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보기]

상상 속 제제를 만나게 된,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나두매일 2023. 7. 8.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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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대개는 어느 한 가지엔 실망하게 됩니다. 그런데 책과 영화 모두 나름의 잔상이 오래 남는 영화가 있습니다. 우리의 기억보다 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입니다. 어릴 때 처음 책을 읽으며, 제재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한 적이 있었습니다. 영화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브라질 최고의 작가 J.M. 바스콘셀로스의 동명 베스트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굉장히 오랜 기간 유명세를 탔던 작품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말썽을 부리는 공상가 제제(후아오 기에메 아빌라)와 뽀르뚜가(호세 드 아브레우) 아저씨의 만남과 우정, 이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첫 만남에서 뽀르뚜가의 차에 매달리는 장난을 치다 혼난 제재와 서로  원수 사이가 되었지만 발을 다친 제제를 뽀르뚜가가 도와주면서 그들은 비밀 친구가 되고, 제제는 그에게 사랑을 주고받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생애 첫 이별 역시 그를 통해 배웁니다.
 
 

 

 

왜 아이들은 철이 들어야만 하나요

 
"다들 내 안에 악마가 있대요."  늘 제제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성당에서 오랫동안 갖은 푸념을 하는 조그만 아이 제제. 가난한 브라질 가정에서 많은 형제자매들과 지내지만 실직한 아빠와 힘들게 먼 거리에 일하러 다니는 피곤한 엄마, 아이들은 큰 아이들끼리 서로서로 돌보며 자랍니다. 제제의 행동이 다소 엉뚱하고 상상력에 마음이 들떠 있을 때면 늘 어른들, 가족들은 자신에게 악마가 있다, 말썽을 피운다며 타박을 합니다. 잦은 폭력으로 온몸은 멍이 들어 성한 곳이 없는 조그만 아이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어서 위험도 무릅쓰고 뽀르뚜가 아저씨의 차에 매달려 혼쭐이 납니다. 
 

 
 

 
 
어느 날, 장난을 치다가 다친 다리로 힘들게 학교에 가던 제제에게 뽀르뚜가 아저씨가 손을 내밉니다. 그 후, 그 두 사람은 서로에게 비밀 친구가 되어주기로 약속합니다. 제제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곳은 작은 라임오렌지 나무 밍기뉴밖에 없었습니다. 상상 속의 목소리와 대화를 하고, 하소연을 하면서 스스로 위안을 얻는 아이 제제. 모두가 싫어하는 말썽꾸러기 제제지만 사실은 가난한 집을 위해 구두를 닦아서 스스로 돈도 버는 속 깊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의 책상에 다 있는 꽃이 없는 자신의 선생님을 위해 꽃을 가져다주는 마음이 아름다운 아이입니다. 구두를 닦아 번 돈으로 아버지에게 줄 담배를 사 오는 아이, 자기보다 어린 동생아 마음 다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돌보는 아이, 이토록 마음이 곱고 아름다운 아이지만 늘 자신을 미워하는 가족과 친구들 때문에 힘들어서 기차에 뛰어들겠다고 충격적인 고백을 합니다.
 
"오늘밤, 망가라치바 열차에 뛰어들 거예요."
 
 
 
 

내 마음에 당신이 다시 태어 날 수 있게 그렇게 죽였어요

 
 
제제의 비밀 친구가 된 뽀르뚜가는 언제든 제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용기를 북돋워줍니다. 제제를 감싸주며 두 사람만의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곤 제제가 상상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격려합니다.  제제가 머릿속의 이야기를 마음 놓고 꺼낼 수 있도록 자신이 유산으로 물려받은 펜을 선물합니다.  어느 날, 수업을 듣던 제제는 뽀르뚜가의 차가 기차에 치였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습니다.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마음속 깊이 간직한 한 사람은 있습니다. 제제는 뽀르뚜가의 말대로 글을 쓰고 그의 묘지를 찾습니다. 뽀르뚜가와 지낸 아름답고 따듯했던 시간들, 늘 웃음이 함께했던 행복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뽀르뚜가와의 이별을 실감합니다. 아프게 자라던 성장기에 만난 뽀르뚜가와의 만남 덕분에 제제는 자신의 상상력에 날개를 키워갈 수 있었습니다.
 
 
내가 우리 차로 그곳에 데려다줄 테니깐 넌 이 근사한 얘기를 나한테 말할걸.
넌 모든 사람에게 네 얘기를 들려줄 거야.
그리고 난 또 너를 고향에도 데려갈 거야. 가고 싶지 않니?
 
 
아프지만 미움 때문에 사랑하는 마음을 거두어들이며 한 사람씩 죽이고 있다던 제제가 귀한 한 사람을 만남으로써 상상만이 아닌 자신의 앞날을 위해 나아가는 과정은 무척 아름답고 감동을 줍니다. 오랜만에 오래된 추억 속의 이야기를 편하게 전해 들은 듯합니다. 보는 내내 마지막까지 잔잔한 웃음을 짓고 공감하게 됩니다. 어릴 때 책을 보며 상상하던 아이가 영화로 실현되어 또 다른 감동을 만들어낸 마음이 따듯해지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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