합니다. 금새 누워있던 몸을 뒤집고 배밀이를 하고, 기어 다니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꼭 쥐고만 있던 손을 풀어 죔죔 곤지곤지 짝짝 같은 손근육 놀이를 배우기도 합니다. 바라볼 땐 가장 쉬운 동작으로 보였지만 나중에 어느 순간 아이들 손놀이를 다시 따라 해 보니 보통일이 아닙니다. 주먹을 쥐었다가 펴고 박수를 치는 행위가 별 볼일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체의 축소판인 손가락과 손바닥에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아이들은 태어나서부터 신체의 움직임을 무한 반복하고 연습하며 성장합니다. 하지만 성장이 이루어지고 이후부터는 오히려 신체의 활용이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신체를 사용하는 방법을 모를 때 열심히 움직이던 몸을 어른이 되고 나서 점차 움직임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며 신체 움직임의 중요성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봅니다.
몸이 아프고 나서야...
신체를 자유롭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은 대개 운동신경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운동선수가 아니더라도 주위에 보면 몸 쓰는 행위를 어색해하지 않는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면 몸의 움직임을 어색해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데요, 제가 그런 경우입니다. 문득,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학교 때 우연히 낚시터에 빠지고 난 후 생존을 위한 수영을 배운 것을 제외하고는 그 외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굳이 덧붙이자면 가끔 걷는 정도가 다였습니다. 예전에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별다른 활동을 배우거나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곤 나이를 먹고 생각과 함께 서서히 뻣뻣하게 경직되어 가는 몸을 맞이합니다. 움직임이 적은 상태에서 게으름까지 더해져 몸이 더욱 움직이기 힘들어질 무렵이 있었습니다. 단순하게 두 발로 걷는 것조차 힘들었던 순간이었습니다. 전철역에서 운행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고 내리기가 두렵고 어려웠던 순간, 노인이나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건강의 일부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몸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무척이나 둔해서 그런 것들을 미리 알기엔 많이 어리석었습니다. 아프지 않으면 건강하다고 착각했던 겁니다. 3개월 이상을 집안에서 손가락과 발가락, 팔과 다리, 가슴 등 허리를 펴고 오므리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나서야 다시 정상적인 걸음을 걸을 수 있었습니다. 그 평범한 일상생활이 이렇게 공을 들여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생활을 위해서
몸이 주는 자신감과 활력을 알 수 있게 아이들이 자랄 때 몸을 써서 할 수 있는 운동을 몇 가지 꼭 가르쳤습니다. 사람은 어릴 때 성장하면서 몸으로 익힌 것들은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잊어버리지 않습니다. 어릴 때 자신의 몸을 잘 사용할 줄 알게 되면 그만큼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게 되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몸을 쓰는 요령과 위험에 대처하며 자기를 관리하는 방법도 스스로 배웁니다. 몸으로 자신의 능력을 깨닫게 된 아이들은 새로운 도전을 할 때 상대적으로 두려움이 적습니다.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해 가며 불가능해 보이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일주일 남짓 운동을 하고도 몸의 순환에서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는 것처럼 움직이면 머리보다 몸이 먼저 압니다. 몸처럼 정직한 것은 없습니다. 움직이면 움직이는 것만큼 단단해지고 그렇지 않으면 순식간에 나약해집니다. 당연히, 몸이 건강하고 아프고에 따라 생활의 품질도 달라집니다.
어느 날 갑자기 발목이 시큰거려 잠시 며칠간 절룩거리거나 제일 작은 손가락 끝을 눈곱만큼 베이고서야 부랴부랴 몸무게를 줄이려고 애쓰고 조심성을 기르지 못한 것을 후회합니다. 무엇을 하든 이미 한 박자 늦은 깨달음이지만 그렇게 하나씩 작은 불편들을 통해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 주는 것 같습니다. 꼭 거창한 운동이 아니더라도 몸으로 무엇을 할 줄 알게 되면 삶을 조금 더 재미있게 살 기회가 생깁니다. 아직은 좀 이르지만 오래 걷기부터 천천히 시작해 잊고 있던 수영을 다시 도전해 볼까 합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 건강한 마음과 정신을 지탱하기 위한 바탕으로 반드시 필요한 몸의 건강을 먼저 챙겨야겠습니다.
2023.01.31 - [짧은 생각] 우리, 너무 자주 사과하고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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