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多]

[짧은 생각] 아줌마에요, 그런데... 아줌마가 싫어요

나두매일 2025. 6. 21. 21:59
반응형

 

 

사실 TV는 거의 보지 않지만, 가끔 1박 2일 프로그램을 한때 챙겨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럭저럭 재미도 주었지만 출연자의 한 마디로 결국 보지 않기로 결정했었습니다. 프로그램의 포맷은 항상 서바이벌 게임처럼 살아남기 위해서 혹은 밥을 먹기 위해서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매사에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뭐 인생도 그러니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공공연하게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인간의 말과 행동은 그냥 나오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경험과 삶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속일 수가 없습니다. 설사 프로그램에서 재미를 위해 했다고 하더라도 공중파에서 공공연히 '나만 아니면' 상대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말이 그렇게 무책임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기주의의 끝을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 나만 아니면 돼

 

동네에 있는 수영장은 대개 넓지가 않습니다. 레인이 많아봐야 8~10개 내외고 그마저도 자유수영은 3개 이내만 허용이 되기에 늘 사람이 붐빕니다. 복잡하고 한정된 시간에만 사용해야 하는 공통의 공간에서 엄마는 아이와 함께 아무렇지 않게 한가운데 서 있습니다. 가는 사람도 오는 사람도 피해야 하는 곳에서. 피하는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불편해합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가운데 서서도 불편함이 전혀 없이 수다를 떱니다. 오히려 정상적으로 수영을 하다가 가로막혀 멈추는 사람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던집니다. 엄마와 아이는 모두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문제의식이 없어 보입니다. 누가 잘못하고 있을까요??? 수영장 레인이 사우나 대중탕 쯤이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특별한 경우를 빼고 대부분 자녀들은 엄마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많습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행동이나 말을 본 대로 배웁니다. 물론 극(성인) 부(父)를 보기도 했습니다. 따돌림을 당한다는 자신의 아이 말만 듣고 다음날 학교에 와서 모든 학급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자신의 아이가 알려준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불러 세우며 아이들 뺨을 손찌검하던 아비를! 엄마던 아빠던 결국 아이는 부모의 품성을 그대로 고스란히 담아 성장합니다. 사회에 독립해서 살아야 하는 인격체가 처음 배우는 부모의 모든 것, 그것이 그들 삶의 기반이 됩니다. 그래서 잘 가르치고 잘 배워야 합니다. 적어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함께 살아가는 방법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불안해한다고요...

 

어느 날, 교보문고에 들러 볼 것이 있었습니다. 평일 낮시간이라 사람은 별로 없어서 공간은 한가했습니다. 화장실을 사용하다가 옆에서 아이와 엄마의 대화를 듣고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 엄마가 나... 버리고 가버릴까 봐 그랬어.

 

이게 무슨 말이지? 나와 보니 유치원을 다닐 정도였을까요? 6-7살 정도 여자 아이였습니다. 화장실 안으로 엄마를 데리고 들어가서 엄마에게 하던 말.... 왜 그랬을까 보다 어쩌다 저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금방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뒤따른 엄마의 반응이었습니다.

 

아니 왜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해? 미쳤니?

 

이건 또 무슨 반응인가요? 아이의 질문도 저러할진대 엄마의 대답은 또 왜 저럴까요? 적어도 뭔가 불안한해 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할 소리는 아니지 않은가요? 말은 사람을 만듭니다. 말로 사람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합니다.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하고 늘 조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부모들이라고 해서 자식에게 함부로 말해도 되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은 자신이 알고 있는 만큼 행동하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인격체인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말과 행동에는 늘 책임이 따릅니다.

 

 

 


 

'대한민국 아줌마'의 특성은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합니다. 그리고 독특합니다. 아이를 위해서는 세상 못할 것이 없는 사람들, 대중 앞에 부끄러움을 절대 모를 것 같은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뭐든 할 수 있고 뭐든 불가능을 박살 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대한민국 아줌마들'입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극성 중 극성이고 전 세계사적으로 전무후무합니다. 그 바탕엔 자식을 위한 희생이 기본이고 지금은 그 위에 더해서 내 자식만은 험한 세상에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 역시 명목상 아줌마이고 아이들을 키웠지만 잠깐을 빼고 맞지 않는 아줌마 대열에서 이탈한 지 오래입니다.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당최 적응이 안 됩니다. 무지막지한 아이디어와 난데없는 태도의 무례함은 늘 낯설고 매번 당황하게 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 내 자식 혼자서만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는 걸, 조금만 더 서로 배려해야 한다는 걸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5.05.13-[짧은 생각] 고민 많은 50대들, 현실은...

 

[짧은 생각] 고민 많은 50대들, 현실은...

100세 인생이 공공연한 세상살이에서 나이 오십 대는 딱 절반을 산 나이 즈음입니다. 마라톤으로 생각하면 터닝 구간 즈음일까요? 산의 중턱쯤 오른 상태일까요? 마라톤은 42.195가 아니더라도 하

gruwriting.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