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뉴스에 나오는 사건 사고는 실제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단, 나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뿐이지만 나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평상시처럼 근무를 하고 퇴근이 얼마 남지 않은 때, 갑자기 긴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일반인들은 어떤 반응으로 어떻게 대처가 가능할까요? 지하철에서 혹은 길에서, 낯선 도로에서 범죄자를 잡는 시민들도 뉴스에 간혹 등장합니다. 우리도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되면 모두 그렇게 용감해질 수 있을까요? 선뜻?
뉴욕을 위해 개처럼 일했는데 대가가 고작 이거라니
뉴욕 도심 한복판의 평범한 오후, 1시 23분 펠햄역에서 출발하는 열차 펠햄123이 중무장한 범죄자들에 의해 납치됩니다. 뉴욕 지하철이 멈춥니다. 퇴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배차원 가버(덴젤 워싱턴)는 시스템을 보던 중 특정 구간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합니다. 업무 중 뇌물 혐의를 받고 내사 중인 가버는 직위에서 강등되어 배차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열차의 상황을 알아보던 중 납치범과 연결됩니다. 라이더(존 트라볼타)는 납치한 지하철의 뉴욕 시민들을 인질로 거액의 몸값을 요구합니다. 자신들이 정한 제한 시간 안에 현금 천만 달러를 넘기지 않으면 승객들을 죽이겠다는 납치범들. 지하철 배차원 가버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하철 시스템을 이용해 인질들을 구하려고 합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가버와 라이더의 협상으로 진행됩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약한 부분을 건드리며 조금씩 대화를 시도합니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인질을 죽이는데 한치의 망설임도 없던 라이더는 가버와 무전 교신을 거듭하면서 서로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미묘하게 마음이 흔들리는 듯합니다. 마지막 라이더가 가버에게 총을 쏘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삶을 포기한 태도가 안타깝기도 합니다.
범죄를 저질러서 가게 된 교도소, 그 안에서 만난 범죄자들은 서로서로 범죄를 학습하고 교류하며 결국 출소를 하고도 새로운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곤 합니다. 라이더와 납치범들은 그렇게 만나고 그렇게 다시 범죄를 저지릅니다. 월스트리트 출신이지만 어느덧 범죄자가 된 라이더는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해서 떨어지는 주가를 신경 쓰며 큰돈을 노립니다.
예전에는 단지 가난하고 못 배워서 범죄에 쉽게 노출됐지만 지금은 고학력, 고소득자인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범죄전문가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범죄 기술자들! 자신들의 전문영역을 활용한 전문 범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은 감히 생각해 볼 수조차 없는 범죄를 저지릅니다. 상대적으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사람들이지만 탐욕은 끊임없이 더 큰돈으로 연결됩니다.
똥 밟고 사는 게 인생 아냐?
세상의 불평등을 외치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렇다고 모두 범죄를 저지르진 않습니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면 부조리와 헛점이 더 잘 보일 수 있습니다. 시스템과 법의 구멍들을 보고 욕심을 내면 반드시 범죄가 발생합니다. 그렇기에 법의 테두리를 살짝 벗어난 범죄자들이 판을 치고, 오히려 큰 소리로 위법이나 불법은 아니라고 당당하게 항변합니다. 누구보다 시스템을 잘 알기에 최대한 약점을 활용하고 이익을 극대화하려 합니다.
영화는 마치 옛날 옛날에~ 로 시작되었다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이야기처럼 결말이 다소 싱겁기는 하지만 토니 스콧 감독 특유의 촘촘한 연출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은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특별한 액션이나 임팩트가 있지는 않지만 우유를 사들고 지하철로 퇴근하는 가버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듯, 그래서 오히려 현실적인 결말이 아닐까도 생각됩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의 긴박함에 대응하는 직장인으로서의 평범한 시민 가버, 덴젤 워싱턴의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노련하고 섬세한 연기와 세상을 비꼬는 듯한 납치범 라이더의 묵직한 존 트라볼타 연기가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2023.07.08 - 상상 속 제제를 만나게 된,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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