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여행의 설렘, 장거리 비행은 힘들지만 그 안에 무수한 설렘과 기대들이 공존합니다. 해들리(헤일리 루 리차드슨)와 올리버(벤 하디)는 런던행 비행기에서 처음 만납니다. 해들리가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벌어진 우연, 각자 가족의 행사 참석을 위해 런던으로 향하던 길입니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되고 조금씩 교감을 나누게 되지만 사소한 우연으로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됩니다. 다시 만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사랑이란 운명이 만들어질까요?
약간 부족한 것이 이끄는 곳을 향해서
공항에 늦게 도착해 비행기를 놓친 해들리는 어쩔 수 없이 다음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가야 합니다. 핸드폰은 방전 직전, 계획에서 벗어난 비행기 출발은 뜻밖의 만남을 가져옵니다. 정확성이 중요하고 서프라이즈를 끔찍이 싫어하는 올리버는 충전기 잭을 빌려주며 해들리와 첫 만남을 갖습니다. 가볍게 식사까지 한 두 사람은 그렇게 각자의 비행을 준비하지만 우연의 우연일까요? 거의 희박한 확률로, 비행기 벨트 고장으로 올리버는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를 받게 됩니다. 해들리와 올리버는 전혀 다른 이유로 함께 런던을 향한 비행기에 나란히 앉게 됩니다.
폐쇄공포증이 있는 해들리의 손을 잡아주며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도록 이야기를 이어가는 올리버, 편안해진 해들리는 자신의 여행 이유를 조금씩 털어놓습니다. 런던에 도착한 두 사람은 헤어질 시간이 오자 올리버는 해들리의 핸드폰에 자신의 번호를 입력하지만 해들리의 폰이 떨어지며 올리버의 번호를 확인할 수 없게 됩니다. 올리버가 입력해 준 번호 외 아무것도 연락할 방법도 없는 두 사람은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결국 서로 어긋나고 맙니다.
첫눈에 반하지 않으면 진정 사랑할 수 있을까?
우연히 만난 남녀가 우연의 우연의 우연을 거듭 거쳐서 만나게 되는 이야기, 조금은 싱겁고 맹랑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삶이란 우연의 연속이기도 하기에 아예 무시할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아빠의 재혼 결혼식에서 우연히 들은 올리버 가족의 장례식, 연락할 방법은 따로 없지만 해들리는 버스를 타고 장례식장으로 향합니다.
영화에서 특이하고 신선했던 점은, 해들리와 올리버가 가야 하는 각자 가족들의 행사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재혼하는 아빠의 결혼식에 들러리로 가야 하는 해들리와 아픈 엄마가 생전에 장례식을 치르고 싶어 해서 가야 하는 올리버. 재혼하는 부모의 결혼식은 그래도 좀 익숙한 광경이 되긴 했지만, 살아생전에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 죽음 전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아 망자에게 해줄 이야기를 직접 듣고 축하하는 자리를 갖는 모습은 분명 기발한 아이디어였고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기도 했습니다. 의례 장례식은 죽은 사람을 추도하는 행사이지만 죽기 전 자신의 장례식을 마련하는 마음은 어떨지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병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장례식을 준비하던 올리버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며 조금은 그 마음을 알 것도 같았습니다. 죽음에 대한 긍정적 자세와 따듯하고 명랑한 분위기의 즐거운 장례식장은 무척 신선해 보였습니다.
장례식 계획을 세우는데,
너무 근사한 쇼가 될 것 같아서
제가 살아 있을 때 보고 싶더라구요
정말 싫더라고요, 사람들이 뒤에서 내 칭찬을 한다니
그런 낭비가 어디 있어요?
장례식장을 찾은 해들리와 어머니의 병으로 날카로워진 올리버의 대화는 삐걱거리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감정은 꼬일 대로 꼬입니다. 해들리는 자신을 데리러 온 아빠와 대화를 시작하고 올리버는 추도사에서 어머니에 대한 솔직한 마음을 전합니다.
우연의 반복이 필연이라는 말은 진실일가요? 이십대 초반 풋풋한 남녀의 우연한 만남이 사랑으로 이어질 확률에 관한 로맨틱 코미디인 듯 했지만, 실제로는 현재를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줍니다. 영화 내내 가족 사랑의 훈훈함과 따듯함을 느끼며 즐길 수 있었고, 확률조차 계산할 수 없는 관계인 소중한 가족의 사랑과 지지에 대해 새삼 고마움을 갖게 됩니다. 가볍게 보면서도 숨은 인생의 의미와 가족의 사랑이 바탕에 너무 따듯하게 마련되어 있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2023.09.16 - 수학 천재들의 카드 카운팅 그리고 잭팟,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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