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보기]

바람을 길들인 풍차 소년

나두매일 2023. 6. 9.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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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을 속의 평온한 풍경, 거대한 자연과 그 안에서 느리게 유유히 움직이는 생명체들. 하지만 그 속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 수많은 생명의 위협 요소들을 매일 겪으며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왜 항상 아프리카의 아름다움은 그저 아름답기만 할 수 없는 걸까요?
 
 
 
 

언제나 잃지 않게 될까?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말라위는 농사를 지어서 먹고사는 가난한 나라입니다. 소년 윌리엄 캄쾀바와 그의 가족들이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풍차를 만들기까지 겪은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영화 <바람을 길들인 풍차 소년>은 가뭄으로 메마르고 갈라진 땅과 굶주린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윌리엄이 학교 등록금을 내지 못해서 선생님이 한 명씩 이름을 부르는 장면, 등록금을 내지 못하면 공부할 수 없는 현실은 70년대 우리의 교실 풍경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힘들어도 윌리엄과 애니를 교육시키려는 부모의 마음, 모든 것을 매번 잃기만 해야 했던 엄마의 절규 앞에 참 마음이 착착해집니다. 그저 교육으로 자식들이 불행하고 힘든 현실에서 벗어나길 바랄 뿐입니다. 
 


 
지독한 건기와 그저 하늘에서 비가 내리길 기다릴 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들, 하지만 매일을 살아야 하기에 식량을 두고 서로 약탈하고 또 빼앗습니다. 가뭄을 앞에 두고 작물을 재배하거나 거둬들일 식량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윌리엄은 부모의 노력으로 학교에 들어가지만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학교에서 쫓겨납니다. 하지만, 잠깐 동안의 학교 생활에서 책을 통해 에너지에 대한 것을 공부하게 되고, 눈썰미 있고 손재주를 가진 윌리엄은 아이들과 폐차장에서 쓸만한 것들을 찾아냅니다. 
 


 

아빠가 모르시지만 제가 아는 것들이 있어요

 
 

폐차장에 버려진 고철덩어리인 자전거 체인과 바퀴, 빨랫줄로 쓰던 피복이 벗겨진 낡은 전선들, 고장 난 트랙터에서 빼낸 송풍팬, 고장 난 라디오 등등 여기저기서 뜯어낸 전자 부품을 모아 풍차를 만들고 바람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냅니다. 작은 폐건전지들로 전기의 가능성을 경험한 윌리엄은 쓸모없는 것들을 쓸모 있게 만들어 내는 노력을 계속하고 결국 입소문을 타고 말라위에서 큰 화젯거리가 됩니다. 작은 실험이 시작이었지만 성공한 윌리엄은 식량을 위해 서로 싸우는 사람들 모두를 위한 방법을 고민합니다. 아프리카에 부는 강한 바람과 전기를 이용해 물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유일한 희망을 갖게 합니다. 그저 메마른 땅에 물이 흐르기만 바랄 뿐입니다. 그래야 식량을 생산할 수 있고 싸우지 않을 테니까요.
 
 
 
현실적인 벽에선 자꾸 다른 의미보다 생존과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순간이 반복됩니다. 윌리엄의 마음을 알지만 가족의 큰 재산인 자전거를 선뜻 내어줄 수 없는 가장, 또 그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모험만 할 수 없는 아버지는 그래서 갈등합니다. 하지만 윌리엄의 말대로 아버지가 모르는 것을 아들 윌리엄은 알고 있었습니다. 작은 시작이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할 수 없는 순간, 자신이 아는 것에 확신을 더해 모두를 위해서 새로운 실행을 합니다.
 
 

 
 
그의 강연에 따르면, 캄쾀바는 풍차를 시작으로 유명해지면서 점차 강연과 후원을 받아 더 많은 풍력 발전기와 태양열펌프를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사실일까 싶을 정도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어쩌면 너무 뻔할지도 모릅니다. 작은 시작과 큰 변화, 언뜻 관련짓기 어려워 보이지만 거칠고 갈라진 메마른 땅에서도 새로운 생명의 싹이 움트고 서서히 자랍니다. 자연의 악조건을 이겨가며 자연과 공존해야 하는 인간의 필연적인 노력도 시작이 작더라도 어떤 방식이던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확신이 없는 아빠, 꿈꾸지 않고 하겠다는 아들. 재산의 전부인 자전거를 희생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지만 바람으로 물을 만든다는 프로젝트를 온 마을이 함께 시작합니다. 굶주리고 건조한 날씨로 키우던 개을 잃었을 때의 윌리엄의 어린 마음은 더 단단해졌을 것이고, 생존 경쟁에서 눈앞의 돈으로 판단을 흐리곤 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윌리엄은 절망했을지도 모릅니다. 또, 아프리카의 생존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거대한 나무들을 하나씩 무너뜨리는 자본의 힘과 횡포도 고스란히 겪었습니다. 

 

말라위의 자연조건을 활용한 생존 방식을 만들어낸 것처럼 자연은 위대하지만 그 대단한 자연 속에 살아가는 인간은 생존을 위해 지혜가 필요합니다. 훼손하지만 않는다면, 함부로 하지만 않는다면 메마른 땅에 흐르는 물의 촉촉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젠 생명이 흐르는 광경과 그렇게 씨를 뿌리고 새싹이 자라고 생명이 자연스레 순환되는 아프리카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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