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多]

[짧은 생각] 우리, 너무 자주 사과하고 있지 않나요?

나두매일 2023. 1. 3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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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날처럼 복잡한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을 합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열차 출발이 조금 늦어집니다. 잠시 후 안내 방송에서 선행 열차에 응급 환자가 발생해서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 뒤이어 '열차 이용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는 사과 멘트가 추가되어 나옵니다. 응급 환자가 발생한 사실은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한 것인데 굳이 사과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불편한 사실을 모두 사과할 필요는 없다




사실을 사실로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잘 안 되는 세상입니다. 아니, 사실만 전달하면 안 되는 세상이 되었고 사과를 꼭 말해야 서로 마음이 편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정해진 매뉴얼이 있는 것처럼. 우린 사실만 팩트에 근거해서 전달하고 전달받는 것에서 '소외'된 채로 많이 무감각해져 있습니다. 각종 뉴스 보도도 추측성이 대부분이고 심지어는 ~카더라가 대부분, 그 외 플랫폼들도 다들 개인 의견이 많이 섞이다 보니 어떤 것이 사실이고 어떤 것이 의견인지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모든 팩트에 대한 판단은 개인의 몫입니다.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의 작은 횡단보도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직원들에게도 유사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지나가기 위해서는 차가 멈춰야 하고 반대로 차가 지나가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잠시 멈춰야 합니다. 그저 단순히 잘 지나가고 흐름을 만들어가는 순서일 뿐인데도 자꾸 잠시 기다려 달라며 거듭 미안하다고 사과를 반복합니다. 사람들에게도 차량에게도. 지나친 사과의 말이 자꾸 불편하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사과는 뭔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과정에서 하는 것입니다. 잘못하지도 않은 일에는 사과할 이유가 없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혹은 일을 하면서도 자주 아무 의미 없는 사과를 반복하는 동료들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 잠시 생각해 봅니다. 그 사람이 무엇을 잘못했었나? 딱히 떠오르는 내용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 사람은 사과를 하고 듣는 사람도 아무렇지 않게 괜찮다고 합니다.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입니다. 사실을 직시하며 반응해야 하지만 습관적인 사과와 반응이 너무 쉽게 오고 갑니다.


앞 열차에 응급 환자가 발생하여 열차 출발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열차 운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앞 열차에 응급 환자가 발생하여 열차 출발이 지연되고 있으니 잠시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어느 것이 덜 불편한가요? 어느 것이 더 적절해 보이나요?



사과라는 의미가 자연스럽게 잘못과 연결되기 때문에 사과의 내용을 말하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움츠러들거나 자신을 필요 이상 낮추어 표현하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 자신도 모르게 낮은 포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일상적 환경에 우리가 놓여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불필요한 사과를 받는다고 내가 더 존중받는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사과가 남발되는 현상은 서비스 직종에 대한 오해가 만들어낸 괴물 같은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고객을 직접 만나는 갖은 상황들 속에서 잘못을 인정하기 바라거나 사과하길 바라는 요구들이 생깁니다. 그 순간 무형의 갑을 관계들이 만들어지고 그런 관계가 반복 학습되는 측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실은 사실로써 바라보는 조금 더 건강한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말은 생각과 행동을 규정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명백한 잘못이 없는 일들에는 사과를 뺀 채 말할 줄 아는 언어의 습관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양해를 구하는 것과 사과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를뿐더러 한국 사회를 벗어나면 무턱대고 사과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입니다.



지나친 사과나 겸손이 오히려 무례함을 초래하거나 관계를 더 불편하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꼭 필요한 것에는 사과를 해야 하겠지만 불필요한 것에 까지 사과를 한다고 해서 사과를 받는 상대가 더 존중받거나 귀하게 여겨지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할 때 정중히 사과하는 모습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무리하게 사과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면 정확한 사실에 대한 설명과 확인을 해 줌으로써 설득하고 오해를 푸는 방법도 필요합니다. 불필요한 사과를 좀 더 줄이고 서로 양해하고 배려하는 말과 행위가 몸에 밴다면 조금은 더 활기를 나눌 수 있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고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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