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보기]

오토라는 남자 A Man Called Otto

나두매일 2023. 8. 26.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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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보기 드물지만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 오토라는 남자>는 그런 영화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폭력적이고 괴기스러운 비슷한 종류의 자극적인 영화에 시큰둥하고 조금은 더 인간적인 따듯한 마음이 필요힐 때 보면 좋은 영화입니다. 원작을 읽지는 않았지만 착한 사람들로 가득한 따듯한 영화만으로도 충분히 원작이 궁금해집니다.

 


정말 죽는데 소질 없으세요

 

오토(톰 행크스)는 죽음을 수 차례 시도하지만 불행하게도 타이밍이 맞지 않아(?) 죽을 수가 없습니다. 사후 정리도 미리 해놓고 나름의 준비를 철저히 하지만 자주 귀찮게 하는 이웃들 때문에 자꾸 일정을 미뤄야만 합니다. 하필 모든 준비를 마치고 죽기로 예정된 날, 시끌벅적하게 새로운 이웃이 이사를 옵니다. 처음부터 신경이 쓰이는 그들의 끈적한 방문은 점점 오토를 더 귀찮게 합니다. 무작정 맛난 음식을 들이밀며 공구를 빌려달라, 아이들을 돌봐달라, 심지어 운전연수까지 부탁하는데 대체 이들은 왜 이러는 걸까요?
 

 

 
 
집에서 도저히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오토는 지하철 역에서 죽기로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자신보다 먼저 철로에 뛰어든 노인을 구하느라 이마저도 실패합니다. 대체 죽는 게 왜 이렇게 어렵나요!  오히려 오토는 생명을 구한 영웅이 됩니다. 누군가 올린 영상은 SNS를 타고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게 됩니다. 
 


오랫동안 이웃으로 지내온 친구는 시소한 오해로 사이가 틀어진 지 오래고 이젠 병들어 예전처럼 지낼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오토가 하는 유일한 한 가지, 마을을 순회해서 눈에 보이는 문제마다 즉시 해결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던 중, 병에 걸린 절친이 자신의 집에서 쫓겨나게 생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온갖 동네 일을 해결해 오던 오토는 역시 참을 수 없습니다. 친구와 마을이 처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합니다. 노인들에게서 집을 빼앗으려는 악덕 회사로부터 친구와 마을을 지킵니다. 


 
 
 

소냐를 만나기 전 내 삶은 흑백이었어. 소냐는 컬러였지

 
 
톰 행크스의 영화를 꽤 여러 편 봤지만 오토처럼 그에게 딱 맞는 역할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찰떡 캐릭터를 소화합니다. 톰 행크스가 오토 자체였습니다. 가난하고 소심하지민 좋아하는 여자에게 모든 좋은 것을 해 주고 싶었던 젊은 날의 청년 오토를 보며, 우리 모두의 젊은 날처럼 쑥스럽고 조심스럽고 그렇지만 사랑을 위해 용기를 내는 그의 마음에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이를 먹은 톰이 보여주는 오토를 통해, 나이를 먹으며 사소한 계기들로 외부와 연락을 끊거나 괴팍해지는 노인들 마음의 이면을 단면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죽고 인생 최악의 순간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오토가 마음 따듯한 이웃들과 관계에 눈을 돌리며 현재를 바라보게 됩니다. 오랜 친구와 아내의 제자, 그리고 그를 자주 귀찮게 하던 여러 이웃들 모두가 오토에게 늘 다정한 손길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아내와의 추억으로, 아내의 죽음을 감당하지 못하고 힘들어하던 순간에도 그들은 오토가 새롭게 살아갈 힘을 얻고 기운을 낼 수 있게 옆에서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토는 또 이웃들과 함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갑니다. 
 
 
 
우린 결국 관계에서 의미를 찾고 관계의 단절에서 좌절을 맛보곤 합니다. 오토는 아내의 죽음으로 세상과 단절할 뻔했지만, 추억이 아닌 현재를 살아야 하는 오토는 새로운 자기 주변과의 관계에서 새롭게 삶의 이유를 발견합니다. 길 잃은 고양이와 이웃집 아이들을 돌보는 오토의 선한 모습은 모두와의 관계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게 합니다. 오토는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오랜만에, 조금 슬퍼지다가 어이없이 웃다가 귀여움에 미소 짓고 또 바로 괴팍함에 실망하는, 여러 감정들을 한꺼번에 맛본 영화였습니다.
 
 


 
사람 냄새가 나는 훈훈한 캐릭터들을 통해,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것이 결국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노인들의 괴팍함에는 분명히 어떤 이유가 있을 거라는 걸 새삼 배웠습니다. 겉보기와 달리 그 이면에 어떤 이유를 품고 있던 그들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자신들의 마음을 조금씩 풀어내는 계기가 마련될 때, 서로에 대한 고마움과 선한 감정의 교류가 가능합니다. 사람들과의 진정한 관계가 한 사람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걸 배웁니다. 모두의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세상엔 보다 더 많은 다정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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